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과제] 北 비핵화 연계 경제협력 구상…'비핵·개방 3000' 닮은꼴

"비핵화 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비전 제시"…섣부른 경제지원 지양할듯
산림·농업·수자원 분야 협력 '남북 그린데탕트' 구상도 눈길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가 3일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남북 경제협력 로드맵을 제시해 북한 비핵화를 견인하겠다는 구상을 밝혀 주목된다.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맞춰 남북이 추진할 수 있는 경제협력 청사진을 제시함으로써 북한이 비핵화를 결단하도록 끌어내겠다는 취지로 읽히는데, 결국 이명박(MB) 정부의 대북기조인 '비핵·개방 3000'과 닮은 꼴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위는 이날 발표한 '윤석열 정부 110대 국정과제'에서 '남북공동경제발전계획'을 수립해 "비핵화 과정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경제협력 비전을 제시하고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인프라·투자금융·산업기술 등 분야별로 남북 경제발전 계획을 종합해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이를 추진하겠다는 구상이다. 남북 경제협력이라는 일종의 경제적 보상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끌어내겠다는 것인데, 이는 결국 북한 비핵화가 실질적으로 진전되지 않는 한 섣불리 경제적 지원에 나서진 않겠다는 취지로도 해석된다.

북한이 핵을 포기하고 개방하면 1인당 주민 소득을 3천 달러까지 올려주겠다는 MB 정부의 '비핵·개방 3000' 기조와 기본적으로는 유사한 접근방식이다.

당시 이 접근법은 윤석열 정부의 국가안보실 1차장에 내정된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북한이 반발할 수 있는 '보상' 대신 '경제협력'이라는 개념을 사용했고 '선(先)비핵화'보다 유기적 연계를 통한 단계적 접근을 강조했다는 점에서는 유연성이 더해진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 인수위는 과거 MB정부의 '비핵·개방 3000'이 북한과의 대화 단절과 북한의 잇따른 핵·미사일 도발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점을 감안한 듯 "대화의 문을 열어두겠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원칙에 기초하면서도 "정세와 국익을 고려한 실용과 유연성이 조화된 남북관계"를 지향하겠다는 것이다. 남북대화의 물꼬를 트는 데 인도적 대북지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는 "인도적 지원은 조건 없이 실시하겠다"며 북한이 호응한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지원과 식량난·수해 긴급구호를 추진하겠다며 적극성을 보였다.

다만 인도적 지원에 있어서도 물자들이 북한 주민에 제대로 전달되는지 철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겠다는 '원칙'도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미세먼지·자연재난에 공동대응하고 산림·농업·수자원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남북 그린데탕트' 구상도 내놓았는데 이 역시 비핵화 이슈에 진전이 없더라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추진할 수 있는 영역일 것으로 보인다. 그밖에 북한인권재단 출범 등 북한주민 인권문제 개선과 '먼저 온 통일'이라는 차원에서 탈북민들에 대한 지원체계를 확충하는 방안 등도 통일부 관련 국정과제로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