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00억 들여 신사옥 지었는데…네이버 '완전재택' 추진,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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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주3일 출근·완전재택 선택제 도입…신사옥 딜레마 푼다네이버가 주5일 출근제도를 사실상 없애는 근무 방식 실험에 나선다.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방침이 해제된 이후에도 직원이 사무실 출근과 원격근무를 자유롭게 선택하도록 할 방침이다.
4900억 제2사옥 지었는데 직원들 '재택하자'
대규모 입주 전 원격근무 미리 선택하게 해
6개월간 유지…공간 운용성 높여
네이버 직원, 사무실 출근·원격 근무 선택한다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새로운 근무제인 '커넥티드 워크'를 도입한다고 4일 밝혔다. 직원이 직접 업무 장소와 근무 시간을 자율 선택하는 제도다. 기존 업무 시간 자율 운영제에다 업무 공간에 대해서도 선택권을 추가했다. 새 제도는 타입O와 타입R로 나뉜다. 타입O는 월 평균 주 3회 이상 회사 사무실로 출근하는 제도다. 출근 요일은 개인 선택에 맡긴다. 이를 선택한 직원들 대상으로는 사내에 고정 좌석을 배정해둔다.타입R은 원격 근무를 기반으로 하는 유형이다. 주5일 집이나 외부 장소에서 일할 수 있고, 필요시 사무실로 출근하는 식이다. 이들에겐 고정좌석을 제공하지 않는다. 락커(사물함)을 배정해두고, 사무실에 출근하면 공용 업무공간의 좌석을 신청해 쓸 수 있게 한다.
일부 예외도 있다. 신규 입사자는 적응을 위해 입사 후 3개월간 최소 주1회 출근을 원칙으로 하기로 했다. 입사 후 6개월까지는 개인이 선택한 근무타입과 무관하게 고정좌석을 지원한다. 기존 직원에 대해서는 동료간 정서적 교류를 위해 최소 월 1회 대면 팀워크 데이를 권장한다는 방침도 내놨다. 네이버는 이날부터 오는 11일까지 올해 하반기 근무 형식 선택 기간을 거친다. 내년 상반기 근무형식은 오는 12월 선택하게 할 방침이다. 이같은 체제를 약 1년간 시험 운영한 뒤 구성원 반응 등을 반영해 제도를 보완·개선할 계획이다.
4900억 들인 제2사옥 활용도 높이는 조치
새 방침은 지난달 네이버가 공개한 제2사옥 '1784' 활용도를 놓고 고민한 결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네이버는 지난달 본사 그린팩토리 옆에 완공한 제2사옥을 공개했다. 코로나19 이전 사무실 출근 제도가 당연했던 시기에 착공해 건설비에만 약 4830억원이 들어간 건물이다. 네이버는 이 건물에 로봇·자율주행·AI·클라우드 등 각종 신기술을 적용한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이 주5일 사무실 출근 제도를 탐탁치 않아하는 분위기가 커졌다. 네이버가 본사 직원 4795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근무제도 선호도 설문(응답률 76.1%)을 한 결과 주5일 사무실 출근을 가장 선호한다고 답한 직원은 2.1%에 불과했다. 반면 혼합식 근무를 선호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52.2%, 주5일 재택 선호 답변은 41.7%였다. 1784엔 네이버, 네이버파이낸셜, 네이버랩스, 네이버I&S가 입주할 예정이다. 신사옥에 기껏 사무실을 만들어놔도 출근하는 이가 없으면 그만큼 공간 비용이 낭비된다. 반면 직원들에게 입주 전부터 6개월간 근무 체계를 선택하게 하면 공간 운용에 예측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네이버는 언제, 어디서 일하는가를 따지기보다 '일의 본연의 가치'에 집중해 신뢰를 바탕으로 성과를 만들어왔다"며 "네이버만의 문화를 바탕으로 새로운 근무제를 도입하게 됐고, 앞으로도 일의 본질에 집중해 직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업무에 몰입할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을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