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매출 1조 낸 에스디바이오, 엔데믹 다가오자 시총 1조 증발

1분기 진단수요 폭발 '깜짝 실적'
반도체 대란…미래 먹거리 차질
기존 키트 판매↓"2분기 어두워"
대표적인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올 1분기 조(兆)단위 매출을 올렸을 것으로 추산됐다. 하지만 주가는 거꾸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코로나 대박’을 이어갈 후속작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석 달 새 주가 25% 하락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조만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한다. 증권업계에선 컨센서스를 웃도는 실적을 올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에스디바이오센서의 1분기 매출 추정치(증권사 평균)는 1조1337억원이다. 3개월 전 추정치인 9079억원보다 2258억원 증가하는 등 일각에선 어닝서프라이즈도 기대하고 있다. 올초 오미크론 대유행의 영향이다.

호실적 기대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곤두박질치고 있다. 지난달 29일 에스디바이오센서는 4만5600원으로 3개월 전인 1월 28일(6만500원)보다 24.6% 하락했다. 3월 말 6조원에 달하던 시가총액은 4조7092억원으로 급감하며 한 달 새 1조원 넘게 증발했다.

코로나19가 종식 국면에 접어들면서 주가 하락은 예고됐다. 2019년만 해도 에스디바이오센서 매출은 737억원에 그쳐 씨젠(1220억원)보다 적었다. 팬데믹은 절호의 기회였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부터 추진하던 설비 자동화 덕분에 신속하게 대량 생산에 나설 수 있었고,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2조9300억원)을 올렸다.

반도체 대란에 신사업 발목

증권가는 에스디바이오센서의 포스트 코로나 전략이 삐걱대고 있다는 점 때문에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상장을 앞두고 현장 유전자증폭(PCR) 기기인 스탠더드M10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재 주력 제품은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신속 면역진단키트다. 앞으로는 정확도를 높이고 진단 시간은 줄인 현장 PCR로 ‘주 전공’을 바꿀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세계 진단현장에 M10을 무료로 보급할 예정이다.

하지만 반도체 부족 사태가 발목을 잡았다. M10에 장착되는 반도체 부품의 공급 부족으로 생산에 난항을 겪게 됐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M10을 기존 고객사에 우선 보급하겠다고 계획을 수정했다. 한 펀드매니저는 “신사업이 연착륙하려면 작년부터 장비가 보급됐어야 하는데 생산이 유통을 따라가지 못하면서 차질을 빚고 있다”고 지적했다. 회사 측은 “M10 등 신사업은 회사의 방향성에 맞춰 진행되고 있다”며 “올해 국내외에 M10 3만 대를 설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성장전략이 아쉽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조20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만 인수합병(M&A)에 소극적이다. 최근 이탈리아와 독일, 브라질 등의 의료기기 유통업체를 인수하는 데 1200억원을 사용했을 뿐이다. 기존 진단키트 매출이 지난달부터 급감하고 있어 2분기 전망은 어두워졌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