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만원 내고 에어팟만 달랑…다시는 애플꺼 안 산다"

애플코리아, 中 상하이 봉쇄로 공급 차질
학생들은 개강 전 구매했지만 종강 앞둬
환불하려면 대학생 할인받은 에어팟 값 내야
서울 중구 인근 애플스토어에 손님들이 북적이고 있는 모습. 김범준 기자
“새 학기에 최신 노트북 쓰려고 샀는데 종강하고 받겠네요”

지난 1월 대학생 이 모씨(23)는 1년간 모은 돈으로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애플스토어에서 맥북과 에어팟 등 500만원 상당의 애플 제품을 구매했다. 당시에만 해도 한 달 안에 제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안내를 받았지만 아직도 제품을 받지 못했다. 애플 코리아 측에서 중국 상하이 봉쇄와 반도체 공급 문제로 2번이나 배송을 연기했기 때문이다. 이씨는 “배송이 연기됐다고 연락조차 받지 못했다”며 “에어팟 프로만 먼저 받았는데 무선이어폰을 500만원 주고 산 기분”이라고 말했다.
인스타그램 캡처
애플의 갑작스러운 배송지연에 구매자들은 SNS와 각종 커뮤니티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일부 고객은 본사측에 환불을 요구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커스텀 오더로 주문해 '맞춤형 맥북'을 기다려온 시간이 물거품이 되고, 애플코리아 측에서 할인받은 에어팟 프로를 정가 그대로 물어내야 하기 때문이다. 에어팟 프로는 2019년 10월에 출시된 애플의 블루투스 무선 이어폰이다. 공식 가격은 32만9000원이며 애플 코리아의 신학기 대학생 프로모션을 통해 맥북과 함께 구매하면 절반값인 17만원대로 구매할 수 있다.

공급 지연 문제는 아이폰으로도 번지고 있다. 수도권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박모(32)씨는 “최고사양 모델인 아이폰13 프로맥스의 경우 지난 1월부터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4개월 동안 1대도 못받아 예약 대기자만 수 십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애플코리아 온라인스토어에서 주문한 맥북 출고일이 점점 늦어지고 있는 모습. 지난 1월에 맥북 프로를 주문한 A씨는 벌써 2번이나 배송 지연 통보를 받았다. 독자 A씨 제공
현재 애플 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는 470만원 상당의 16인치 맥북 프로 제품에 대해 적어도 7월 11일까지 배송할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하지만 이마저도 정확한 날짜를 가늠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애플 제품이 중국에서 조립되고 있는데 예상치 못한 상하이 봉쇄 조치로 공급이 계속 미뤄지고 있다”며 “따로 주문제작을 해야 하는 모델은 상황에 따라 변동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미국의 투자회사 루프펀드의 조사에 따르면 애플 제품의 85%가 중국에서 조립된다. 특히 애플 맥북의 절반 이상을 위탁 생산하는 대만 콴타컴퓨터는 한 달이 넘도록 중국 상하이 공장을 정상적으로 운영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28일 상하이 봉쇄령이 내려져 공장 가동이 전면 중단됐다가 지난달 15일부터 부분 가동을 재개했지만 직원 4만명 가운데 6000여 명만 업무에 복귀한 것으로 알려져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애플코리아 공식 홈페이지에서 맥북 프로를 주문하기 위해 접속하자 늦어도 7월 11일까지 도착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애플코리아 온라인 스토어 캡처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상하이 봉쇄령으로 콴타처럼 생산 문제가 생긴 애플의 부품·조립 업체는 31곳에 달한다. 직간접적으로 봉쇄 영향을 받은 상하이 인근 지역인 장쑤성(79곳), 저장성(7곳)의 업체들까지 합치면 117곳이다.

한편 다음 달 6일 개최되는 애플의 연례행사인 세계개발자회의(WWDC)에서 신형 맥북 2종이 공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아이폰 새 운영체제(OS)인 iOS16 뿐만 아니라 하드웨어 신제품까지 공개될 것이란 전망이다. 블룸버그통신 IT 전문기자인 마크 거만은 지난달 10일(현지시간) '파워 온' 뉴스레터를 통해 "애플에서 올해 중반 또는 하반기 초 2개의 신형 맥북을 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며 다가올 WWDC가 신형 맥북과 아이폰의 공개 무대가 될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놨다.

권용훈 기자 fac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