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상하이는] 삼륜차로 물건 나르는 '경제수도'…"80년대 회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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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쇄 완화된 변두리지역 차량 금지에 거리엔 자전거·오토바이만…말 탄 사람도
인구밀집한 도심은 여전히 전면 봉쇄…"방어구역도 밖에 못 나가" 물건과 사람을 잔뜩 실은 삼륜차가 도로 한복판을 달린다. 메신저 위챗을 타고 상하이 주민들 사이에 퍼진 영상 속에서 삼륜차 옆으로는 한 사람이 물건이 담긴 손수레를 끌고 도로 위에서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두 여성은 야채와 식료품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 네 개를 대롱대롱 단 긴 대나무 막대기를 어깨에 걸친 채 걸어간다.
앞장선 사람의 손에는 우유 한 상자까지 들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먼저 봉쇄가 조금 풀린 상하이 외곽 지역 주민들이 식료품을 사 들고 집에 돌아가는 모습이다.
시 당국이 주민이 멀리 다니지 못 하게 하려고 자동차 운행을 금지한 탓에 주민들이 이렇게 힘겹게 먹을 것을 집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급기야 고전적 교통수단인 말까지 등장했다.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에는 사람을 태운 말이 도로 위를 달리는 사진이 퍼졌는데 여기에는 "말을 타고 샘스클럽에 가는 인민"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중국에서는 차가 다니는 도로를 '마루'(馬路)라고 하는데 진짜 말 그대로 말이 달리는 길이 된 것이다. 2022년 5월,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에서 나타난 이런 장면에 많은 시민은 경제가 낙후했던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한탄했다. 주민 천모 씨는 "하루아침에 80년대로 돌아갔다"며 "계속 봉쇄 중인 사람들은 그저 웃고 말 일이지만 봉쇄가 풀려 밖에 직접 나가본 사람은 내게 적막한 거리의 모습에 바로 울고 싶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1980년대도 아닌 1940년과 현재 상하이 거리 모습을 비교한 사진도 돌고 있다.
두 장 모두 거리엔 자동차가 없고 자전거와 사람만 가득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 달 넘는 봉쇄 끝에 단지 울타리를 벗어나 거리에 나가본 주민들의 실망감도 크다.
거리에 문을 연 가게는 일부 슈퍼마켓과 약국 정도인데다 한두 시간 줄을 서 슈퍼마켓에 들어가도 매대가 텅텅 비어 있어 사고 싶은 물건을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문명이 후퇴한 것 같은 상하이 거리의 모습은 2천500만명이 사는 중국 최대 도시의 기능이 한번 완전히 마비됐다가 다시 정상을 되찾는 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지난 3월 28일부터 한 달 이상 이어진 전면 봉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어가자 상하이시는 점진적으로 봉쇄 강도를 낮추고 경제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봉쇄 완화는 매우 보수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당국은 칭푸구 등 도심에서 벗어난 구(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분류된 '방어구역' 주민부터 단지 밖에 나갈 수 있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 하지만 각 단지는 임시 통행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가구당 하루 한 명만 나갈 수 있게 허용한다.
또 주민들은 자기가 속한 행정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징안구, 창닝구 등 시 핵심 지역의 통제는 이보다 더 심하다.
당국 발표대로라면 도심권 지역의 '방어구역' 주민은 1주일에 2번 가구당 1명만 나가 시의 가장 작은 행정 단위인 가도(街道) 안에서 활동할 수 있지만 많은 방어구역 단지들이 주민들의 제한적 외출도 허용하지 않는다.
민항구에 사는 한 교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파트가 방어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시 발표와는 달리 주민들은 전처럼 전혀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상하이 전체에 걸쳐 약 1천500만명에 달하는 '방어구역' 주민들에 대해 봉쇄가 완화됐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어구역' 주민들은 대부분 외곽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다.
다만 시 당국이 사회 필수분야로 지정한 분야의 조업 재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공급은 조금씩이나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아직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는 해도 인터넷에서 식료품 공급 가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KFC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장도 일부 영업을 재개했다.
창닝구의 한 KFC 매장은 2일 오후 잠깐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았지만 소문을 듣고 고객들이 폭주해 불과 몇 분 만에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다. 막대한 경제 피해에도 상하이시가 과감하게 사회경제를 정상화하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크기 때문이다.
