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아웃도어 훅 떴다가 훅 갔는데…레깅스는 다를까?

사진=게티이미지
국내 스포츠의류 시장은 아웃도어 열풍이 불었던 2010년대 중반까지 고공행진을 거듭하다 후반 들어 ‘거품’이 빠지면서 난관에 봉착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골프·테니스웨어와 레깅스가 이끄는 애슬레저 열풍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업계 전반의 초미의 관심사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성장세가 앞으로 수년간 더 이어질 것”이라는 데 대해서는 업계 안팎의 전문가들이 대체로 동의하는 분위기다. 임종민 코웰패션 대표는 “올해는 스포츠웨어 브랜드가 퀀텀 점프할 기회”라고 말했다. 코웰패션은 푸마를 비롯해 DKNY, 캘빈클라인 등의 판권을 가져와 홈쇼핑에서 판매하면서 성장한 스포츠웨어 전문 기업이다. 올해에는 FIFA를 비롯해 BBC월드 등 비(非)패션 브랜드의 판권을 가져오는 등 대대적 투자를 단행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대비해 벌써부터 기민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임 대표는 “작년에 골프웨어 매출만 500억원을 넘을 정도로 스포츠웨어 규모가 커졌다”며 “이 인기가 세계적으로 수년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NS 등을 통해 ‘과시소비’ 성향을 보이는 MZ세대(밀레니엄+Z세대)는 국내 애슬레저 열풍을 주도할 핵심 소비층으로 꼽힌다. 미국·유럽 등에서도 스포츠웨어가 인기를 끄는 건 비슷하지만, 한국처럼 고가 의류가 잘 팔리는 나라는 드물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에 골프장은 상류계층의 소비를 경험해볼 수 있는 과시의 장소”라며 “골프장이나 테니스장에서 ‘인증샷’을 찍으면서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받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최고급 호텔에서 투숙하고 SNS에 사진을 올리는 ‘호캉스’ 유행이 지난 4~5년간 이어진 것처럼 고가 스포츠웨어를 구매하는 소비 행태가 지속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반짝’ 성장세로 끝나지는 않을 것이란 얘기다.

다만 패션기업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스포츠웨어를 출시해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조만간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 이남희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연구원은 “모든 패션기업이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출시하면서 시장이 포화를 향해 빠르게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마케팅 역량이 뛰어나고 소비자를 묶어둘 수 있는 브랜드력이 있는 스포츠웨어만 살아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