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고 관리의 귀재' 팀 쿡, 1년 만에 30일→2일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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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대란 비켜간 공급망 관리애플이 세계 최대 기업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혁신적 제품 못지않게 공급망관리(SCM)의 공이 크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 현상 속에서도 제품 생산에 큰 차질을 빚지 않았다.
"창고 있으면 재고 쌓인다" 아웃소싱
이번엔 쇼티지 예상하고 재고 쌓아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SCM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티브 잡스의 뒤를 이어 CEO 자리에 오른 것도 이 같은 능력 덕분이었다. 쿡은 1998년 3월 사업 운영 부문 수석부사장이란 직함으로 애플에 입사했다. 연봉은 40만달러, 특별 보너스로 최대 50만달러를 받는 조건이었다.쿡은 애플에 입사하기 직전 컴팩의 자재 조달 담당 부사장을 지냈다. 당시 컴팩은 1000달러 이하 저가 데스크톱을 출시해 엄청난 이익을 올리고 있었다. 쿡은 컴팩에서 주문생산(BTO) 제조 모델을 도입하는 역할을 맡았다. 수요를 예상해 제품을 만들어 창고에 쌓아두는 게 아니라 주문 접수 후 제품을 제조해 유통하는 방식이다.
1997년 당시 애플은 미국 새크라멘토와 아일랜드, 싱가포르에 공장을 두고 있었다. 잡스는 복귀 이후 제조 단계의 일부를 한국, 중국 등의 협력업체에 맡기기 시작했다. 쿡은 소수의 공급업체를 선별했고 거의 모든 부문을 아웃소싱으로 전환했다. 아이맥 G3의 경우 처음에는 대부분 애플의 자체 공장에서 제조했지만 곧 LG전자에 생산 대부분을 위탁했다.
아웃소싱의 가장 큰 이유는 재고 축소였다. 애플이 1996년 파산 직전까지 몰렸던 이유도 재고 관리 비용 때문이었다. 쿡은 컴팩에서와 마찬가지로 제조 공장에서 곧바로 배송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창고가 있으면 재고가 쌓인다”는 게 그의 말이었다. 쿡이 애플에 합류한 지 7개월 만에 재고는 ‘30일치’에서 ‘6일치’ 물량으로 줄었다. 1999년에는 2일치까지 축소했다.애플의 실적이 개선되면서 쿡의 역할도 점차 커졌다. 2004년에는 맥 하드웨어 부문 책임자를 맡았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승진했다.
코로나19로 전 세계적 반도체 품귀 현상이 일어났지만 애플은 예외였다. 프로세서 생산을 맡기는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와의 관계 덕분이다. 애플은 TSMC 생산 물량의 25.4%(작년 기준)를 차지하는 최대 고객이다. 작년 9월 TSMC가 계약 가격을 최대 20% 인상했지만 애플에는 3%만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애플이 작년 초 비정상적일 정도로 반도체 재고를 가져가는 걸 보고 이상하다고 생각했다”며 “결론적으로 애플의 이런 SCM 전략은 주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중국의 ‘코로나 봉쇄’ 정책으로 인한 타격은 애플도 벗어나지 못할 전망이다. 지난달 28일 실적 발표에서 애플은 2분기 공급 제약으로 40억~80억달러가량 매출에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