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으로 변했다"…아조우스탈 제철소서 밤새 격전

우크라 마리우폴 방어 최후 거점
러시아, 드론·군함 동원해 폭격

우크라, 러시아 장성 12명 사살
美가 러 작전 정보 제공한 듯
마리우폴을 방어하는 우크라이나군의 마지막 거점인 아조우스탈 제철소에서 밤새 격전이 벌어졌다.

5일(현지시간) CNN 등 외신에 따르면 페트로 안드류첸코 마리우폴 시장 보좌관은 “러시아군이 드론 등을 통해 아조우스탈 제철소를 공격했고 새벽 내내 포격을 지속했다”며 “상황이 긴박해 제철소 주변 민간인들에게 공습을 경고할 틈조차 없었다”고 밝혔다. 그는 “아우조스탈 제철소 인근 11㎢가 지옥으로 변했다”고 말했다.전날부터 러시아군 공격이 시작됐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4일 “러시아가 중포, 탱크, 전투기로 총공세를 펼치고 있으며 바다 쪽에서는 군함도 공격에 가담했다”며 “아조우스탈에는 어린이 30명가량을 포함해 아직 수백 명의 민간인이 있다”고 전했다.

그는 “제철소 내 병력과 연락이 끊겼다”며 “그들이 안전한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아조우스탈 제철소는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 도시 마리우폴을 방어 중인 36해병여단과 아조우 연대의 마지막 거점이다. 우크라이나군 외에도 민간인 수백 명이 이곳에 대피해 있다. 우크라이나 정부와 유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지난 1일 아조우스탈에서 민간인 150여 명을 대피시키기도 했다.우크라이나 당국은 러시아군이 제철소 점령에 안간힘을 쓰는 이유가 전승절(2차 세계대전 승리기념일)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이 오는 9일 전승절 행사를 앞두고 마리우폴 점령을 위해 총공세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국방정보국과 마리우폴 당국의 주장을 종합하면 러시아군은 현지 주민을 동원해 마리우폴 극장 등 도시 중심지에 있는 건물 잔해와 시신 등을 치웠다. 마리우폴 극장은 지난 3월 러시아군의 폭격으로 민간인 300여 명이 떼죽음을 당한 곳이다.

마리우폴을 비롯해 우크라이나 전역에 러시아군의 공습이 잇따랐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8개 지역의 철도, 발전소 등 기간시설을 조준해 18발의 크루즈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르비우에서는 철도망에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 3곳이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으로 무너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포를 퍼뜨리기 위해 미사일 테러리즘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우크라이나 철도공사에 따르면 최근 수일간 르비우를 비롯해 중서부의 철도 시설 6곳이 미사일 공격을 받아 최소 40편의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CNN은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기간시설 중에서도 철도를 주요 타깃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전했다. 서방으로부터 지원받는 군수물자와 물품, 인도적 지원을 차단하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미국과 영국 군사당국은 우크라이나의 기간시설이 러시아군의 새로운 작전 목표가 됐다고 분석했다.한편 개전 이후 러시아군 장성 12명이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사살됐는데, 러시아군 동향과 관련된 정보를 미국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에 제공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러시아 야전 사령부 위치를 비롯해 러시아군의 돈바스 작전 계획을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김리안/오현우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