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못지 않네"…한화 vs 키움 '리츠 ETF' 맞대결

한화·키움운용, 이달 24일 동시상장 예정

키움, 이지스운용과 협력…한화는 단독으로
액티브·패시브 등 운용 성격도 달라
코람코더원리츠 '하나금융투자빌딩' 전경. 사진=한경DB
한화와 키움이 정면으로 맞붙는다. 야구가 아닌 금융상품으로다.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은 국내 리츠를 기반으로 한 상장지수펀드(ETF)를 같은 날 내놓을 예정이다. 증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는 가운데 대안투자인 리츠에 투자하는 상품인만큼 업계에서는 얼마나 자금을 끌어모을지와 수익률 성적표 등을 주목하고 있다.

3일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이달 24일 한화자산운용과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신청한 국내 리츠 ETF를 상장시킬 방침이다. 리츠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흐름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위험 회피(헤지) 상품으로 여겨지고 있다. 여기에 자본시장법상 운용사의 투자가 제한되는 재간접리츠를 제외한 상장리츠 개수가 올 들어 10개 수준이 되면서 리츠 ETF 출시 요건이 충족된 영향도 받았다.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두 회사가 비슷한 시기에 상장심사를 신청한 데다 상장 진행정도와 신규상장 가능 시기 등 물리적 환경을 미뤄볼 때 동시 상장이 가능하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상장날이 같다보니 두 회사의 신경전도 감지되고 있다. 다만 투자자 입장에서는 운용 성격과 추진 전략이 다른 만큼 꼼꼼히 비교해 보는 게 관전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한화운용은 '아리랑 Fn K리츠 ETF'를 상장한다. 에프앤가이드와 공동 개발한 'Fnguide 리츠 지수'를 벤치마크 지수로 삼는다. 전문 부동산 운용사를 끼지 않고 자체적으로 단독 상장을 추진한다. 이 ETF는 '패시브' 성격을 띠고 있다. 패시브 ETF는 초과수익이 주 목적인 액티브 ETF와 달리 기초지수를 그대로 복제하는 것에 집중한다. 펀드매니저가 거의 개입하지 않는 게 특징이다.

한화운용 관계자는 "리츠 시장이 계속 커지고 있는 만큼 해당 산업 자체에 투자한다는 생각에서 패시브 형태를 결정했다. 패시브 ETF는 액티브 ETF의 단점을 해소한다는 점이 큰 매력"이라며 "액티브의 경우 종목을 잘 고르면 좋은 수익률을 거둘 수 있지만 그러지 못하면 뒤처지는데, 패시브는 그런 불확실성을 없애고 시장을 추종한다는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키움운용은 국내 리츠에 주로 투자하는 '키움 히어로즈 리츠 이지스 액티브' ETF를 내놓는다. 벤치마크 지수는 NH투자증권과 키움운용이 공동 개발한 'iSelect 리츠 지수'(iSelect REITs Index PR)이고 총 보수는 연 0.57%다.

액티브 ETF는 펀드매니저가 구성종목 일부를 바꿔가면서 벤치마크 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추구해야 한다. 액티브 ETF로 출시한 만큼 향후 투자매력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리츠가 상장될 경우 하위 종목을 빼고 해당 종목을 새로 편입하는 등의 대응이 가능해진다.

부동산 전문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과 협력하는 점이 관심을 끈다. 이지스운용은 리츠종목 기초체력(펀더멘털)을 분석하고 평가가치(밸류에이션)와 비중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키움운용은 이지스운용에 자문한 내용을 바탕으로 포트폴리오 종목 구성을 결정하고 리밸런싱 등 각종 이벤트에 대응하게 된다. 이지스운용 관계자는 "ETF 투자에선 무슨 종목을 샀는가도 중요하지만 각 종목을 얼만큼의 비중으로 담았는가도 중요한 요소"라며 "종목 자체는 작아보일 수 있겠지만 투자 가치가 있고 전망이 좋은 리츠를 선별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했다.같은 테마를 표방하는 두 ETF가 서로 다른 운용 성격과 전략을 갖고 있는 만큼 초반 성적에 관심이 모인다. 패시브와 액티브는 장단점이 뚜렷하게 구별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액티브는 종목을 수시로 바꿀 수 있고 비중 조절을 보다 유연하게 할 수 있는 데 반해 운용 보수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패시브는 시장의 흐름을 그대로 따른다는 점에서 변동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으로 보인다. 시가총액이 큰 종목 순으로 많이 담다보니 시장 수익률을 크게 웃도는 성적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radi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