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북핵수석, 오찬까지 3시간반 협의…"정세안정 긴밀 협력"(종합2보)

노규덕, 北대화 복귀위해 中역할 당부…류샤오밍 "건설적 역할 수행"
류샤오밍 "한반도 정세 새 변화"…통일장관 예방·내일 박진 후보자와 회동
한국과 중국이 3일 서울에서 북핵 수석대표협의를 하고 한반도 정세 안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류샤오밍(劉曉明) 중국 한반도사무특별대표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만나 엄중한 한반도 정세에 대한 평가를 공유하고 한반도 상황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양측은 오전 2시간 협의 뒤 1시간 30분가량 오찬을 함께해 총 3시간30분 정도 솔직하고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고 외교부 당국자는 전했다.

류 대표는 오전 협의 뒤 취재진을 만나 "한반도 정세에 새로운 변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우리는 공통의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변화'는 북한의 잇단 도발로 정세가 악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류 대표는 "(노 본부장과) 많은 공감대에 이르렀다"면서 "한중간에 공통으로 한반도의 비핵화를 추진하고 한반도의 안정을 이루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문제는 여전히 정치적으로 공동의 노력 과정을 거치고 있다"면서 "우리는 여전히 정치적 해결의 궤도에 놓여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외교부에 따르면 노 본부장은 북한의 일련의 미사일 발사와 풍계리 핵실험장 복구 등 최근 동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북한이 추가 상황 악화 조치를 자제하고 대화로 복귀할 수 있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북한의 추가 도발을 억제하기 위해서라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의 대북 제재 논의에 상임이사국인 중국이 적극적으로 임해달라는 취지의 요청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류 대표는 한반도와 역내 정세 안정을 위한 유관국 간 긴밀한 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하고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해 건설적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중국 측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북한이 도발에 나서는 '근본 원인'인 안보 우려 해소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거듭 피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은 한반도 문제 관련, 긴밀한 전략적 소통을 지속해 나가자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류 대표의 방한은 지난해 4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노 본부장과 대면 협의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회동에 대해 "분위기는 굉장히 솔직했다"면서 "그동안에 양측 간에 화상 또는 전화를 통해서 접촉이 있었기 때문에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났던 것처럼 기본적으로 우호적이었다"라고 말했다.

류 대표는 오후에는 통일부에서 이인영 장관 예방, 최영준 차관 면담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이 장관은 류 대표에게 "북한이 긴장 고조 행위를 중단하고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외교적 해법의 길로 나오도록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해줄 것"을 당부했다.

이에 류 대표는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과 한국 정부 교체기 및 한반도 정세 측면에서 중요한 시기"라면서 중국이 한반도의 비핵화, 평화와 안정의 실현 및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음을 언급했다고 통일부는 전했다.

최 차관도 류 대표와 만나 최근 정세에 대한 의견을 공유했고, 양측이 소통과 협력을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류 대표는 4일 오전에는 박진 외교부 장관 후보자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장관 후보자가 아닌 국회의원 자격으로 류 대표를 만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자는 최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를 인사청문준비 사무실에서 만나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류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을 만나고, 방한 기간 새 정부의 국가안보실 1차장으로 내정된 김태효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와도 회동할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