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년에 마음의 거리도…"청소년 정서 결손 심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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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맺기' 배울 기회 줄어…"상담 문턱 낮춰 활성화해야""학교 그만두고 검정고시나 볼까 생각 중이에요."경기 김포시의 한 중학교에 다니는 윤모(16)군은 대면 수업 시작 후 등교가 꺼려진다고 했다.
윤군은 비대면 수업을 할 때 마음이 더 편했다며 "학교 가는 게 힘들고, 학교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했다.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2)양도 "오랜만에 학교에 갔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없으니 친구와 친해지기 어려웠다"며 "학교에 있는 내내 친구들 얼굴 볼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코로나19가 지속한 지난 2년여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과 대면 활동이 줄면서 학생들의 심리적·정서적 결손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민간 기관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상담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중·고교생 31.5% "코로나 이후 교우 관계 나빠져"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소위 '부대끼며 친해지는' 경험을 잃었다.
그 결과 친구와 선생님과의 관계는 멀어졌고,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도 적어졌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지난 2월 여론조사업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교생 34만1천41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5%는 코로나19 이후 교우 관계가 멀어졌다고 답했다.선생님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답한 학생도 전체의 20.3%에 달했다.
현장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친구들과의 소통이 대부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이뤄진다"며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결국 친구들과의 관계가 끊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는 B씨도 "자아를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를 집에서 보내다 보니 학생들이 대인관계를 맺는 데 더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채미령 서울시교육청 통합위(Wee)센터 전문상담교사는 "학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부딪히면서 대인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라며 "비대면 수업으로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어들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할 기회도 같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교육 당국, 정신건강 위기 학생 지원 확대…상담수요도 늘어
교육 당국은 코로나 기간 발생한 학생들의 심리·정서 결손 문제를 인지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정신건강 위기 학생의 회복을 돕기 위해 ▲ 24시간 문자 상담 서비스 운영 ▲ 위기 학생 전문기관 연계 및 치료비 지원 ▲ 위(Wee)닥터 온라인 자문 지원 ▲ 코로나19의 심리·정서적 변화를 반영한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 도구 개편 등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 회복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상담·마음건강팀을 신설했다.
학생 심리지원 업무를 통합·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학생 위기 상담 종합지원 서비스인 위(Wee) 프로젝트를 찾는 학생도 늘었다.
이 사업은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연계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다중 통합지원 서비스망이다.
학생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할 때 우선 교내에 설치된 위클래스에서 상담을 받게 한 뒤 상황을 고려해 각 교육지원청의 위센터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학생들의 위센터 상담 건수는 3천402건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대비 600건가량 증가했다.
위기 지원·컨설팅도 2020년 25회에서 2022년 218회로 약 9배 늘었다.◇ 프로그램 마련했지만…전문가들 "상담으로 가는 문턱 낮춰야"
다양한 상담 서비스가 마련되고, 이를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상담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거리감은 가깝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2월 만 15세 이상 청소년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2%는 코로나19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답했지만, 심리·정서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담 프로그램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학교 교사가 곧 상담교사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며 "학생들은 교사 아닌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상담 기관과의 협업을 활성화하라고 제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교가 심리상담을 모두 감당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할 때도 공공과 민간 병원이 협업했다.
외부 시스템, 사교육을 등한시하고 학교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니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민간 기관과의 협업 강화로 전문적으로 학생들 심리 상담·정서적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치연 안정훈 오규진 오지은 유한주 조현영 기자)
/연합뉴스
윤군은 비대면 수업을 할 때 마음이 더 편했다며 "학교 가는 게 힘들고, 학교에서 사람을 만나는 것 자체가 불편하다"고 했다.
