언니 손잡고 '우승사냥' 김효주 "벙커 안들어가서 다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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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 2라운드"오늘 벙커에 안들어가서 다행이에요."
김효주, 10언더파로 1타차 단독 선두
친언니가 캐디…"좋은 추억 만들래요"
27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시즌 첫 메이저 대회 크리스F&C KLPGA 챔피언십(총상금 12억원) 2라운드를 마친 김효주(27)가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효주는 이날 경기 포천 일동레이크GC(파72)에서 열린 대회 둘째날 3언더파 69타를 쳤다. 중간합계 10언더파 134타로 이틀 연속 선두를 지켰다.
김효주가 이날 경기 내내 벙커를 신경 쓴 것은 캐디를 맡아준 친언니 주연씨 때문이다. 그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활동하는 중 이번 대회 출전을 위해 한국에 왔다. 원래 캐디가 함께 오려 했지만 일정이 맞지 않았다. 고민끝에 언니에게 캐디를 제안했고 주연씨는 동생을 위해 기꺼이 골프백을 맸다.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주연씨에게 캐디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대회 시작 일주일 전부터 유산소, 근력운동을 하며 체력을 키웠다. 그러면서 동생에게 한가지 당부를 했다고 한다. 공을 벙커에 빠뜨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경기 중 벙커에 빠지면 벙커 정리는 캐디의 몫이기 때문이다. 전날 1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만 7개 몰아친 김효주는 "경기 중 공이 벙커 쪽으로 날아가자 '너 이리 와봐'라고 했다. 벙커샷 뒤 모래를 정리하는 것이 쉽지 않아 그랬던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2라운드에서는 전날보다 샷감이 다소 떨어졌다. 이날 3타를 더 줄이며 단독 선두를 지켰지만 경기를 끝낸 김효주의 얼굴에는 아쉬움이 진하게 묻어났다. "몇번의 버디 찬스가 있었는데 아깝게 놓쳤다. 오늘은 샷감이 마음에 썩 드는 상태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김효주는 "벙커로 공을 보내지 않아서 다행"이라며 웃었다.
KLPGA 투어에서 통산 14승을 올린 김효주는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투어 최초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완성한다. KLPGA투어의 가장 대표적인 메이저이자 역사가 오래된 KLPGA챔피언십 타이틀은 김효주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다. 김효주는 이번 시즌을 시작하며 이번 대회 일정을 가장 먼저 메모해두었다고 한다. 2라운드까지 단독 선두로 마치며 김효주는 우승에 가장 가까이 다가선 채로 3라운드를 맞게 됐다. 김효주는 남은 경기에서도 언니와 호흡을 맞춘다. 김효주는 "경기 중 언니가 '제대로 쳐라'라고 혼도 내고 '어떻게 칠거야?'라고 물어봐줘서 저도 전략을 가다듬는데 도움이 된다"며 "언니와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포천=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