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 스프레이 코에 뿌렸더니…"인지기능 개선 효과"

2형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전당뇨이거나 당뇨병이 없는 사람 총 223명을 대상으로 인슐린 스프레이를 코에 뿌리는 임상시험 결과,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인슐린 스프레이를 코에 뿌리면 인지기능이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연구 결과는 미국 신경학회 학술지 '신경학'(Neurology) 최신호에 발표됐다.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의 과학 뉴스 사이트 유레크얼러트(EurekAlert)는 미국 베스 이스라엘 디코니스 메디컬센터(BIDMC: Beth Israel Deaconess Medical Center) 신경과 전문의 베라 노바크 연구팀의 연구 결과, 이 같은 사실이 밝혀졌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했다.연구팀은 2형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전당뇨(pre-diabetes)이거나 당뇨병이 없는 사람 총 223명(50~85세)을 대상으로 2상 임상시험(MemAID)을 진행했다. 전당뇨는 공복 혈당이 정상 범위의 상한선인 99mg/dL을 넘고 당뇨병 진단 기준인 126mg/dL에는 못 미치는 경우(100~125mg/dL)를 말한다.

연구팀은 임상시험 참가자 중 당뇨병 환자의 절반과 당뇨병이 없는 사람의 절반에만 전자분무기로 인슐린 40IU를 하루 한 번 코에 분무하고, 나머지 절반(대조군)에는 인슐린 대신 멸균 생리식염수(sterile saline)를 뿌렸다.

24주 동안 진행된 임상시험에서 연구팀은 여러 가지 공인된 테스트 방법으로 보행 속도, 주의력, 기억력, 집행기능, 기분 등을 함께 평가했다.그 결과, 전체적으로 당뇨병 환자 중 인슐린 스프레이가 분무 된 그룹은 임상시험 전부다 보행 속도가 빨라지고 뇌 혈류량이 증가했고, 혈중 인슐린 수치가 내려갔다.

이 그룹은 특히 기획, 문제 해결, 판단, 실행 등 주요 인지기능을 관장하는 뇌 부위인 전두엽의 혈류가 증가하고 우리 몸이 인슐린을 활용하는 기능이 떨어지는 인슐린 내성이 줄었다.

당뇨병이 없는 사람 중 인슐린 스프레이를 뿌린 그룹은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ing)과 언어 기억(verbal memory)이 개선됐다.집행기능은 주의력, 집중력 등 사고, 추론과 관련된 기능이고, 언어 기억은 단어, 문장, 이야기 같은 언어적 재료에 대한 기억을 말한다.

특히, 당뇨병 전단계인 전당뇨에 해당하는 사람 중 인슐린 스프레이가 분무 된 그룹은 집행기능과 언어 기억이 가장 크게 개선됐다.

연구팀은 "이 결과는 인슐린 스프레이를 2형 당뇨병과 노인성 인지기능 저하의 치료에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연구팀에 따르면 인슐린 스프레이 분무는 안전하고 부작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저혈당이나 체중 증가 같은 심각한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고 연구팀은 강조했다.

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