2일 상하이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5천669명으로 지난달 1일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가장 중요한 봉쇄 완화 기준으로 여기는 '사회면 코로나 제로'를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사회면 코로나 제로'란 격리소 같은 통제 구역 바깥의 일반 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큰 경제 사회적 대가를 치른 끝에 상하이는 지난달 29∼30일 시 전체 차원에서 '사회면 코로나 제로'를 달성했다.
하지만 1일과 2일에는 각각 58명, 73명으로 사회면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발견이 어렵고 감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 탓에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는 중국도 오미크론 변이를 '박멸'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60만명이 넘는 누적 감염자가 나온 상하이 감염 사태를 계기로 중국 내부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 원칙을 계속 고수해나가기로 했다.
수도 베이징도 시민 90% 이상에 대해 격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벌인 데 이어 다시 3~5일 매일 전수검사를 벌인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전 주민이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각각 길게는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하는 데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
코로나 전수검사가 진행될 때마다 많은 기업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선포할 '대관식' 성격의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은 올해 경제·사회 안정 필요성을 과거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만리장성에 비유되던 중국식 방역 시스템을 무력화하면서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치적으로 삼아온 당국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곤혹스러운 처지다.
제로 코로나를 철저히 견지하면서 과학적 방역으로 경제 피해도 최소화하라는 시 주석의 명령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시 주석이 최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올해 5.5%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견지하라고 요구했지만 국제기구와 기관들은 이런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이제 매우 낮게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직면한 금융 위기 등을 이유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8%에서 4.4%로 낮췄다.
/연합뉴스
인구밀집한 도심은 여전히 전면 봉쇄…"방어구역도 밖에 못 나가" 물건과 사람을 잔뜩 실은 삼륜차가 도로 한복판을 달린다. 메신저 위챗을 타고 상하이 주민들 사이에 퍼진 영상 속에서 삼륜차 옆으로는 한 사람이 물건이 담긴 손수레를 끌고 도로 위에서 힘겹게 걸어가고 있다.
두 여성은 야채와 식료품이 가득 담긴 비닐봉지 네 개를 대롱대롱 단 긴 대나무 막대기를 어깨에 걸친 채 걸어간다.
앞장선 사람의 손에는 우유 한 상자까지 들렸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면서 먼저 봉쇄가 조금 풀린 상하이 외곽 지역 주민들이 식료품을 사 들고 집에 돌아가는 모습이다.
시 당국이 주민이 멀리 다니지 못 하게 하려고 자동차 운행을 금지한 탓에 주민들이 이렇게 힘겹게 먹을 것을 집으로 옮기게 된 것이다.
급기야 고전적 교통수단인 말까지 등장했다. 웨이보 등 소셜 미디어에는 사람을 태운 말이 도로 위를 달리는 사진이 퍼졌는데 여기에는 "말을 타고 샘스클럽에 가는 인민"이라는 설명이 달렸다.
중국에서는 차가 다니는 도로를 '마루'(馬路)라고 하는데 진짜 말 그대로 말이 달리는 길이 된 것이다. 2022년 5월,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에서 나타난 이런 장면에 많은 시민은 경제가 낙후했던 1980년대로 돌아간 것 같다고 한탄했다. 주민 천모 씨는 "하루아침에 80년대로 돌아갔다"며 "계속 봉쇄 중인 사람들은 그저 웃고 말 일이지만 봉쇄가 풀려 밖에 직접 나가본 사람은 내게 적막한 거리의 모습에 바로 울고 싶어졌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에서는 1980년대도 아닌 1940년과 현재 상하이 거리 모습을 비교한 사진도 돌고 있다.
두 장 모두 거리엔 자동차가 없고 자전거와 사람만 가득해 별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한 달 넘는 봉쇄 끝에 단지 울타리를 벗어나 거리에 나가본 주민들의 실망감도 크다.
거리에 문을 연 가게는 일부 슈퍼마켓과 약국 정도인데다 한두 시간 줄을 서 슈퍼마켓에 들어가도 매대가 텅텅 비어 있어 사고 싶은 물건을 제대로 살 수 없기 때문이다. 문명이 후퇴한 것 같은 상하이 거리의 모습은 2천500만명이 사는 중국 최대 도시의 기능이 한번 완전히 마비됐다가 다시 정상을 되찾는 데까지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음을 보여준다.
지난 3월 28일부터 한 달 이상 이어진 전면 봉쇄로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어가자 상하이시는 점진적으로 봉쇄 강도를 낮추고 경제를 정상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봉쇄 완화는 매우 보수적으로, 느리게 진행되고 있다.
