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립식 가족' 이민정 PD "이런 가족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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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이유로 함께 사는 경험, 걸림돌 아닌 디딤돌 될 것"
"85세 김영옥, 처음엔 이해 못하다 이젠 친근하게 느껴" 여러 차례 이사를 같이 다니며 6년째 함께 사는 댄서 동료, 한집에서 부부처럼 생활하지만 결혼 생각은 아직 없는 동거 커플, 한집에 살며 비싼 서울 집값을 감당하는 무명 배우들.
tvN 예능 '조립식 가족'은 혈연이나 결혼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닌, 자발적으로 가족이 되기로 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찰 예능이다. 8부작으로 제작돼 현재 7회까지 방송을 마쳤다.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한 이민정(41) PD를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PD는 "지난해 1인 가구가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었다는 뉴스를 봤다"며 "TV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다뤘는데 2030 젊은 친구들은 연예인처럼 잘 갖추고 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통 피붙이와 함께 살거나 결혼하는 게 아니라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 고민하잖아요.
세상에 이런 (다른 형태의) 가족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
'조립식 가족'에는 여성 댄서 모니카와 립제이, 임라라-손민수 커플, 배우 현봉식과 이천은, 김대명 가족이 나온다. 이 PD는 "모니카와 립제이는 이 프로그램의 상징 같은 존재"라며 "남남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침해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임라라-손민수 커플은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방송에서 동거 생활을 이렇게까지 전면에 내세워 보여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현봉식 씨의 경우 자신의 집에 배우를 꿈꾸는 친구와 동생을 살게 해준 케이스였는데, 시청자들도 이들을 보면서 응원해줬으면 했다"고 섭외 이유를 밝혔다. 모니카와 립제이는 이미 같이 산 기간이 길어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보다 '척'하면 '척'하고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장면이 많다. 현봉식 가족 역시 소소한 오해가 빚어지긴 해도 큰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이 PD는 "보통 가족 예능이라고 하면, 성격이 불같은 아빠라든가 경제적 문제라든가 하는 갈등 요소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반면 '조립식 가족'은 성인들이 합의하고 함께 사는 것이어서 각자가 지키는 선이 있어 격렬하게 싸울 일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임라라-손민수 커플의 경우 전통적인 성별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임라라의 집에 손민수가 들어가 살 뿐만 아니라, 부엌일을 도맡는 이는 손민수다.
임라라는 주로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PD는 "참 사랑스러운 커플"이라며 "양쪽 어머님들은 두 사람이 유튜브 채널을 함께 개설했을 때는 커플임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데 반대했는데, 이후에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막상 동거 때는 거의 반대하시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립식 가족'의 또 다른 재미는 MC 김영옥과 이용진의 시각차다.
올해 85세인 김영옥과 1985년생인 이용진은 '85즈'로 불린다.
이용진이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며 조립식 가족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반면, 김영옥은 신기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임라라가 난자 동결 시술을 받았을 때도 김영옥은 결혼하면 좋겠다고, 이용진은 결혼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 PD는 "김영옥 선생님은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전통적인 가족관 속에 살아오신 분"이라며 "처음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도 '가족이 아닌데 왜 가족이라고 하느냐'며 이해를 못 하셨는데, 계속 영상을 보면서 점점 출연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친근하게 느끼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왜 저러고 사느냐'고 하셨는데, 지금은 외동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많고 피붙이가 없으니 저렇게도(조립식 가족으로도) 살 수 있겠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지켜본 이 PD는 가족이란 밖에서 부대끼고 들어왔을 때 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마음만 통한다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어떻게 묶여있든지 관계없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PD는 조립식 가족이 영원히 깨지지 않는 완전한 가족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모니카와 립제이는 각자 연인을 만나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임라라-손민수 커플 역시 결혼하거나 헤어질 수 있다.
현봉식 가족은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져 각자 독립해 사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이 PD는 "어떤 가족도 완전하지 않다"며 "조립식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족이라고 부르는 부부, 가족도 언제든 이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 정서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조립식 가족이 되는데, 이런 상황이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디딤돌이 되겠죠. 타인과 살아본 경험 덕분에 결혼하고 새 가정을 이루거나 또 다른 조립식 가족을 만났을 때 함께하는 생활을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 /연합뉴스
"85세 김영옥, 처음엔 이해 못하다 이젠 친근하게 느껴" 여러 차례 이사를 같이 다니며 6년째 함께 사는 댄서 동료, 한집에서 부부처럼 생활하지만 결혼 생각은 아직 없는 동거 커플, 한집에 살며 비싼 서울 집값을 감당하는 무명 배우들.
tvN 예능 '조립식 가족'은 혈연이나 결혼으로 연결된 관계가 아닌, 자발적으로 가족이 되기로 한 새로운 형태의 가족 관찰 예능이다. 8부작으로 제작돼 현재 7회까지 방송을 마쳤다.
