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도 트윗이 되나요"…'천재 덕후녀'에 꽂힌 머스크 [백수전의 '테슬람이 간다']
입력
수정
머스크의 여자들은 뭔가 특별한 게 있다 (3) 그라임스
본 코너는 애플의 뒤를 이어 2020년대 ‘모빌리티 혁명’을 이끌어갈 테슬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다양한 뒷이야기들을 풀어갈 예정이다. 스티브 잡스 이후 최고의 ‘비저너리 CEO’로 평가받는 일론 머스크 역시 큰 탐구 대상이다. 신문 지상에서 풀지 못하는 국내외 테슬라 유튜버 및 트위터리언들의 소식과 이슈에 대해 소개한다. 테슬라에 대한 신뢰가 종교적 수준이란 의미에서 ‘테슬람’(테슬라와 이슬람의 합성어)으로 불리는 이들이다. 테슬라 주식은 서학개미의 해외주식 보유액 부동의 1위다. 미국에서도 젊은 개인투자자들이 가장 사랑하는 주식 중 하나다. 머스크는 광적인 SNS 팬으로 최근 트위터 인수까지 나섰다. 투자자 입장에서 SNS상에서 도는 테슬람들의 ‘썰’을 소홀히 할 수 없는 이유다.“모두 우리가 미쳤다고 말하지. 하지만 인공지능이 도래하며 우린 축복받을 거야. 세상에서 가장 강력한 컴퓨터에 충성을 맹세해. 시뮬레이션, 이건 미래야”- 그라임스, 2018년 발표곡 ‘We Appreciate Power’ 가사 중
그라임스는 캐나다 출신 싱어송라이터입니다. 1988년생으로 본명은 클레어 엘리스 부셰입니다. 토론토대와 쌍벽을 이루는 캐나다 명문 맥길대에서 신경과학과·러시아어과를 전공했지만 중퇴했습니다. (머스크가 캐나다에서 20대 초반을 보냈기 때문인지, 그와 사귄 여성들은 캐나다 출신이 많습니다).
그라임스는 2012년 정규 3집 앨범 ‘Visions’가 평단과 대중의 주목을 받으며 일렉트로닉팝계의 신성으로 떠올랐습니다. 대표곡 ‘Flesh Without Blood’가 수록된 4집 앨범 ‘Art Angels’(2015년)는 빌보드 앨범 차트 1위를 기록합니다. 그는 팝, 일렉트로니카, 힙합, 알앤비(R&B·리듬 앤 블루스), 노이즈록, 심지어 중세음악의 요소까지 차용했고, 장르를 규정하기 어려운 독특한 사운드를 선보였습니다. 그라임스는 케이팝의 열혈 팬입니다. 2013년과 2016년 두 차례 내한 공연을 했고, 지드래곤과 걸그룹 ‘이달의 소녀’를 좋아한다고 밝혔습니다. 올해 1월 공개한 신곡 ‘Shinigami Eyes’ 뮤직비디오엔 ‘블랙핑크’ 제니를 깜짝 출연시키기도 했습니다.17살 차이의 팝가수와 전기차 사업가. 캐나다에서 대학 생활을 보냈다는 것 외엔 아무 공통분모가 없을 것 같은 두 사람은 어떻게 만나게 됐을까요? 답은 지난달 26일 머스크가 440억달러(약 55조원)에 인수하기로 발표한 트위터였습니다.
◆사랑도 트윗이 되나요, ‘덕후녀’ 그라임스
인공지능(AI)에 관심이 많았던 머스크는 ‘로코의 바실리스크’라는 온라인 음모론에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 이론은 미래 ‘기술적 특이점’ 이후 등장한 강력한 AI ‘바실리스크’가 자신을 방해했던 인간들을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머스크는 로코(Roko)를 미술양식인 로코코(Rococo)로 비트는 말장난을 트위터에 올리고 싶었습니다. 구글에 이 아이디어를 검색한 순간, 이미 3년 전 이 농담을 선점한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바로 그라임스였습니다. 그는 2015년 자신의 뮤직비디오에 ‘로코코 바실리스크’라는 캐릭터를 출연시켰습니다. 그라임스는 “마리 앙투아네트를 닮은 이 캐릭터는 AI에 영원히 고문당할 운명”이라고 설명한 바 있습니다. 2018년 5월 둘의 연애를 처음 보도한 미국 연예매체 페이지식스는 “그라임스의 이 농담을 이해한 사람이 3년 만에 나타났는데, 그게 머스크였다”고 전했습니다. 머스크와 그라임스는 이를 계기로 2018년초부터 서로 트윗과 메시지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둘은 단번에 서로 ‘비슷한 천재’라는 것을 알아차립니다. 페이지식스는 “이때부터 둘의 사랑이 싹텄고 몇 주 동안 데이트 했다”고 밝혔습니다. 2018년 5월 머스크와 그라임스는 미국 패션계 대형 행사인 뉴욕 ‘멧 갈라’에 함께 등장하면서 연인 관계임을 공개합니다.둘은 이후로도 끊임없이 트윗을 주고받으며 애정을 과시합니다. 트위터 프로필 사진을 일본 애니메이션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가 없어’(2010년·2013년)의 남녀 주인공으로 맞추기도 합니다(그라임스처럼 머스크 역시 일본 애니메이션·게임 등에 열광하는 ‘오타쿠’입니다. 이 내용은 나중에 다루겠습니다). 그라임스는 정치적인 트윗도 많이 올렸는데, 공산주의·환경·평화 운동 등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는 그러나 머스크를 겨냥한 “지구를 파괴하는 재벌” “남성우월주의자”라는 네티즌들의 비판에 “그의 모든 경력은 친환경적” “트윗 사용이 미숙했을 뿐”이라고 남자친구를 두둔했습니다.그라임스는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로 큰 돈을 벌어 화제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작년 3월 그의 디지털 예술품 10종이 NFT 거래소인 니프티게이트웨이를 통해 경매에 부쳐졌습니다. 시작 20분만에 580만달러(약 73억원) 이상 판매됐고, 판매량의 대부분은 ‘지구(Earth)’와 ‘화성(Mars)’이라는 두 작품에서 나왔습니다. 이름만 들어도 자연스레 머스크가 떠오릅니다. 물론 작품 자체가 훌륭해서였겠지만, NFT를 구입한 사람들은 이 커플의 스토리 역시 염두에 뒀을 것 같습니다.
