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용·등산용 레깅스만 13벌"…애슬레저도 TPO 따져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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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전문적으로 즐기는 소비자 애슬레저룩 '기능 중시'
레깅스 일상화에 '슬림핏' '조거핏' 디자인도 다양해져
휠라, 일상복으로써의 테니스웨어 강조한 '액티브 오프' 선봬
# 회사원 박지수 씨는 레깅스만 13벌 가지고 있다. 필라테스용, 러닝용, 야외수영용, 등산용 등 용도가 다 다르다는 것이 박씨의 설명이다. 출퇴근용으로 입는 레깅스도 별도로 구매했다. 박씨는 "레깅스라고 다 똑같은 레깅스가 아니다. 신축성, 두께부터 핏까지 다양해 상황에 따라 다른 제품을 입어야 한다"고 설명했다.애슬레저(애슬레틱+레저)룩 시장이 커지고 제품도 다양해지며 기능 및 TPO(Time시간·Place장소·Occasion상황)에 따라 제품을 다양하게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필라테스·등산·테니스 등을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것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배우고 있는 만큼 운동복의 기능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애슬레저룩이 일상복으로도 자리 잡으며 상황에 따른 디자인을 고려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분석이다.6일 온라인 쇼핑몰 리뷰 솔루션 기업 크리마에 따르면 2019~2021년 애슬레저룩 상품 리뷰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레깅스 상품과 관련 리뷰에선 '물놀이' '군살' '홈트레이닝' '등산' '외출복' 등의 키워드가 함께 등장했다. 소비자가 특정 상황에 따라 명확한 기능을 가진 레깅스를 찾는다는 의미다.
실제 레깅스 업계는 물놀이 때 입을 수 있도록 방수기능을 추가한 '워터 레깅스' 외에 운동강도에 따라 부상 위험도 등을 낮출 수 있도록 제품 원단과 길이를 달리한 상품을 출시하고 있다. 요가나 필라테스와 같이 유연성을 필요로 하는 운동을 즐기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원단 두께를 얇게 만들어 활동성을 높인 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또 고강도 운동 등 부상 위험이 높은 스포츠를 즐기는 소비자를 위해서는 스판사 밀도를 높게 직조해 근육을 잘 잡아주는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애슬레저룩의 용도가 일상복으로도 확대되면서 일상 속 TPO에 맞게 제품을 입으려는 움직임도 있다. 정보기술(IT)회사에서 일하는 김다솔 씨(33)는 "회사 출근 복장이 자유롭다 보니 편한 옷을 입기 위해 레깅스를 입는다"며 "다만 실루엣이 너무 드러나게 입을 수는 없어서 일반 바지 형태의 슬랙스핏의 레깅스를 입는다"고 말했다.이같은 수요를 반영해 최근 레깅스 업계는 다리에 달라붙는 '쫄쫄이' 형태의 레깅스가 아닌 부츠컷, 조거핏 레깅스를 선보이고 있다. 부츠컷은 종아리 아래부터 발목까지 퍼지는 형태로 디자인된 제품이다. 조거핏은 조깅하는 사람(조거·Jogger)이 입는 바지 형태라는 뜻으로, 엉덩이부터 발목까지 비교적 품이 넉넉하게 디자인 됐다.
골프·테니스웨어 업계도 기능성을 강조한 제품을 포함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증을 원하는 소비자를 위한 화려한 색감의 제품 및 일상에서 입을 법한 파스텔·무채색의 옷을 함께 선보이고 있다. 최근 휠라는 테니스웨어의 활동성을 강조한 ‘액티브 온’과 일상복으로써의 디자인을 강조한 ‘액티브 오프’로 상품군을 나누기도 했다.
한 애슬레저룩 업계 관계자는 "매장을 방문하는 소비자들 중 '필라테스용' '러닝용' '등산용' '출근용' 등 명확한 목적을 언급하며 제품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트레이너들도 부상 방지나 운동 효과 극대화를 위해 특정 레깅스를 콕 집어 추천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