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툴리눔 균주' 놓고 치고받는 메디톡스와 휴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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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가운데 1주일 동안 가장 ‘핫(hot)’하고 ‘콜드(cold)’했던 종목을 쏙 뽑아 들여다봅니다. <한재영의 바이오 핫앤드콜드>는 매주 토요일 연재됩니다.5월 2~6일 주간 제약·바이오업종 가운데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종목은 메디톡스와 휴젤입니다.보툴리눔 톡신 업체인 두 회사 간에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놓고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분쟁이 붙어서입니다. 보툴리눔 균주는 보툴리눔 톡신의 원재료입니다.지난 3월 30일 메디톡스는 휴젤이 자신들의 보툴리눔 균주를 도용했다며 ITC에 제소를 했습니다. 지난 3일에는 휴젤에 대한 ITC의 조사결정 개시 결정이 나왔습니다. '한 번 들여다 보겠다'는 ITC의 판단입니다.
이번주 메디톡스 주가는 13만6800원에서 12만6800원으로 7.31% 빠졌습니다. ITC 제소를 당한 휴젤은 12만5400원에서 11만8100원으로 5.82% 하락했습니다. 마침 직전인 지난달 29일은 휴젤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GS그룹 등을 최대주주로 맞이한 날이기도 합니다. 이날 주총에서 GS 4세인 허서홍 GS그룹 부사장 등이 휴젤 이사에 선임됐습니다.
'잔칫날'에 ITC 조사 개시라는 악재가 날아든 셈입니다. 휴젤은 자신들을ITC에 제소한 메디톡스를 향해 '저열한 방해'며 노골적 적대감을 내비쳤습니다. 그러면서 메디톡스의 주장이 거짓임을 밝히겠다고 했습니다.
주름 개선 등에 쓰이는 보툴리눔 톡신은 보툴리눔균에서 뽑아낸 독성 단백질입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이 균주를 도용했다며 ITC에 제소했다가 이번에는 휴젤에 칼끝을 겨눴습니다. "K바이오 음지에 고질적 병폐인 악의적 기술 탈취를 바로잡겠다"는 게 메디톡스 주장입니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과의 소송전 끝에 ITC로부터 대웅제약 보툴리눔 톡신 제품 미국 21개월 수입금지 조치 결정을 이끌어낸 바 있습니다. 이를 지렛대로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미국 현지 파트너사(마케팅사)와 합의를 봤습니다. 국내에서는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여전히 소송 중이고요.
휴젤은 메디톡스의 ITC 제소 소식이 알려진 지난달 말 14만~15만원 수준이던 주가가 10만원대로 급락했습니다. 메디톡스는 중간 등락이 있긴 했지만 ITC 제소 소식 이후 12~13만원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휴젤도 휴젤이지만, 최대주주가 된 GS그룹과 바이오헬스케어 펀드인 CBC그룹은 속이 쓰릴 법도 합니다. 인수 계약 당시보다 휴젤의 주가가 급락한 상태여서입니다.
GS그룹 컨소시엄이 휴젤 주식양수도계약(SPA)을 맺은 게 작년 8월 25일입니다. 이때 적용된 주당 가격은 28만원입니다. 당시보다 절반 수준으로 주가가 낮아진 셈입니다.
사실 주식양수도계약 당시에도 메디톡스의 ITC 제소 가능성이 없었던 건 아닙니다. 대웅제약을 겨눴던 만큼 언제든 휴젤을 제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메디톡스가 보툴리눔 톡신 관련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겠다며 세계적인 로펌 '퀸 엠마뉴엘'을 선임한 게 휴젤의 주식양수도계약 하루 전인 작년 8월 24일입니다.
작년 10월 경한수 CBC그룹 대표는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메디톡스가 ITC에 휴젤을 제소한다면 그에 따른 별도 옵션 같은 안전장치가 있느냐'는 질문에 '노코멘트'라고 한 바 있습니다.
GS그룹 컨소시엄은 휴젤의 글로벌 사업 진출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최근 휴젤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이 유럽 국가에서 연이어 승인을 받고 있습니다. 연내 미국에서도 허가가 날 것으로 전망됩니다.
ITC 결정이 어떻게 나올지 예단할 순 없지만, 만약 대웅제약과 유사한 결론(수입금지 조치)이 나온다면 휴젤은 물론 GS그룹 컨소시엄이 구상한 미국 사업에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는 배경입니다. 2013년 미국 애브비(앨러간)에 보툴리눔 톡신을 기술수출 했다가 반환 당해 미국 출시가 안갯속에 빠져든 메디톡스로서는 ITC 제소가 경쟁사의 출시를 최대한 늦추는 한편 합의를 통해 로열티를 받으려는 하나의 전략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