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격전지 된 韓 애슬레저 시장…나이키·룰루레몬도 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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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업계 화두 애슬레저국내 애슬레저 시장은 코로나19 창궐 첫해(2020년) 소비심리가 붕괴한 여파로 1조원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곧바로 반등에 성공해 급격한 성장국면에 접어들었다.
"스포츠의류를 일상복으로"
골프·테니스·요가 등 인기에
애슬레저 시장 폭발적 성장
해외여행 길이 막혀 대안으로 골프의 인기가 뜨겁게 달아오른 것이 ‘첫 단추’였다. 2030 여성 골퍼를 중심으로 인스타그램 등에 화려한 골프웨어를 자랑하는 분위기가 생기면서 ‘스포츠웨어는 1020세대가 조깅·헬스할 때나 입는 옷’이라는 고정관념이 깨졌다.
시장 규모 7조원 돌파할 듯
자신감을 얻은 주요 브랜드는 요가복 등의 카테고리에서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의류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패션업계에선 “애슬레저가 정장 시장까지 잠식해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국면에 접어들더라도 구조적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6일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스포츠의류 시장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아 전년(6조6544억원) 대비 10.1% 감소한 5조9801억원에 머물렀다. 하지만 지난해 반전에 성공해 7.9% 증가한 6조4537억원으로 불어났다.올해는 이보다 10.4% 늘어난 7조1305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이 시장이 7조원을 넘어서는 것은 아웃도어 열풍이 한창이던 2017년 이후 처음이다. 한국의 이런 성장 속도는 스포츠웨어 시장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10% 이상 커질 것으로 관측되는 중국(유로모니터)과 더불어 전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빠른 수준이다.
애슬레저의 인기는 코로나19가 불러일으킨 사회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재택근무의 일상화, 골프·테니스 열풍 등이 맞물리면서 1020세대에 국한돼 있던 주력 소비층이 MZ세대(밀레니얼+Z세대)로 확산했다.
패션업계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더라도 ‘대세’가 된 애슬레저 열풍이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일상복처럼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스포츠웨어를 선보이며 시장 공략에 몰두하고 있다. 밑단이 넓은 부츠컷 레깅스, 출근할 때 입어도 어색하지 않은 무채색 테니스웨어 등이 그런 사례다.
“한국은 애슬레저 실험장”
성장 궤적이 워낙 가파르다 보니 한국은 세계적으로 ‘핫’한 스포츠 브랜드들이 가장 주목하는 국가로 떠올랐다. 지난해 나이키가 서울 명동에 문을 연 4층 규모의 대형 매장은 국내 ‘패피(패션피플)’들 사이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올랐다. “한국은 미국 본사에서도 가장 주목하는 지역”이라는 게 나이키 측 설명이다.‘레깅스계의 샤넬’로 통하는 룰루레몬도 오는 7월 서울 한남동에 첫 단독 매장을 열고 한국 공략을 가속한다. 룰루레몬은 레깅스 한 벌에 10만원이 넘을 정도로 고가 브랜드다.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주요 점포에 1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단독 매장을 선보이는 것은 2016년 한국 진출 이후 처음이다. 진출 첫해 청담동에 플래그십 매장을 내면서 강남 소비자의 관심을 끌었던 룰루레몬은 이번에는 강북 부유층을 공략 대상으로 점찍었다. 프랑스 패션 브랜드 이로의 리샤르 페타야 대표는 “한국 애슬레저 시장은 유럽이나 미국보다 훨씬 발달한 글로벌 브랜드들의 테스트베드”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 최대 격전지
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국내 의류시장 전반의 사정은 썩 좋지 않다. 2018년 43조2181억원이던 시장 규모는 지난해 40조8783억원으로 2조3398억원(5.4%) 감소했다.패션기업들로선 이런 와중에 고속 성장하는 애슬레저 시장을 가만히 놔둘 수 없다. 될 성싶은 브랜드를 출혈을 불사하고 거액을 들여 확보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LF는 지난달 어센틱브랜즈그룹(ABG)으로부터 ‘리복’의 국내 판권을 가져왔다. LF는 그동안 스포츠웨어 브랜드를 보유하지 않은 게 약점으로 지목돼왔다. 리복의 일부 품복을 판매하는 코웰패션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국제축구연맹 ‘FIFA’의 판권을 가져와 오는 11월 카타르 월드컵을 겨냥한 의류를 출시했다.시장에서 한동안 자취를 감춘 브랜드들도 리뉴얼해 새롭게 선보이고 있다. 롯데지에프알이 최근 내놓은 ‘까파’와 ‘까웨’가 그렇다. ‘NFL’ ‘케즈’ ‘오닐’ ‘디아도라’ 등 생소한 브랜드가 속속 나오면서 2020년 이후 출시된 신규 브랜드만 10여 개에 이른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