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제약, 고혈압 신약 특허 지켜냈다

판결 인사이드

경쟁사들, 특허 무효 청구에
심판원 "복제약 핵심 기술
보령과 유사해…특허 침해"
특허권 침해로 인정되는 사항을 적은 문구에 정확하게 해당하지 않는 복제약이라도 핵심 제조 기술 등이 오리지널 의약품과 비슷하다면 특허권 침해로 볼 수 있다는 판결이 나와 주목받고 있다.

1일 로펌업계에 따르면 특허심판원은 지난 3월 말 알리코제약 신풍제약 에이치엘비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 4개 제약사가 제기한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에서 이들 제약사가 개발 중인 제네릭(복제약)이 보령제약의 고혈압 치료제 ‘듀카브’에 대한 특허 권리범위에 해당한다는 심결을 내렸다.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은 기업이 개발했거나 개발하려는 제품이 다른 기업의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는 것을 특허심판원을 통해 입증받는 분쟁 방식이다. 심판을 청구하는 쪽이 치밀하게 증거를 모은 뒤 공세에 나서기 때문에 특허권을 가진 쪽이 이긴 사례가 손에 꼽는다.듀카브는 보령제약이 2016년 출시한 고혈압 신약이다. 이 회사의 간판 제품인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에 암로디핀이란 성분을 조합해 알약 형태로 만들었다. 올해 400억원대 매출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심판의 쟁점은 특허권 범위를 얼마나 넓게 인정할 수 있느냐였다. 심판을 청구한 제약사들은 “제네릭의 성분과 제조 방법, 기능 등이 보령제약이 적은 듀카브 특허청구항(보호받으려는 사항)과 완전히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보령제약은 “제조 기술의 핵심인 피마사르탄과 암로디핀의 조합 효과를 활용했기 때문에 특허권 범위를 더 넓게 봐야 한다”고 맞섰다.

특허심판원은 특허청구항 문구보다는 실질적 기술 가치에 더 의미를 뒀다. 듀카브의 특허 발명과 관련한 과제 해결 원리와 작용 효과가 제네릭과 동일하다고 본 것이다. 제네릭의 복합제재가 듀카브 특허청구항과 다른 데 대해선 “기술자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변경한 것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박금낭 법무법인 광장 헬스케어팀장은 “향후 비슷한 특허심판 사건에서도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보령제약의 특허권 방어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또 다른 40개 제약사가 소극적 권리범위 확인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동구바이오제약 등 26개 제약사는 지난달 특허 무효심판을 청구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