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선 버티기도 힘들다"…고개 드는 '증시 비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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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상승과 긴축 겹쳐 경기 둔화로 이어질 가능성 제기증시에 대한 비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하락장에서도 '저가매수'를 외쳤던 것과는 달리 증권사들도 잇따라 하락장을 점치고 있다. 지난달 코스피 지수는 2.27%가, 코스닥은 4.21%가 각각 하락했다. 5월 첫 거래일인 2일에도 약세를 이어지고 있다. 오전 11시52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0.63%, 코스닥은 1.06%씩 떨어지고 있다.
"美보다 먼저 조정받은 코스피, 상대적으로 잘 버틸 것"
증시는 연초 미국 중앙은행(연방준비제도·Fed)의 긴축 드라이브에 급락했고, 이후에도 지지부진한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전쟁 영향으로 인해 물가가 잡히지 않으면서 추가 하락중이다. 당초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되면 기대보다 나은 실적을 내놓는 기업들을 중심으로 증시의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1분기 기업 실적도 신통치 않은 상태다. 가이던스(자체 전망)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기운 모습이다.팬데믹 기간 동안 가파르게 성장한 기술주들이 하락장의 신호탄을 쐈다. 우리 증시에서는 게임기업들과 네이버(NAVER)가, 미국 증시에서는 넷플릭스에 이어 아마존이 각각 무너졌다.
아마존은 지난 1분기 7년만에 처음으로 분기 손실을 기록했다고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 영향으로 이날 아마존의 주가는 14.05% 폭락했다. 기대 이상의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애플도 공급망 차질로 인해 2분기에 40억~80억달러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히면서 3.66% 빠졌다.
통화정책으로 잡기 쉽지 않은 공급 측면의 충격으로 인한 물가 상승과 Fed의 긴축 드라이브가 맞물리자 증권가에서도 비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언젠가는 물가가 잡히겠지만, 이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Fed가 이달 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50bp(0.50%포인트) 올리고 시중에 보유 채권을 팔아 현금을 빨아 들이는 양적 긴축을 가시화한다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노동길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Fed의 통화정책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6월 FOMC 정례회의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Fed 인사들이 잇따라 매파(통화긴축 선호론자)적 입장을 내놓고 있지만, 기대 인플레이션이 떨어지지 않고 있어서다.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으면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재화를 사두려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물가를 더 밀어 올리게 된다.
이 논리의 반대가 비관론의 바탕이다. 언젠가 Fed가 기대 인플레이션을 꺾는 데 성공하면 향후 가격이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경제주체들은 재화의 구입을 미루게 되고, 이는 기업실적 악화, 고용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나타나게 된다.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통화정책 변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제거되고 나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가 강화되기보다 경기침체라는 환경과 가까워져 더욱 안전자산에 머물러야 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며 “금융자산의 투자 기회는 상반기 중 쉽게 찾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변준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순환적 패턴을 볼 때 주요 경기 선행 지표는 하반기에도 지속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높고, 높은 물가와 금리 급등에 따른 소비 심리 위축이 가시화돼 내년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더욱 높아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IBK투자증권은 하반기 코스피 예상 밴드 2400~2850을 제시했다.
한국 증시는 미국보다 잘 버틸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노 연구원은 “한국 주식시장은 주가수익비율(PER)이 낮아 상대적으로 하락할 여력이 크지 않다”며 “미국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커져도 한국 주식시장은 상대적으로 견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주식시장보다 먼저 조정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경우 한경닷컴 기자 ca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