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도운 시간만큼 도움받는다…신개념 품앗이 '서울시간은행'

서울시, 올해 4개 거점 시범사업 거쳐 내년에 전역 확대
#1. 대학생 A씨는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동네 어르신들이 어려워하는 디지털기기 활용법을 알려드리고 '시간화폐'를 적립했다. 며칠 뒤 이 화폐를 사용해 주민들로부터 자취방 정리 노하우를 배우고 밑반찬 나눔도 받을 수 있었다.

#2. 스마트폰 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동네 복지관에 다니는 어르신의 요청으로 스마트폰 이용법을 알려드린 뒤 시간화폐를 지급받았다.

이후 예고 없이 비가 내린 날 가게를 비울 수 없었던 B씨는 시간화폐를 써서 하교하는 아들에게 동네 주민이 우산을 대신 가져다주는 도움을 받았다. 이처럼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제공한 만큼 시간화폐를 적립해 나에게 필요한 도움을 받을 때 사용하는 신개념 품앗이 제도가 서울시에 도입된다.

서울시는 '서울시간은행' 시범사업을 9일부터 4개 거점에서 시작한다고 3일 밝혔다.

서울시간은행은 미국에서 도입돼 현재 영국, 호주 등 전 세계 40여개국에서 운영 중인 '타임뱅크' 방식을 차용했다. 간단한 집수리부터 카풀(차량 공유), 반찬 나눔, 반려동물 산책 같이 대부분의 일상적인 도움 주고받기에 적용될 수 있다.

시는 올해 ▲ 국민대-정릉 ▲ 방아골종합사회복지관 ▲ 타임뱅크하우스 ▲ 서울시청 등 4개 거점(지점)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연말까지 민간 전문기관을 통해 사업 효과를 분석·검증한다.

이어 내년에 자체 온라인 플랫폼을 선보이면서 서울 전역으로 확대해 본 사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시범사업은 9일부터 네이버 카페 '서울시간은행'(https://cafe.naver.com/seoultimebank)을 통해 순차적으로 시작한다.

14세 이상 서울시민 누구나 회원으로 가입할 수 있고 4개 거점별로 코디네이터가 배치돼 활동 수요·공급 매칭, 시간화폐 적립·사용 등을 지원한다.
4개 거점 가운데 타임뱅크하우스지점은 노인 인구가 가장 많은 홍은동에 있어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일명 '노노(老老)케어' 활동에 중점을 둔다.

비영리법인 타임뱅크코리아가 주요 협력 기관으로 참여해 6월 중 홍은동 포방터시장 내에 시간은행 활동 거점 공간인 타임뱅크하우스를 개소하고 노인 간 '서로배움교실'을 운영할 예정이다.

서울시청지점에서는 시 공무원을 대상으로 어린이집 등·하원 카풀, 주말 육아 품앗이, 물품 대여 등의 도움을 나눠 안정적인 직장공동체 문화 형성에 나선다.

시는 서울시간은행을 포스트 코로나 시대와 디지털 대전환에 대응해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고 공공복지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대도시형 공동체 모델로 만들어간다는 목표다. 이원목 서울시 시민협력국장은 "개개인의 고립·외로움을 해소하고 현대 대도시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한 새로운 형태의 공동체 모델 정립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서울시간은행이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상생도시 서울의 기반이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시민들과 함께 노력해가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