제주시의 한 초등학교에 다니는 김모(12)양도 "오랜만에 학교에 갔지만 마스크를 벗을 수 없으니 친구와 친해지기 어려웠다"며 "학교에 있는 내내 친구들 얼굴 볼 기회가 없다"고 말했다.코로나19가 지속한 지난 2년여간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과 대면 활동이 줄면서 학생들의 심리적·정서적 결손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2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문가들은 민간 기관과 협력해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상담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문턱을 낮추는 추가적인 방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초·중·고교생 31.5% "코로나 이후 교우 관계 나빠져"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은 학교에서 소위 '부대끼며 친해지는' 경험을 잃었다.
그 결과 친구와 선생님과의 관계는 멀어졌고, 대인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을 배울 기회도 적어졌다.
한국교육환경보호원이 지난 2월 여론조사업체 코리아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초·중·고교생 34만1천41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31.5%는 코로나19 이후 교우 관계가 멀어졌다고 답했다.선생님과의 관계가 멀어졌다고 답한 학생도 전체의 20.3%에 달했다.
현장 목소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 재학 중인 A군은 "친구들과의 소통이 대부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상에서 이뤄진다"며 "그 과정에서 오해가 생기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아 결국 친구들과의 관계가 끊어진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에 있는 한 고등학교에서 상담교사로 일하는 B씨도 "자아를 형성하고 사회적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를 집에서 보내다 보니 학생들이 대인관계를 맺는 데 더 소극적으로 변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채미령 서울시교육청 통합위(Wee)센터 전문상담교사는 "학교는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과 교류하고 부딪히면서 대인 관계를 배우는 공간"이라며 "비대면 수업으로 인간관계를 맺을 기회가 줄어들면서 갈등을 해결하는 과정을 학습할 기회도 같이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교육 당국, 정신건강 위기 학생 지원 확대…상담수요도 늘어
교육 당국은 코로나 기간 발생한 학생들의 심리·정서 결손 문제를 인지하고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정신건강 위기 학생의 회복을 돕기 위해 ▲ 24시간 문자 상담 서비스 운영 ▲ 위기 학생 전문기관 연계 및 치료비 지원 ▲ 위(Wee)닥터 온라인 자문 지원 ▲ 코로나19의 심리·정서적 변화를 반영한 학생 정서·행동 특성 검사 도구 개편 등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교육청은 교육 회복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상담·마음건강팀을 신설했다.
학생 심리지원 업무를 통합·지원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학생 위기 상담 종합지원 서비스인 위(Wee) 프로젝트를 찾는 학생도 늘었다.
이 사업은 학교·교육청·지역사회가 연계해 학생들의 학교생활을 지원하는 다중 통합지원 서비스망이다.
학생이 학교생활에 어려움을 호소할 때 우선 교내에 설치된 위클래스에서 상담을 받게 한 뒤 상황을 고려해 각 교육지원청의 위센터에서 맞춤형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학생들의 위센터 상담 건수는 3천402건으로 2년 전 같은 기간 대비 600건가량 증가했다.
위기 지원·컨설팅도 2020년 25회에서 2022년 218회로 약 9배 늘었다.◇ 프로그램 마련했지만…전문가들 "상담으로 가는 문턱 낮춰야"
다양한 상담 서비스가 마련되고, 이를 찾는 이들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지만 아직 상담프로그램에 대한 학생들의 심리적 거리감은 가깝지 않다.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이 지난해 12월 만 15세 이상 청소년 3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43.2%는 코로나19로 심리·정서적 어려움을 경험한다고 답했지만, 심리·정서 지원프로그램을 이용했다고 답한 비율은 전체의 5%에 불과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상담 프로그램 이용률이 저조한 이유에 대해 "학교 교사가 곧 상담교사인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며 "학생들은 교사 아닌 사람들에게 상담을 받고 싶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상담 기관과의 협업을 활성화하라고 제언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학교가 심리상담을 모두 감당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코로나19에 대응할 때도 공공과 민간 병원이 협업했다.
외부 시스템, 사교육을 등한시하고 학교 울타리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고 하니 한계에 부딪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도 "민간 기관과의 협업 강화로 전문적으로 학생들 심리 상담·정서적 지원할 수 있는 사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김치연 안정훈 오규진 오지은 유한주 조현영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