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사람 은행직원 아닌 거 같은데?"…보이스피싱 막은 식당주인

대출 사기 위기 종업원 설득해 수거책 식당으로 유인, 검거 도와

"대출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갚아야 한다고? 그거 '피싱' 아냐?"
지난 3월 29일 경기 시흥시 산현동에서 중식당을 운영하는 이모(48) 씨는 식당 종업원 A(41) 씨로부터 수상한 말을 들었다.

급히 대출을 받아야 하는데 승인을 받으려면 기존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고 해 잠시 뒤 은행 직원을 만나 상환할 돈을 건네기로 했다는 것이었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 듯한 수법에 의구심을 가진 이씨는 A씨를 설득해 당초 은행직원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를 식당 안으로 바꾸도록 했다. 곧이어 같은 날 오후 6시께 식당에 도착한 30대 여성 B씨를 본 이씨는 긴 머리를 늘어뜨린 행색 등을 보고 은행직원 같지 않다는 의심을 더 강하게 품었다.

A씨가 B씨에게 다량의 현금을 건네는 모습을 식당 내 다른 방에서 CC(폐쇄회로) TV로 지켜보고 있던 이씨는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B씨가 가게를 나서자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이어 식당을 나서는 B씨를 뒤따라나가 명함을 요구하고 소속을 물으며 경찰이 출동할 때까지 붙잡아뒀다. B씨는 5분여 뒤 도착한 경찰에 검거됐고, 조사 결과 보이스피싱 수거책으로 밝혀졌다.

A씨가 건넨 1천500만원도 회수됐다.

B씨는 온라인 취업 사이트 등으로 고액 일자리를 소개받아 이같은 보이스피싱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시흥경찰서는 사기 혐의로 B씨를 검찰에 송치하는 한편 검거를 도운 이씨를 '피싱 지킴이'로 선정해 감사장을 전달했다.

'피싱 지킴이'는 보이스피싱 피해 예방과 범인 검거에 도움을 준 시민에게 부여하는 명칭으로, 누구나 관심을 가지면 범죄를 예방할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하기 위한 경찰의 캠페인이다.

이씨는 "주변 이웃들이 관심을 가지고 조금만 봐준다면 보이스피싱 피해는 충분히 막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