프로그램을 기획·연출한 이민정(41) PD를 최근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 PD는 "지난해 1인 가구가 (전체 세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가 넘었다는 뉴스를 봤다"며 "TV에서도 혼자 사는 사람들을 많이 다뤘는데 2030 젊은 친구들은 연예인처럼 잘 갖추고 살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보통 피붙이와 함께 살거나 결혼하는 게 아니라면 평생 혼자 살아야 할지 고민하잖아요.
세상에 이런 (다른 형태의) 가족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
'조립식 가족'에는 여성 댄서 모니카와 립제이, 임라라-손민수 커플, 배우 현봉식과 이천은, 김대명 가족이 나온다. 이 PD는 "모니카와 립제이는 이 프로그램의 상징 같은 존재"라며 "남남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고, 서로를 침해하지 않고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가족"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임라라-손민수 커플은 시대가 변하긴 했지만, 방송에서 동거 생활을 이렇게까지 전면에 내세워 보여준 적은 없었던 것 같다"며 "현봉식 씨의 경우 자신의 집에 배우를 꿈꾸는 친구와 동생을 살게 해준 케이스였는데, 시청자들도 이들을 보면서 응원해줬으면 했다"고 섭외 이유를 밝혔다. 모니카와 립제이는 이미 같이 산 기간이 길어 좌충우돌하는 에피소드보다 '척'하면 '척'하고 호흡이 맞아떨어지는 장면이 많다. 현봉식 가족 역시 소소한 오해가 빚어지긴 해도 큰 싸움이 벌어지지는 않는다.
이 PD는 "보통 가족 예능이라고 하면, 성격이 불같은 아빠라든가 경제적 문제라든가 하는 갈등 요소가 생기기 마련"이라며 "반면 '조립식 가족'은 성인들이 합의하고 함께 사는 것이어서 각자가 지키는 선이 있어 격렬하게 싸울 일이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임라라-손민수 커플의 경우 전통적인 성별 역할이 뒤바뀌었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됐다.
임라라의 집에 손민수가 들어가 살 뿐만 아니라, 부엌일을 도맡는 이는 손민수다.
임라라는 주로 집안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PD는 "참 사랑스러운 커플"이라며 "양쪽 어머님들은 두 사람이 유튜브 채널을 함께 개설했을 때는 커플임을 공식적으로 알리는 데 반대했는데, 이후에도 잘 지내는 모습을 보고 막상 동거 때는 거의 반대하시지 않았다고 한다"고 전했다.
'조립식 가족'의 또 다른 재미는 MC 김영옥과 이용진의 시각차다.
올해 85세인 김영옥과 1985년생인 이용진은 '85즈'로 불린다.
이용진이 주변에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며 조립식 가족들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반면, 김영옥은 신기한 시선으로 이들을 바라본다.
임라라가 난자 동결 시술을 받았을 때도 김영옥은 결혼하면 좋겠다고, 이용진은 결혼은 시간을 갖고 천천히 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는 의견을 냈다.
이 PD는 "김영옥 선생님은 사실 어떻게 보면 가장 전통적인 가족관 속에 살아오신 분"이라며 "처음 프로그램을 설명할 때도 '가족이 아닌데 왜 가족이라고 하느냐'며 이해를 못 하셨는데, 계속 영상을 보면서 점점 출연자들에게 감정이입을 하고 친근하게 느끼신다"고 말했다.
이어 "처음에는 '멀쩡한 사람들이 왜 저러고 사느냐'고 하셨는데, 지금은 외동으로 태어난 아이들도 많고 피붙이가 없으니 저렇게도(조립식 가족으로도) 살 수 있겠다고 느끼시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을 지켜본 이 PD는 가족이란 밖에서 부대끼고 들어왔을 때 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존재라고 했다.
마음만 통한다면 어떻게 알게 된 사이인지, 어떻게 묶여있든지 관계없이 가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PD는 조립식 가족이 영원히 깨지지 않는 완전한 가족이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모니카와 립제이는 각자 연인을 만나 결혼을 할 수도 있고, 임라라-손민수 커플 역시 결혼하거나 헤어질 수 있다.
현봉식 가족은 경제적인 상황이 나아져 각자 독립해 사는 것이 목표이기도 하다.
이 PD는 "어떤 가족도 완전하지 않다"며 "조립식 가족뿐만 아니라 우리가 전통적으로 가족이라고 부르는 부부, 가족도 언제든 이별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적 이유, 정서적 이유 등 다양한 이유로 조립식 가족이 되는데, 이런 상황이 또 다른 가족을 만드는 데 걸림돌이 되지는 않을 거라고 확신해요.
디딤돌이 되겠죠. 타인과 살아본 경험 덕분에 결혼하고 새 가정을 이루거나 또 다른 조립식 가족을 만났을 때 함께하는 생활을 더 잘 해낼 수 있지 않을까요.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