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손으로 만든 샌드위치…더 즐거워진 식사 시간 [오세성의 아빠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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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성의 아빠놀자(9)
이유식 완료기, 어른 음식에 늘어난 관심
직접 만들고 함께 먹으니 즐거움 배가
2021년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처음엔 마냥 예뻐해 주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먹고 자는 게 다가 아니고 아이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려면 '놀이'가 필요하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육아에 지친 아내를 위해 체력이 조금이라도 좋은 아빠가 나서야겠다 싶었습니다. 아빠는 처음이라 정답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와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편집자주]요즘 일을 마치고 퇴근하면 딸아이가 버선발로 현관까지 달려와 반겨주고 있습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네발로 기어 다니던 아이가 달려오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귀엽기도 한 요즘입니다. 층간소음이 걱정되기도 하는데, 당장은 아랫집이 비어있어 다행이다 싶습니다. 거주자가 생기면 더 두꺼운 매트를 깔거나 해야겠습니다.
혼자서도 두발로 잘 걷는다는 것 외에도 달라진 점은 어른들의 음식에 큰 관심을 보인다는 겁니다.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던 시기만 하더라도 어른들이 먹는 음식에 전혀 관심이 없더니 이제는 자기도 달라며 아우성칩니다.얼마 전 아이에게 이유식을 먹인 뒤 아내와 고기를 굽는데, 딸아이가 두 손을 내밀고 연신 '주세요'를 하더군요. 잘게 잘라주니 이제 막 나오기 시작한 송곳니와 어금니로 오물오물 열심히 씹어 먹었습니다.몇 번 먹어보니 어른들 음식이 더 맛있다고 생각한 걸까요. 이유식을 잘 먹지 않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완료기에 접어들었기에 이유식이나 어른 음식이나 외형은 비슷하지만, 본인이 먹는 것과 어른들이 먹는 것이 다르다고 여긴 모양입니다. 아이와 한 식탁에 앉아 같이 밥을 먹는데, 아이 숟가락에 밥과 반찬을 얹어서 주면 앞부분만 살짝 먹고 밀어냅니다. 그러고는 어른들 음식을 가리키며 달라고 하지요.
그렇다고 간이 강한 음식을 줄 수 없으니 아이와 함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과 치즈로 속을 채운 샌드위치라면 만드는 과정도 간편해 아이와 함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여러 식자재의 촉감과 향을 느끼며 오감을 자극하는 효과도 볼 수 있겠지요.마침 샌드위치를 만드는 그림책도 하나 있기에 읽어줬습니다. 한 장씩 넘기면 빵을 놓고 햄과 과일 등을 얹고 빵을 덮어 샌드위치가 완성되는 책이었는데, 함께 샌드위치를 만들 거라는 예고를 해줬달까요.다음으로 빵을 만들기 위해 아이가 먹다 남은 분유를 꺼냈습니다. 딸아이가 우유를 먹기 시작하면서 분유가 약간 남았는데, 여기에 달걀노른자와 물을 약간 섞고 전자레인지에 돌려주면 분유 빵을 만들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일반 식빵보다는 분유로 만든 빵이 영양소가 많겠지 싶습니다. 거기에 남은 분유까지 처리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입니다.
분유 빵을 만들고 아이 식판에 얇게 썬 바나나와 딸기, 유아 치즈를 담았습니다. 모두 딸아이가 평소 즐겨 먹는 간식이죠. 식판을 가져가니 바로 손을 뻗어 딸기와 바나나를 입으로 가져가네요. 빵을 펼치고 치즈를 올리니 그제야 뭘 하느냐며 관심을 보이는 눈치입니다.치즈 위에 바나나를 올리니 딸아이가 자기도 달라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자기가 먹으려 한 움큼 쥘 때와 달리 얇게 썰린 과일을 하나씩 집기는 어려워하더군요. 제가 떼어주니 바로 입으로 가져갑니다. 딸기를 한 입 깨물고는 생각이 났는지 입에서 떼 빵 위로 올리네요.
이후로도 딸아이는 얇게 썰린 과일을 받아 한 입 먹은 다음 빵에 올렸습니다. 과일을 바로 먹고 싶다는 본능과 샌드위치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성이 싸우는 모습을 본 것 같아 웃음이 절로 났네요.다시 분유 빵을 덮고 완성된 샌드위치를 작게 잘라 포크에 찍어주니 딸아이는 망설임 없이 작은 입을 한껏 벌려 오물오물 먹었습니다. 그렇게 본인이 한 입 먹고는 바로 팔을 뻗어 저에게 나눠주더군요. 같이 만들었으니 같이 먹자는 의미려나요.그렇게 한 입씩 나누어 먹으니 딸아이의 식사 시간이 순식간에 끝났습니다. 요즘 부쩍 밥투정이 늘었는데, 같이 만든 음식이어서 그런가 아기 새처럼 입을 벌리기 바쁘더군요.
딸아이가 즐거워하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요리할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겠단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 낯선 식자재에 대한 거부감을 줄이고 골고루 먹는 습관도 들일 수 있지 않을까요.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