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에 없는 '강남아파트'…신림동 랜드마크로 탈바꿈

부동산 프리즘

조합설립 27년 만에 재건축
'힐스테이트 뉴포레' 9월 입주
시공사 교체만 4번 '우여곡절'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20여 년간 방치돼 ‘도심 속 흉물’로 불리던 서울 관악구 신림동 강남아파트가 올 하반기 입주를 앞두고 있다. 1974년 준공된 이 단지는 시공사만 네 번 교체된 불운의 사업장이다. 공공재건축으로 겨우 사업이 재개됐고 우여곡절 끝에 최고 35층짜리 신림동 대장 아파트로 탈바꿈하게 됐다.

4일 강남아파트 재건축조합에 따르면 744가구 규모의 강남아파트는 1143가구의 ‘힐스테이트 뉴포레’로 변신해 오는 9월 입주를 시작한다. 이 단지는 ‘강남에 없는 강남아파트’라는 별칭이 있다. 1974년 준공될 당시엔 한강 이남 지역을 강남으로 칭해 강남아파트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파란만장한 재건축 역사로도 유명하다. 1995년 조합 설립 후 준공까지 무려 27년이 걸렸다. 1995년 최초로 조합이 설립됐고 다음해인 1996년 서한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1997년 외환위기로 사업이 중단되면서 2005년 금호건설을 새 시공사로 정했다.

사업이 재개된 지 얼마 안 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사업은 다시 원점이 됐다. 2009년 남광토건이 시공사로 재선정됐지만 조합과 시공사 간 갈등으로 2011년 계약이 다시 파기됐다. 2012년 다시 계약을 맺은 SK건설은 사업성 악화로 손을 털고 나갔다.

그사이 단지는 점점 노후화됐다. 이미 2001년 재난위험시설로 지정될 정도였다. 단지에 거주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낡아지면서 조합원들이 하나둘 집을 떠났다. 흉가처럼 변한 단지가 도심 한가운데 자리 잡게 된 사연이다. 이 단지는 서울지하철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역에서 직선으로 300m 거리에 있다.사업이 정상궤도로 돌아온 건 2016년께다. 서울시가 첫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연계형 정비사업으로 지정하고 SH공사가 공동 시행에 나서면서 300% 이하인 용적률을 405%까지 높여줬다. 조합원분(744가구)을 제외한 273가구는 서울투자운용에 일괄 매각해 뉴스테이로 활용하고 나머지 126가구는 SH공사가 매입해 임대하기로 했다. 시공은 현대엔지니어링이 맡았다. 현대엔지니어링 관계자는 “SH공사가 초기 사업비를 모두 보증하고, 분양 물량도 모두 매입하는 조건이었기 때문에 시공사로선 위험 부담이 줄었다”며 “임대주택이 포함돼 있지만 조합원 아파트와 동일한 품질의 마감재 등으로 시공했다”고 말했다.

역세권에 1000가구가 넘는 단일 단지가 들어서는 만큼 힐스테이트 뉴포레는 신림동의 대장 아파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전용 59㎡ 조합원 분양가는 4억2300만원, 전용 84㎡는 5억4200만원이었고, 추가 분담금은 2억5000만~3억50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주변 시세와 비교하면 5억원 이상 낮은 가격이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