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교육위원단, 단장이 '모자관계' 숨기고 아들 채용했다 적발

교육부, 장학사업 위해 연 39억 지원…'감독 사각지대' 논란 커질 듯

한국 풀브라이트 장학생을 선발하는 한미교육위원단에서 전직 단장이 모자 관계를 밝히지 않고 아들을 채용해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30일 교육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는 지난해 5월 전직 한미교육위원단 단장 A씨의 아들 B씨가 위원단에서 부당하게 해고당했다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심에서 서울고등법원도 같은 판결을 했다.

1심 판결문을 보면 B씨는 어머니 A씨가 단장이던 2013년 7월 위원단 직원으로 채용됐다. 위원단에서 계속 일하던 B씨는 2018년 6월에는 차기 단장으로 내정됐다.

당시까지 이들이 모자 관계라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들이 모자 관계임을 우연히 알게 된 위원단의 한 이사가 다른 이사들에게 이를 알렸고, 위원단은 차기 단장 선임을 취소했다. 미국 국무부는 관계기관에 친족 등용금지 규정을 두고 있는데 위원단에는 미국 국무부 예산이 투입되므로 같은 규정을 적용한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별도로 2019년에는 A씨가 한국에 유학 온 풀브라이트 장학생에게 숙소로 제공하기 위해 임차한 건물이 A씨의 또 다른 아들 소유였던 점이 드러나 위원단 내부 조사가 시작됐다.

당시 이사회는 A씨의 단장 직무를 정지시키고 임직원의 사무실 출입을 금지한 뒤 단장실이 있는 층의 출입구 열쇠를 교체했다. 그럼에도 B씨는 열쇠 수리공을 불러 A씨 사무실에 들어간 뒤 A씨의 업무용 컴퓨터 하드디스크 데이터를 삭제했다.

위원단은 이 일이 있은 직후인 2019년 7월 B씨를 해고했다.

B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했지만 잇따라 기각됐고, 이 판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 1심과 2심에서도 잇따라 패소했다.

한미교육위원단은 한·미 양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풀브라이트 장학 사업 등을 하는 비영리 단체다.

최근 김인철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4인 가족 모두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특혜 논란이 일면서 위원단도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부는 한해 39억원의 예산을 지원하면서도 위원단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존중해왔기 때문에 위원단을 지도·감독할 필요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위원단을 둘러싸고 적지 않은 잡음이 일면서 교육부 역할에 대한 비판도 거세질 전망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