당국은 칭푸구 등 도심에서 벗어난 구(區)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전한 곳으로 분류된 '방어구역' 주민부터 단지 밖에 나갈 수 있게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 하지만 각 단지는 임시 통행증을 발급하는 방식으로 가구당 하루 한 명만 나갈 수 있게 허용한다.
또 주민들은 자기가 속한 행정구역을 벗어날 수 없다.
징안구, 창닝구 등 시 핵심 지역의 통제는 이보다 더 심하다.
당국 발표대로라면 도심권 지역의 '방어구역' 주민은 1주일에 2번 가구당 1명만 나가 시의 가장 작은 행정 단위인 가도(街道) 안에서 활동할 수 있지만 많은 방어구역 단지들이 주민들의 제한적 외출도 허용하지 않는다.
민항구에 사는 한 교민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아파트가 방어구역으로 지정돼 있지만 시 발표와는 달리 주민들은 전처럼 전혀 단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당국과 관영 매체들은 상하이 전체에 걸쳐 약 1천500만명에 달하는 '방어구역' 주민들에 대해 봉쇄가 완화됐다는 식으로 선전하고 있지만 실제 단지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방어구역' 주민들은 대부분 외곽 일부 지역에 국한되고 있다.
다만 시 당국이 사회 필수분야로 지정한 분야의 조업 재개를 점진적으로 확대하면서 온라인을 통한 식료품 공급은 조금씩이나마 사정이 나아지고 있다.
아직 수요 대비 공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는 해도 인터넷에서 식료품 공급 가게들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KFC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의 매장도 일부 영업을 재개했다.
창닝구의 한 KFC 매장은 2일 오후 잠깐 온라인으로 주문을 받았지만 소문을 듣고 고객들이 폭주해 불과 몇 분 만에 접수를 중단하기도 했다. 막대한 경제 피해에도 상하이시가 과감하게 사회경제를 정상화하지 못하는 것은 코로나19가 재확산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크기 때문이다.
2일 상하이의 코로나19 신규 감염자는 5천669명으로 지난달 1일 이후 한 달여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가장 중요한 봉쇄 완화 기준으로 여기는 '사회면 코로나 제로'를 기준으로 보면 상황이 다르다.
'사회면 코로나 제로'란 격리소 같은 통제 구역 바깥의 일반 지역에서 코로나19 신규 감염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는 상태를 뜻한다.
큰 경제 사회적 대가를 치른 끝에 상하이는 지난달 29∼30일 시 전체 차원에서 '사회면 코로나 제로'를 달성했다.
하지만 1일과 2일에는 각각 58명, 73명으로 사회면 코로나19 감염자가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발견이 어렵고 감염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의 특성 탓에 강력한 '제로 코로나' 정책을 펴는 중국도 오미크론 변이를 '박멸'하기까지는 어려운 상황이다.
60만명이 넘는 누적 감염자가 나온 상하이 감염 사태를 계기로 중국 내부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대한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중국 공산당과 정부는 이 원칙을 계속 고수해나가기로 했다.
수도 베이징도 시민 90% 이상에 대해 격일로 코로나19 전수 검사를 벌인 데 이어 다시 3~5일 매일 전수검사를 벌인다.
베이징과 상하이 같은 대도시에서 전 주민이 적어도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려면 각각 길게는 몇 시간씩 줄을 서 기다려야 해 정상적인 경제생활을 하는 데 심각한 지장이 생긴다.
코로나 전수검사가 진행될 때마다 많은 기업 직원들이 정상적으로 출근하지 못하는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장기 집권을 선포할 '대관식' 성격의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중국은 올해 경제·사회 안정 필요성을 과거 어느 때보다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가 만리장성에 비유되던 중국식 방역 시스템을 무력화하면서 중국 경제는 코로나19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코로나19 방역을 치적으로 삼아온 당국 입장에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곤혹스러운 처지다.
제로 코로나를 철저히 견지하면서 과학적 방역으로 경제 피해도 최소화하라는 시 주석의 명령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이지는 않다.
시 주석이 최근 열린 정치국 회의에서 올해 5.5%의 경제성장률 목표를 견지하라고 요구했지만 국제기구와 기관들은 이런 목표의 실현 가능성을 이제 매우 낮게 본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달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과 엄격한 제로 코로나 정책,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직면한 금융 위기 등을 이유로 중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8%에서 4.4%로 낮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