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있는데 왜?…SK텔레콤·SK스퀘어, 타사 메타버스에 500억 투자 [선한결의 IT포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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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스퀘어·SK텔레콤, 해긴에 500억 투자SK스퀘어와 SK텔레콤이 게임기업 해긴에 각각 250억원씩 총 500억원을 공동 투자합니다.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운영하는 SK텔레콤과 관계사 SK스퀘어가 또다른 메타버스 '플레이투게더'에 투자를 한 셈입니다. 왜일까요.
해긴 메타버스 DAU는 제페토의 50배
SK코인 활용한 '글로벌 메타버스 동맹' 가능성도
'플레이투게더' 해긴에 500억 투자
6일 SK스퀘어와 SK텔레콤은 해긴에 전략적투자자(SI)로서 총 500억원을 지분투자한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투자로 양사가 확보한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두 회사의 지분을 합치면 해긴의 3대 주주가 되고, SI로는 최대 지분을 보유하게 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해긴은 요즘 정말 '잘 나가는' 게임 기업입니다. 게임사 컴투스 창업자로도 이름난 이영일 대표가 2017년 설립했는데요. 텐센트, 본엔젤스, 스톰벤처스, 카카오게임즈, 넷마블 등을 투자사로 두고 있습니다. 지난 2월엔 1000억원 규모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고요. 이번 투자까지 합했을 때 업계에서 추산하는 해긴의 밸류에이션(기업가치)은 1조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습니다.해긴의 대표작은 지난해 출시한 메타버스 게임 플레이투게더입니다. 미니게임과 소셜기능 등을 넣은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최근 최대 일일이용자수(DAU) 400만명을 기록했습니다. 글로벌 누적 다운로드 수는 1억건을 넘습니다. 국내 최대 소셜형 메타버스인 제페토의 업계 예상 DAU(약 8만명)보다 이용자가 50배 가량 많은 수준입니다.글로벌 메타버스 동맹 나오나
SK스퀘어와 SK텔레콤도 여기서 기회를 본 것이란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SK텔레콤의 소셜형 메타버스 이프랜드와 해긴의 게임형 메타버스 플레이투게더, SK스퀘어의 SK코인(가칭) 등을 연계한 거대 메타버스 생태계를 꾸릴 수 있다는 겁니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에 인공지능(AI) 서비스를 넣어 '아이버스(AI+메타버스)' 체계를 들이고자 합니다. 여기서 걸림돌이 있습니다. '메타버스 이용자가 AI 서비스에 얼마나 재미를 느낄 수 있는가'입니다. AI가 들어오면 분명 서비스 편의성이 늘어날겁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접속하는 주이유는 편의성보다는 재미이지요.여기서 해긴이 '구원투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프랜드가 게임에 특화된 해긴과 손잡고 게임 콘텐츠를 강화하면 이용자가 AI 서비스를 더 오래, 더 재미있게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얘기입니다. 여러 랜드나 기능의 게임화(게이미피케이션)가 이뤄질 수 있겠지요.
서로 다른 메타버스끼리 세상을 연결하는 '멀티버스' 협력도 나올 전망입니다. 이프랜드와 플레이투게더가 아바타·공간을 공유하거나 공동 이벤트를 개최하는 식입니다.이렇게 되면 연내 글로벌 진출이 목표인 SK텔레콤은 든든한 지원을 받게 됩니다. 해긴은 동남아 등에서 많은 이용자를 두고 있습니다. 이프랜드가 해긴과 메타버스 공동 이벤트만 벌여도 신규 이용자 확보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긴은 이미 다른 플랫폼과 협력해 외국 이용자들의 관심을 끈 사례가 있습니다. 플레이투게더는 올초 오디오 플랫폼 지니뮤직과 함께 가수 제이미의 메타버스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한국, 북미, 동남아, 유럽 시간대에 맞춰 한 번씩 열린 이 공연엔 동시접속자가 최대 30만 명까지 몰렸습니다. 공연 이틀간 동남아 일대에선 제이미와 K팝 구글 검색 건수가 1000% 이상 급증했고, 대만에선 지니뮤직 검색량이 800% 늘었다고 하네요.
SK스퀘어가 연내 발행을 추진 중인 암호화폐 SK코인(가칭)의 생태계도 더욱 넓어질 수 있습니다. 이프랜드엔 SK코인 기반 경제체계가 도입될 예정인데요. 해긴도 이같은 체계에 엮일 수 있다는 구상입니다. SK스퀘어는 "중장기적으로 이프랜드와 플레이투게더의 블록체인 기반 가상경제시스템을 서로 연계하는 가능성도 열어 두고 있다"고 이날 설명했습니다. SK스퀘어 등은 이번 투자가 수익을 내기에도 좋다고 보고 있습니다. 재무적투자자(FI)가 아니라 SI로 참여해 사업 협력을 대폭 벌이는 것이 주요 내용이지만, 메타버스 성장세가 큰 만큼 투자 '대박'을 낼 가능성도 높다는 것이 SK스퀘어 등의 기대입니다.
류병훈 SK스퀘어 매니징디렉터(MD)는 “탈중앙화와 참여자 중심 경제 시스템을 표방하는 웹 3.0시대를 맞아 차세대 플랫폼 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투자를 결정했다"며 "사업 성장과 함께 재무적 성과도 달성해 SK스퀘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