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월 100억원씩 사간다"…진짜 큰손 '4050女' 모시기 경쟁

무신사·브랜디·지그재그, 30~50대 새롭게 겨냥
MZ 모바일 패션시장 포화 "카테고리 넓힐 것"
백화점 '명품전략'에 밀려난 브랜드 날개다나
MZ세대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급성장한 패션 플랫폼들이 최근 4050 여성 '큰손'을 겨냥한 새로운 플랫폼을 연달아 출범했다. 무신사는 40대 여성들을 겨냥한 '레이지나잇'을 오픈했고, 브랜디는 30대 여성을 공략하기 위한 '플레어'를 내놨다. 높은 구매력을 갖췄지만 온라인 전환이 상대적으로 더뎠던 4050 여성 패션을 둘러싼 새로운 '플랫폼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MZ세대는 넘어왔다…이젠 4050 '여심' 전쟁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1980년 전후로 태어난 여성을 겨냥한 온라인 패션 편집숍을 9일 정식 오픈한다. 1020세대 젊은 남성 팬덤을 바탕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무신사가 40대 여성까지 고객 확대에 나선 것이다. 김현수 레이지나잇 리더는 "충분한 경제력을 갖추고 모바일 쇼핑에도 능숙한 X세대 여성들을 위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1020 여성이 주 고객층인 브랜디도 지난 1일 30대 여성을 위한 패션 쇼핑앱 플레어를 출시했다. 기존 육아 플랫폼 마미를 패션 플랫폼으로 리브랜딩했다. 마미의 주요 고객인 30대 여성 사이에서 육아는 물론 패션에 대한 수요가 높은 것을 확인하고 새롭게 선보인 플랫폼이다.

20대 여성 중심 쇼핑 앱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카카오스타일도 4050 여성을 위한 플랫폼인 포스티를 지난해 출시한 뒤 올해 2월 하프클럽 등의 성장을 이끈 패션 이커머스 전문가 이화정 상무를 포스티 부문 리더로 영입했다. 카카오 커머스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을 모색 중이다.


왜 4050 여성 노릴까

무신사와 브랜디, 지그재그 등은 모두 1020세대를 기반으로 코로나19 시기 폭풍 성장한 패션 플랫폼들이다. MZ세대를 겨냥한 모바일 패션 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판단 아래 아직 성장 가능성이 열려있는 30~50대 시장으로 카테고리 확장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션 분야는 다른 커머스보다 연령별, 성별 상품 차이가 확연하게 나는 영역"이라며 "기존 1020세대를 노렸던 플랫폼들이 아예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어 새 시장을 만드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 같다"고 했다. 30~50대 여성은 구매력이 높고 모바일 이용에도 능숙하지만 원단 등 상품 퀄리티에 대한 기준이 높은 데다가 체형 등을 고려해 입어보고 사는 것을 선호해 관련 패션 시장의 온라인 전환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백화점이나 가두매장을 이용하는 비율도 1020세대보다 훨씬 높았다.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이들 세대에서도 모바일 쇼핑 수요가 크게 늘었다. 2020년 9월 출시된 4050 전문 패션 플랫폼 퀸잇은 지난해 평균 월 100억원 이상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여성 브랜드 계약 경쟁 벌어질 듯

백화점의 명품화 전략이 진행되면서 시니어 여성 브랜드들이 백화점에서 빠져나오는 등 오프라인 시장의 변화도 패션 플랫폼들의 4050 시장 진출에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백화점들이 상위 10%를 겨냥한 명품과 고급 브랜드를 위주로 배치하는 등 입점 전략에 변화를 주면서 기존 백화점 3층에 주로 입점해있던 중가 여성 브랜드들의 오프라인 판매처가 줄었다는 것이다. 한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기존 백화점과 가두매장 위주로 팔았던 여성복 브랜드들도 온라인 전략을 고민하는 시점"이라고 했다. 유행에 민감하고 플랫폼 충성도가 낮은 편인 1020세대에 비해 4050세대는 한번 이용한 플랫폼을 계속 이용할 가능성이 크다. 패션 플랫폼들의 초기 이용자 선점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기 브랜드를 독점 계약하거나 숨어있는 디자이너 브랜드를 발굴하는 등 차별화된 전략이 있어야만 새롭게 펼쳐진 패션 플랫폼 2차 경쟁에서 승자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