◆6번째 아들 이름은 ‘X Æ A-Xii 머스크’
머스크는 2020년 5월 트위터에 아기를 안고 있는 사진과 함께 득남 소식을 밝힙니다. 첫 번째 부인 저스틴 윌슨과 낳은 아이들을 포함해 6번째 아들 입니다. 머스크가 공개한 아기 이름은 ‘X Æ A-12’. 어떻게 읽어야 할지조차 난감한 암호 같은 이름이 화제를 모았습니다. 엄마인 그라임스는 트위터에 “X는 미지수, Æ는 AI를 뜻하고, A-12는 우리 부부가 모두 좋아하는 항공기 SR-71의 전신”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중간 글자인 Æ는 “AI를 엘프식 언어로 표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엘프식이라니, 그들만이 사는 세상인가요. 확실한 건 둘은 그들을 처음 만나게 해 준 AI라는 키워드를 아들의 이름에까지 넣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아들을 어떻게 부를까요? 그라임스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기 이름에 애정을 담아 ‘리틀 X’로 부른다”고 밝혔습니다.머스크와 그라임스가 출산 당시 거주했던 캘리포니아주는 영어 알파벳 26개 문자로만 이름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두 커플이 아기 이름을 ‘X Æ A-12’로 정했다가 마지막 부분인 숫자 12를 서류상 Xii로 바꿨습니다. 결국 정식 이름은 ‘X Æ A-Xii 머스크’인 셈입니다. 이에 대해 그라임스는 트위터 댓글로 “로마 숫자. 솔직히 더 나아 보인다”고 적었습니다. 아들 이름에 집어넣은 X는 머스크가 좋아하는 알파벳입니다. 머스크는 1999년 페이팔의 전신인 온라인 금융회사 ‘엑스닷컴’을 설립했습니다. 이후 2002년 세운 로켓회사는 ‘스페이스X’입니다. 테슬라가 2015년 출시한 첫 전기차 SUV 이름이 ‘모델X’이기도 합니다.◆“가장 친한 친구이자 내 인생의 사랑”
머스크는 그라임스와의 열애를 단독 보도한 페이지식스에 작년 9월 결별 소식을 털어놓습니다. 그는 “반쯤 별거 상태”라며 “아들 X는 공동육아를 하고 있다”고 밝힙니다. 머스크 자신은 테슬라와 스페이스X 업무 때문에 텍사스에 있거나 해외 출장을 다녀야 하는데, 그라임스는 주로 로스앤젤레스(LA)에서 활동한다는 게 별거 이유였습니다. 전처였던 윌슨과 탈룰라 라일리도 비슷한 사유로 헤어졌는데, 그라임스와도 이 문제를 극복하지 못했습니다. 둘은 법적으로 결혼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 소송은 없었습니다. 다만 머스크는 “여전히 서로 사랑하고 자주 보는 사이”라며 여지를 남겼습니다.이때만 해도 둘이 완전히 갈라서진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라임스는 지난 3월 미국 연예매체 베니티페어와 인터뷰에서 “작년 12월 대리모를 통해 둘째를 얻었고, 딸이다”고 밝힙니다. 머스크의 7번째 자녀이자 첫 번째 딸입니다. 아이의 이름은 ‘엑사 다크 시데렐 머스크(Exa Dark Sideræl Musk)’. 평소 ‘Y’로 부른다고 합니다(첫째는 X, 둘째는 Y. 그라임스는 의심할 여지 없는 ‘테슬람’입니다). 또한 그는 “머스크와의 관계는 매우 유동적이며 여전히 연락한다”고 결별설을 부인합니다. 이후 심경에 변화가 있었던 걸까요. 기사가 공개된 후 몇 시간 뒤 그라임스는 트위터에 이렇게 적었습니다. “기사를 쓴 이후 일론과 다시 헤어졌어요. 하지만 그는 가장 친한 친구이자 내 인생의 사랑입니다”
머스크의 여자들은 ‘쿨’했습니다. 이혼 등으로 갈라섰지만 모두 그와 좋은 친구로 남고 싶어 했습니다. 두 번째 부인이었던 라일리는 머스크에 대해 “여태껏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묘한 남자”라며 “믿을 수 없이 순진하고, 놀라울 정도로 기지가 넘친다”(애슐리 반스 《일론 머스크, 미래의 설계자》)고 말합니다. 그들은 이 ‘묘한 남자’의 ‘믿을 수 없는 꿈’을 사랑했던 것 같습니다. (끝)
◆P.S. 그 외 ‘머스크의 여자들’에 대하여
머스크가 사귀었던 유명인들은 배우 카메론 디아즈, 앰버 허드 등이 더 있습니다. 현재는 호주 출신 모델 나타샤 바셋과 만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과 머스크의 연애사를 ‘테슬람이 간다’에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들과 테슬라 사이에 이렇다 할 연관 관계는 찾기 어렵습니다.백수전 기자 j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