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따져보니 전세대출 이자 내는 것보다 낫다"

서울 임대차 시장, 월세계약 40% 육박
"대출금리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
"월세는 조정 가능해"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일부 은행들을 중심으로 전세 대출금리가 조금 낮아지긴 했는데 여전히 높은 수준입니다. 요샌 세입자들이 먼저 월세를 찾는 경우도 있습니다. 월세는 집주인과 조정이 가능하니까 더 싸게 들어갈 수 있다고 보는 것이죠."(서울시 강남구의 한 부동산 공인 중개 대표)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이 월세를 찾고 있다. 일부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전세자금 대출금리가 연초보다 소폭 내렸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세는 집주인과 협의를 거치면 소폭 조정도 가능해 '전세대출 이자를 내는 것보다 낫다'는 인식도 있다.4일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맺어진 임대차 계약 1만8019건 가운데 7015건이 월세 계약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대차 계약 가운데 38.93%다.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건 가운데 4건은 월세 계약이라는 의미다.

올해 1월 전체 계약에서 월세 계약이 차지하는 비율은 34.81%(1만528건 중 3665건)였는데 2월 38.66%(1만8784건 중 7262건)로 4%포인트 넘게 뛰었다가 3월 32.45%(1만6272건 중 6095건)로 다시 줄었다가 지난달 다시 비율이 확대된 것이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소에 부착된 매매 및 전월세 물량 사진=연합뉴스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이 확대된 이유는 임대차 3법 영향이 크다. 임대차 3법 시행 전인 2020년 6월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가 포함된 계약 비중은 22.58%에 불과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7월엔 이 비율이 28.44%로 한 달 새 6%포인트 가까이 급등한 것이다.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임대차 3법 시행 이후 초반엔 전세 매물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실수요자들이 어쩔 수 없이 월세를 들어갔다"며 "이후 집주인들의 보유세 부담, 전세 대출금리 인상 등으로 월세 거래가 잦아진 게 사실"이라고 했다.

집주인 입장에서 월세를 선호하기도 하지만, 세입자들도 월세를 찾고 있다. 보증금 규모가 워낙 커지다보니 금리가 부담돼서다. 시중은행을 중심으로 최근 전세 대출금리가 소폭 낮아졌지만, 이자비용을 추가 감당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 '우리전세론'(주택금융보증, 만기 2년)은 지난 2일 기준 연 3.39~3.99%로 올 1월 3.93~4.13%보다 금리가 낮아졌다. 신한은행 전세자금 대출금리(코픽스 신규)도 이달 기준 3.28~4.18%로 올해 1월보다 상·하단이 0.3%포인트 줄었다. NH농협·국민은행 등도 금리가 연초보다 소폭 완화됐다.
서울시 강동구 고덕동 한 아파트 전경. 사진=이송렬 기자.
은행을 통해 받는 전세대출은 금리를 낮추기가 어렵지만, 월세는 집주인과 협의를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는 점도 월세 거래를 늘린 배경으로 지목된다.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C 공인 중개 관계자는 "월세 금액이 협의가 되는지 묻는 실수요자들이 있다"며 "대출 이자와 다달이 내는 월세를 따져본 세입자들이 월세를 택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올해부터 강화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영향도 있다. 전세자금대출은 DSR에 해당되지 않지만, '전세보증금담보대출'은 해당된다. 전세보증금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융통하게 되면 DSR 한도가 줄어들다보니, 세입자들은 추가 전세금대출을 받기보다는 대출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선회하고 있다.

한편 부동산 시장에 여러 부작용을 야기시킨 '임대차 3법'은 새 정부 들어 개선될 전망이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전날 윤석열 정부 국정 비전과 목표를 구현하기 위한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했다.'임대차 3법'은 시장 혼선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임차인 주거 안정이 중요하기 때문에 임대차 시장을 지속해서 살펴보면서 부작용이 없도록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취지로 보인다. 임대차 시장 정상화를 위해 임대 리츠 활성화를 통한 민간임대주택 공급 촉진, 건설임대 등 등록임대 주택 확충도 추진한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