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인 아내와 이혼하더니 해고까지 한 '사장 남편'…법원 "부당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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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를 사내 이사 등 임원으로 임명했다고 하더라도, 배우자의 근로 실질이 근로계약 관계라면 근로자이므로 함부로 해고할 경우 부당해고라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제14부는 지난달 31일 IT회사 대표 A가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구제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이 같이 판단하고 중노위와 B 측의 손을 들어줬다.
결국 B는 A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고 임금 등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B는 근로자인데도 해고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B의 손을 들어주자, A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B가 A의 근로자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됐다.재판에서 A는 "B는 회사 공동경영자로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으므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며 임원에 해당하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가 전문적인 능력으로 회사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만한 역량은 없었고, 따라서 대표이사이자 배우자인 A의 강한 신임을 바탕으로 개별적·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B는 원고 회사의 경영성과나 참가인의 업무성적과 무관하게 고정 월급을 받았을 뿐, 이익을 배당받거나 손실을 부담한 바 없다"며 "회사 경영위험을 부담하지는 않은 B는 근로 자체의 대가로 보수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B가 임원이 아닌 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했고 이후 이사가 됐지만 특별히 근로조건이나 업무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었던 점 △이사로 등기됐지만 경영성과에 따른 이익 분배 약정, 보수 약정 등을 별도로 한 바 없는 점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거나 배당을 받은 바 없고,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가해 업무 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실질적 감사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둘 사이가 격앙돼 주고받은 카톡도 결정적 증거가 됐다. 출근하지 말라던 A는 출근하겠다는 B와 서로 조롱 조의 카톡을 주고받던 도중 "만약 회사에 나온다면 해고하겠다"라는 취지로 보낸 것이다.
법원은 이런 점을 바탕으로 "B는 A에게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퇴직금을 받기 위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근로제공 의사를 밝혔지만, 되레 A는 B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반박한 적이 없고, 오히려 징계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라고 꼬집었다. 자신의 근로자에게 행사하는 징계권을 운운한 것은 결국 자신의 근로자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A 측은 B가 근무 시간이나 장소에 구속받지 않았고, 업무용 차량을 제공한 점 등을 들어 B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일축했다.재판부는 "B가 다른 근로자에 비해 엄격한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표이사이자 1인 주주인 A의 배우자라 그의 허락으로 근로 시간과 장소 선택에 자율성이 인정되는 근무 형태를 취한 것이지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업무용 차량 제공도 둘이 부부 사이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성 판단에 유의미한 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세금 등을 아끼기 위해서라든지 여러 사정을 이유로 가족을 불러들여 경영을 하는 대표들이 있지만, 근로관계가 형성되면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체불 등이 성립될 수 있다"며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쉽게 계약 관계를 변경하거나 종료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가장 믿을 수 있는 배우자 채용했지만…그 끝은 부당해고
IT 회사 대표이사 A는 2009년에 B와 혼인했고, B는 2011년 이 회사에 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했다. B는 IT 분야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게 없어 장기간 교육을 받기도 했다. 이후 회사 부설 연구소장 등으로 근무했으며, 2017년에는 사내이사, 2018년부터 2020년까지는 감사로 등기돼 일해왔다.그러던 중 두 사람이 가정불화를 겪으며 갈등이 심해지자, A는 2018년 11월부터 B에게 회사에 출근하지 말라고 요구하기 시작하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A는 출근 하겠다는 B에게 하루는 "내일부로 연구원으로 강등하며, 기존 인사 담당 업무에 대해 시말서를 제출하라. 징계위원회 결과 3개월 감봉과 대기명령을 명한다"는 카카오톡을 발송하기도 했다. 실제로는 징계위원회가 열리지 않았다. 이후 A는 회사 등록시스템에서 B의 지문을 지우면서 출근을 막기도 했다. 결국 두사람은 이듬해 이혼에 이르렀다.결국 B는 A를 상대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내고 임금 등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부당해고 구제신청에서 중앙노동위원회가 "B는 근로자인데도 해고 서면 통지를 하지 않아 근로기준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로 B의 손을 들어주자, A는 중노위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 사건에서는 B가 A의 근로자인지 여부가 이 사건의 쟁점이 됐다.재판에서 A는 "B는 회사 공동경영자로 경영에 깊숙이 관여했으므로 근로자라고 볼 수 없다"며 임원에 해당하므로 부당해고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B가 전문적인 능력으로 회사 소프트웨어 개발 업무를 독자적으로 처리할 만한 역량은 없었고, 따라서 대표이사이자 배우자인 A의 강한 신임을 바탕으로 개별적·구체적인 지휘·감독 아래 근로를 제공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B는 원고 회사의 경영성과나 참가인의 업무성적과 무관하게 고정 월급을 받았을 뿐, 이익을 배당받거나 손실을 부담한 바 없다"며 "회사 경영위험을 부담하지는 않은 B는 근로 자체의 대가로 보수를 받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 근거로 △B가 임원이 아닌 개발팀 과장으로 입사했고 이후 이사가 됐지만 특별히 근로조건이나 업무 내용이 달라진 것은 없었던 점 △이사로 등기됐지만 경영성과에 따른 이익 분배 약정, 보수 약정 등을 별도로 한 바 없는 점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하거나 배당을 받은 바 없고, 이사로서 이사회에 참가해 업무 집행의 의사결정에 참여하거나 실질적 감사 업무를 했다고 볼 수 없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둘 사이가 격앙돼 주고받은 카톡도 결정적 증거가 됐다. 출근하지 말라던 A는 출근하겠다는 B와 서로 조롱 조의 카톡을 주고받던 도중 "만약 회사에 나온다면 해고하겠다"라는 취지로 보낸 것이다.
법원은 이런 점을 바탕으로 "B는 A에게 자신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임을 전제로 퇴직금을 받기 위한 근로계약서 작성을 요구하거나 근로제공 의사를 밝혔지만, 되레 A는 B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반박한 적이 없고, 오히려 징계권을 행사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라고 꼬집었다. 자신의 근로자에게 행사하는 징계권을 운운한 것은 결국 자신의 근로자로 인정한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A 측은 B가 근무 시간이나 장소에 구속받지 않았고, 업무용 차량을 제공한 점 등을 들어 B가 근로자가 아니라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이를 일축했다.재판부는 "B가 다른 근로자에 비해 엄격한 근태관리를 받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는 대표이사이자 1인 주주인 A의 배우자라 그의 허락으로 근로 시간과 장소 선택에 자율성이 인정되는 근무 형태를 취한 것이지 근로자성이 부정된다고 볼 수 없다"며 "업무용 차량 제공도 둘이 부부 사이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근로자성 판단에 유의미한 요소로 보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세금 등을 아끼기 위해서라든지 여러 사정을 이유로 가족을 불러들여 경영을 하는 대표들이 있지만, 근로관계가 형성되면 일반 근로자와 마찬가지로 임금체불 등이 성립될 수 있다"며 "가족이라는 이유로 서로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쉽게 계약 관계를 변경하거나 종료할 수 있는 근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