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팬텀, P-CAB 치료제 헬리코박터 제균 FDA 승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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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분기 출시 예정칼륨경쟁적위산분비차단제(P-CAB)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국내외 P-CAB 개발사들이 조만간 미국에 모여 격전을 치를 것으로도 예상된다. 먼저 일본 다케다제약이 설립한 미국 팬텀 파마슈티컬스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 판매 허가에 성공하며 불을 지폈다.
HK이노엔·대웅제약도 美 진출 도전
팬텀은 지난 3일(현지시간) ‘보노프라잔’ 기반 두 가지 제품이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승인을 받았다고 밝혔다. 승인 품목은 보노프라잔 삼중요법인 ‘보퀘즈나 트리플 팍(VOQUEZNA TRIPLE PAK)’과 이중요법인 ‘보퀘즈나 듀얼 팍(VOQUEZNA DUAL PAK)’이다. 팬텀은 이번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제를 올 3분기에 출시할 계획이다. 팬텀은 다케다제약이 2019년 벤처캐피탈 프레이저 헬스케어 파트너스와 설립한 위장질환 치료제 전문 기업이다. 보퀘즈나 트리플 팍은 P-CAB 성분의 보노프라잔과 함께 두 개의 항생제 성분(아목시실린·클라리스로마이신)이 포함돼 있다. 보퀘즈나 듀얼 팍에는 보노프라잔과 함께 아목시실린이 들어 있다.
회사는 지난해 9월 이들에 대해 FDA에 신약허가(NDA)를 신청했다. 환자 104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미국 임상 3상(PHALCON-HP) 자료를 제출했다. 양성자펌프억제제(PPI)인 ‘란소프라졸’ 삼중요법(란소프라졸·아목시실린·클라리스로마이신) 대비 보노프라잔 삼중요법 및 이중요법의 헬리코박터 제균율을 비교했다. 시험 결과 모든 환자에서 란소프라졸 삼중요법 대비 우수한 제균율을 확인했다.
보노프라잔 삼중요법의 제균율은 80.8%로 란소프라졸 68.5% 대비 높았다. 클라리스로마이신 내성 균주가 있는 환자에서는 보노프라잔이 65.8%, 란소프라졸이 31.9%로 확인됐다. 보노프라잔 이중요법에서도 전체 환자에서는 77.2%(란소프라졸 68.5%), 클라리스로마이신 내성 환자에게서는 69.6%(란소프라졸 31.9%)로 헬리코박터 제균율이 나왔다.헬리코박터균은 위장 점막에 사는 0.4~1.2㎛(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나선 모양 균이다. 위 점막의 점액층에 붙어서 위세포를 망가뜨려 소화성 궤양과 위암, 만성 위염, 점막 관련 림프조직 림프종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현재 미국 내 감염 환자는 약 1억1500만명으로 추정된다.
위장 질환의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는 만큼, 다른 P-CAB 개발사들도 헬리코박터 제균으로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먼저 P-CAB 시장에 진출한 HK이노엔은 2020년 P-CAB 제제인 ‘테고프라잔’ 기반의 ‘케이캡’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제로도 국내에서 허가받았다. 2015년 케이캡을 기술도입한 중국 뤄신은 지난 3월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으로부터 헬리코박터 제균 임상 3상을 승인받았다.
P-CAB 개발사 美 진출 추진 본격화되나
팬텀은 올 3월 FDA에 보나프라잔을 모든 등급의 미란성식도염(EE) 치료제로도 판매허가를 신청했다. FDA는 허가신청자비용부담법(PDUFA)에 따라 내년 1분기 안으로 허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현재 미국에 약 2000만명의 미란성식도염 환자가 있을 것으로 팬텀은 추정하고 있다. 국내 P-CAB 개발사들도 거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시도 중이다. HK이노엔은 테고프라잔의 위식도역류질환 미국 임상 1상에서 위약 대비 높은 효능 및 위약과 비슷한 안전성을 확인했다.HK이노엔은 지난해 테고프라잔 미국 임상 중 미국 소화기의약품전문기업인 세벨라의 자회사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에 약 6400억원의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브레인트리 래보라토리스가 1상을 바탕으로 후속 임상에 착수할 계획이다.
테고프라잔은 미국 진출 시 보노프라잔보다 빠른 약효와 적은 부작용을 강조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내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 제형 다양화도 계획 중이다. 대웅제약은 미국 협력사인 뉴로가스트릭스를 통해 올해 P-CAB ‘펙수프라잔’의 미국 3상에 돌입할 예정이다. 대웅제약은 올 2분기 펙수프라잔을 ‘펙수클루’라는 이름으로 국내에 출시한다.
제일약품의 자회사 온코닉테라퓨틱스는 ‘JP-1366’의 국내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이와 함께 유럽 3상도 추진하고 있다.
팬텀은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에 대한 FDA 승인과 함께 사가드 헬스케어 파트너스와 노바퀘스트 캐피탈 매니지먼트 등 투자사로부터 약 2억6000만달러(약 3300억원)의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이 자금을 헬리코박터 치료제 및 미란성식도염 치료제 상업화 준비에 사용할 계획이다.
이도희 기자 tuxi012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