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물류센터 들어오며 고용 숨통…창원 떠났던 2030 돌아온다"
입력
수정
지면A8
쿠팡, 美 상장으로 실탄 마련‘쿠팡 효과’가 가장 두드러진 분야는 지방 고용이다. 쿠팡의 뉴욕증권거래소 상장(지난해 3월 11일) 이후 처음으로 쿠팡 투자를 유치한 경남 창원시의 변화를 살펴보면 쿠팡발(發) 일자리 창출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창원 물류센터 등 투자 단행
‘경남 제조업 1번지’였던 창원은 조선업 구조조정, 탈원전의 여파로 작년 한 해 3359명분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정현섭 창원시 경제일자리국장은 “최근 1년간 1100여 명을 채용한 쿠팡이 앞으로 3200명까지 인력을 확대할 예정”이라며 “고용 인원의 90%가량이 창원 거주자로, 쿠팡 덕분에 떠난 청년들이 돌아오고 있다”고 말했다.
실업률 떨어뜨린 쿠팡의 투자
4일 창원시에 따르면 지난 1월 말 현재 창원에 있는 근로자 500명 이상 사업장 26곳 중 21곳이 1년 전보다 고용을 줄였다. 두산중공업(-57명), 현대로템(-49명), 효성중공업(-34명) 등 과거 창원 경제를 이끌었던 조선·방위산업·기계 분야 대기업들이 그랬다.‘고용 한파’는 창원을 뒤흔들었다. 방산 부품을 제조하는 한 중소기업인은 “일자리가 줄면서 젊은 사람들이 서울 등 수도권으로 대거 이탈했다”며 “사람을 못 구해 얼마 전에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를 연봉 4000만원에 가까스로 고용했다”고 말했다.창원의 핵심 상권으로 불리는 상남동 일대도 활력을 잃었다. 창원 등 경남 지역의 올 1분기 오피스 공실률은 17.1%로 5년 전과 비교해 4.8%포인트 상승했다.
정 국장은 “창원시 인구 중 약 12만 명이 제조업에 종사 중”이라며 “제조업 일자리가 10%만 줄어도 4인 가족 기준으로 5만 명이 타격을 받는 셈”이라고 했다. 그는 “창원은 제조와 서비스업 비율이 5 대 5로 한국 평균(4 대 6)은 물론 유럽 주요 도시 평균(3 대 7)에 비해 제조업 의존도가 높다”고 덧붙였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4월부터 시작된 쿠팡의 투자는 ‘가뭄에 단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쿠팡은 약 3000억원을 투자해 스마트 물류센터 두 곳을 신설한다.이를 통해 내년까지 총 3200명을 고용할 계획이다. 쿠팡의 지속적 투자로 2019년 상반기 4.7%까지 치솟았던 창원의 실업률은 지난해 3.7%로 줄었다.
쏟아지는 지자체 러브콜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 등 다른 기업들의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김인수 경상남도 투자유치단장은 “쿠팡이 입주한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 두동지구는 작년 초까지 25년간 사업이 표류해 입주 기업 한 곳도 없이 썰렁했다”며 “쿠팡 투자 이후 LG전자 등 13개 업체가 잇따라 들어왔다”고 설명했다.창원의 쿠팡 효과가 입소문을 타자 경남 18개 시·군을 비롯해 전국의 지방자치단체들은 앞다퉈 쿠팡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경상남도엔 e커머스 전담팀이 올초 신설됐다. 김 단장은 “물건을 쌓아두는 단순 물류창고를 유치하려던 데서 인공지능(AI)과 자동화에 기반한 스마트 종합물류 중심으로 경상남도의 산업 전략을 수정했을 정도로 쿠팡의 파급력이 크다”고 말했다.지역에서 무엇보다 고무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청년들의 지역 잔류와 회귀다. 지난해 7월 쿠팡 창원 물류센터에 입사해 현장 관리자로 근무 중인 지현준 씨(30)는 서울 동대문에서 온라인 의류 쇼핑몰을 운영하다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는 “쿠팡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줬다”며 “쇼핑몰 경험을 살려 쿠팡에서 성공 스토리를 다시 쓰고 싶다”고 말했다.
매일 아침·저녁 쿠팡의 통근버스 수십 대가 오가는 풍경은 창원의 일상이 됐다. 최성수 쿠팡 창원물류센터장은 “창원뿐만 아니라 진주, 거제, 부산에서도 출퇴근 수요가 증가해 통근버스를 계속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3년간 물류센터 두 배 확대”
쿠팡이 지난해 뉴욕에 상장한 이후 한국에 투자한 금액은 1조8600억원에 달한다. 김범석 쿠팡 창업자는 “수도권 이남에 물류 투자를 집중해 2020년 말 231만㎡ 규모였던 물류 시설을 2023년 말까지 528만㎡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이를 통한 고용 창출 효과는 약 5만 명에 달할 전망이다. 이인태 경남대 경영학부 교수는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선 청년 일자리 창출이 중요한데, 과거처럼 제조업 유치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창원시 관계자는 “기름때 묻히기를 꺼리는 2030세대가 물류·배송 노동을 다음 단계로 가기 위한 ‘일자리 징검다리’로 활용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박동휘/박종관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