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없는' 러시아 펀드 환매
입력
수정
지면A24
운용사 수익자총회 중단 잇따라자산운용사들이 환매가 중단된 러시아 펀드 관련 수익자총회를 그만 열기로 했다. 러시아 증시에서 외국인 주식 매도가 금지돼 있어 펀드 환매가 어차피 불가능한 상황에서 계속 수익자총회를 여는 게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KB자산운용은 지난달 말 열었던 러시아펀드 수익자총회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수익자총회를 열지 않겠다고 최근 밝혔다. 이들 운용사는 환매가 연기된 러시아펀드와 관련해 투자자의 의견을 묻는 수익자총회를 지난달 중순 열었지만, 자본시장법상 정해진 정족수(최초 수익자총회의 경우 발행된 수익증권 중 좌수의 4분의 1 이상·연기 수익자총회는 8분의 1 이상)를 채우지 못했다. 2주 뒤에 연 연기 수익자총회도 마찬가지였다.현행법상 수익자총회의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경우 요건이 성립될 때까지 2주에 한 번 정기적으로 연기 수익자총회를 열어야 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사태로 환매가 중단된 러시아펀드의 경우 수익자총회를 반복해서 열어봤자 환매를 연기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다. 러시아 정부가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매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자산운용업계는 금융당국에 연기 수익자총회를 계속 열어야 하는지 질의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자본시장법 237조 2항 ‘환매에 관해 정한 사항의 실행이 불가능한 경우엔 계속해서 환매를 연기할 수 있다’는 예외조항이 이번 사태에 해당된다는 해석을 내렸다.
운용업계는 러시아 증시에서 외국인의 매매가 정상화되는 대로 투자자 환매 요청에 대응할 방침이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