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게임 즐기면서 돈 버세요"…금전 보상 내건 '참여형 플랫폼'

진화하는 'X2E' 생태계

게임하면서 돈 버는 'P2E' 이어
즐기며 보상 받는 'L2E' 등장

플로, 콘텐츠 들으면 토큰 지급
카카오도 유료 오픈채팅 추진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싶으면 돈을 벌게 하자.”

음원 스트리밍과 메신저, 사회형 메타버스 등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에서 ‘X2E’ 열풍이 거세다. X2E는 돈 버는 게임을 뜻하는 ‘P2E(play to earn)’에서 파생된 용어로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통칭하는 말이다. 기존의 포인트 제도와 달리 NFT(대체불가능토큰), 암호화폐 등을 활용해 보상을 실물경제와 연결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수 노래만 들어도 ‘보상’

6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오디오 스트리밍 플랫폼 플로는 오는 7월 서비스를 개방형으로 바꿀 예정이다. 기성 기획사나 가수의 음원을 듣는 플랫폼에서 누구든 음악, 이야기 등 음성형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할 수 있는 장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변경할 방침이다.

플로는 이를 통해 올 4분기께 ‘L2E(Like to Earn·좋아하면서 돈 벌기)’ 생태계를 조성하는 게 목표다. 구조는 이렇다. 플로 플랫폼 안에 크리에이터 콘텐츠 공간을 조성하고, 팬들이 크리에이터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만큼 토큰을 준다. 구독료와 광고 등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중 일부를 토큰으로 되돌려 주겠다는 의미다.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누구냐에 따라 서로 다른 토큰을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A라는 가수의 팬이 그의 음악이나 음악과 관련한 콘텐츠를 일정 횟수 들을 때마다 ‘A 토큰’을 받는 식이다. A 토큰을 모은 팬들은 이를 암호화폐로 바꾸거나, 가수가 플로 플랫폼 내에서 발행한 NFT로 교환할 수 있다.

플로는 각 아티스트의 토큰을 SK스퀘어가 연내 발행을 추진 중인 암호화폐 SK코인(가칭)과 연동할 예정이다. 토큰의 가치는 아티스트별로 다르게 매겨질 전망이다. NFT는 세계 최대 NFT 거래 플랫폼 오픈씨 등에서 돈을 받고 팔 수 있다.

돈 버는 오픈톡방 생긴다

카카오도 이런 흐름에 동참한다. 플랫폼 내 콘텐츠를 제작해 수익을 내는 ‘C2E(create to earn)’ 구조를 통해서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지난 4일 카카오톡을 이용자가 돈 벌 수 있는 서비스로 만들겠다고 했다. 서로 전화번호나 아이디를 몰라도 접속할 수 있는 오픈채팅방 서비스를 키우고, 이를 방장 선택에 따라 유료화할 수도 있게 한다는 얘기다. 남궁 대표는 “C2E는 새로운 카카오톡의 핵심” 이라며 “이용자가 정보를 제작하고 거래하면서 돈을 버는 시스템을 갖추겠다”고 설명했다.게임 기업 크래프톤은 개방형 게임·콘텐츠 플랫폼 ‘3D월드 크립토 메타버스’를 준비하고 있다. 크래프톤이 게임 창작 틀과 도구를 제공하고, 이용자가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어 올릴 수 있는 구조다. 기업이 아니라 다른 이용자가 만든 게임을 즐기고, 이용자끼리 콘텐츠를 거래할 수도 있다.

네이버의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는 이미 확고한 C2E 경제 체계를 갖추고 있다. 이용자가 3차원(3D) 모델링 프로그램으로 메타버스 아이템을 만들어 사고팔 수 있다. 이 과정에선 자체 가상자산 ‘젬’을 쓰고, 이를 실제 화폐로 환전할 수 있게 했다. 젬 5000개를 모으면 매월 마지막주에 약 100달러로 바꿀 수 있는 식이다. 아이템 판매 누적 건수가 100만 건 이상인 한 상위권 창작자는 월수익이 1500만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은 X2E 모델이 플랫폼 생태계를 확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전 보상을 원하는 이용자들이 양질의 콘텐츠와 정보를 쏟아내면 서비스에 대한 충성도가 올라간다는 논리다. 플랫폼으로서는 더 많은 구독료와 광고, 거래 매출을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