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소주 칵테일에…2030이 빠져들었다

'명절 소주'의 변신
전통주 특유의 탄 냄새 없애
칵테일 소재로 젊은층에 인기
한국 전통술 혁신 앞장

전통주 세계화 시동
美수출 맞춤형 브랜드 디자인
"코냑같은 국가대표 명주 도전"
코로나에도 술공장 풀가동
박찬관 명인안동소주 대표가 새롭게 도입한 다양한 디자인을 설명하고 있다.
주로 명절에 주목받던 안동소주가 전통주 칵테일(사진) 바람을 타고 젊은 세대들에게 인기를 끌며 한국 전통주의 변신을 주도하고 있다.

경북 안동시 바이오산업단지에 자리잡은 명인 안동소주(대표 박찬관)는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최근 2년 이상 100% 가동률을 보이며 5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5일 밝혔다.안동에는 9개 안동소주 브랜드가 있다. 이 가운데 명인 안동소주는 3단 담금 방식, 감압식 증류라는 독특한 주조비법이 있다. 누룩과 고두밥을 섞어 밑술을 만드는 과정에서 막걸리를 증류하는 2단 방식이 아니라 청주를 다시 증류해 누룩내가 덜 난다. 박찬관 대표(65)는 “주위 기압보다 낮은 기압에서 만드는 감압 방식이 전통주 특유의 탄 냄새도 잡아 칵테일 소재로도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명인 안동소주는 박 대표의 부친인 박재서 옹(84)이 가문에 내려오던 가양주의 비법을 전수해 시작됐다. 그는 1995년 전통주 명인에 지정됐다.

명인 안동소주의 변신은 박 대표가 2010년 현재의 도가로 옮겨오면서 본격화했다. 그는 “제조 방법은 전통을 지키되 젊은 고객의 입맛에 맞게 끊임없이 변신을 거듭하려고 노력했다”고 경영철학을 소개했다.마케팅을 전공한 경영학 박사인 박 대표는 먼저 45도 외에 35도, 22도, 19도 등 저도주로 제품을 다양화했다. 안동소주의 디자인과 상표에 변화를 주고 온라인 홍보도 대폭 강화했다. 활발한 고객과의 소통은 온라인·직매장 매출 증가와 체험관광으로 이어졌다.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지정된 후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에는 2만여 명의 체험객이 다녀갔다.

한글 상표도 과감히 도입했다. 장교 출신인 박 대표는 “수십 년 이어온 한자 상표에 변화를 주는 데 반대가 많았지만 많은 젊은 장병이 한자를 잘 읽지 못했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안동소주의 ㅇ, ㄷ, △, ㅈ을 모티브로 1000병을 한정 생산했는데 하루 만에 동이 났다. 넷플릭스의 오징어게임이 유행하면서다. 경상북도의 지원으로 양반탈과 부네탈을 모티브로 한 현대적 디자인은 ‘호안 미로의 그림을 연상케 한다’는 반응을 얻었다. 국내 한 라면회사의 브랜드 디자인을 한 양재원 디자이너의 작품이다. 양 디자이너는 “박 대표는 고객 중심 경영으로 전통주의 역사를 새로 쓰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대표는 미국 수출용으로 투명한 병도 개발했다. 불투명한 병은 신뢰하지 않는 미국 소비자를 고려했다. 명인 안동소주는 2013년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와 2014년 몽드셀렉션에서 대상을 받았다. 회사는 2014년 흑자 대열에 올랐다.

명인 안동소주는 칵테일업계에서도 화제다. 지난 3월에는 안동관광두레센터가 서울관광재단에서 연 안동미식여행 전시체험행사에 참여했다. 전통주 국가대표 소믈리에 홍보대사인 서정현 바텐더의 창작 칵테일 쇼에서 명인 안동소주를 재료로 ‘안동소주 하회마을’ 같은 창작 칵테일을 선보였다. 박 대표는 “위스키, 코냑, 보드카처럼 국가를 대표하는 세계적 명주가 되겠다”고 강조했다.

안동=오경묵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