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반쪽' 오래가나…JP는 여소야대에 6개월 만에 인준(종합)

尹당선인 '총리없이' 출범 예고…장관들도 대거 공석 예정
文정부 초대 이낙연 전 총리도 출범 21일 뒤 임명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인준이 험로를 예고하면서 출범이 나흘 앞으로 다가온 윤석열 정부의 '반쪽 내각' 상태도 길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민주당 거대의석에 가로막힌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은 6일 한 후보자의 총리 인준이 불발되면 '총리 없이' 새 정부 내각을 출범하기로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국무총리의 경우 의회의 동의 없이 임명할 수 있는 장관들과 달리 국회의원 재적 과반 출석, 출석 의원의 과반 찬성이라는 엄격한 표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결국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 조직적인 반대에 나선다면 국무총리 임명동의안 통과는 요연한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민주당 측은 한 후보자 인준을 다른 장관 후보자 인준과 연계할 조짐도 보이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한 후보자 인준 문제를 지렛대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거취와 연결하는 이른바 '연계전략'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이처럼 한 치의 양보도 없는 극한대치 속에 총리 자리를 비워두고 윤석열 호(號)가 출범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10일 정부가 닻을 올리고서도 이같은 샅바싸움은 쉽게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도 공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윤 당선인 측과 국민의힘도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확고히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로 현재 총리 후보자를 포함해 18개 부처 장관 후보자 등 전체 19명 후보자 가운데 청문보고서가 채택된 것은 불과 4명으로 초반 행정공백 사태가 예상되고 있지만, 윤 당선인 측은 차관을 중심으로 국정운영을 검토하겠다는 '맞불' 스탠스를 보이는 등 교착상태가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특히 총리 공석의 경우 윤 당선인 측은 '추경호 총리 권한대행 체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실제로 김부겸 국무총리가 새 정부 첫 국무회의가 열리는 17일 이전 사퇴할 가능성이 큰 가운데, 윤 당선인 측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권한대행으로 세워 국정을 운영하겠다는 '플랜B'까지 검토하는 상황이다.

추 후보자는 현재 국회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합의 채택한 상태다.

당장 오는 13일 열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누가 주재할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김 총리는 이날 중대본 회의에 마지막으로 참석한다고 공언했다.

국무총리가 없으면 중대본 1차장인 보건복지부 장관, 2차장인 행정안전부 장관이 번갈아 중대본 회의를 주재하게 돼 있지만, 민주당 출신인 전해철 행안부 장관도 사의를 표한 상태다.

추 후보자 제청·임명, 김 총리 사임과 권한대행 체제 전환이 이른 시일에 이뤄진다면 추 후보자가 총리 대행으로 회의를 주재할 수도 있다.

역대 정부에서도 초대 총리 인준 문제를 놓고 여야 간 치열한 기 싸움이 벌어지며 총리가 공백 상태로 정부가 출범하는 일들이 반복됐다.

정치권에서는 그때마다 '반쪽 출범'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국회의 인준 동의 문턱을 넘어서기가 그만큼 쉽지 않았던 것이다.
대표적으로 DJP(김대중+김종필) 연합을 발판으로 헌정사상 첫 수평적 정권교체에 성공한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만해도 상당 기간 총리가 없이 정부를 꾸려야 했다.

김 전 대통령은 1998년 2월 23일 김종필(JP) 전 자민련 명예총재를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당시 다수당이면서 야당이던 한나라당이 김 후보자의 도덕성, 5·16 쿠데타 가담전력 등을 들어 인준을 반대했다.

결국 김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일인 1998년 2월 25일 이후 엿새가 지난 3월 3일, 이전 정부의 마지막 총리였던 고건 총리의 제청을 받아 17개 부처 장관을 임명하고 김종필 총리 서리 체제로 내각을 가동했다.

김 전 총리 인준안은 정부 출범 6개월이 지난 8월 17일에야 국회를 통과했다.

노무현 정부 때와 이명박 정부 때는 공백이 길지 않았다.

노무현 정부 당시 첫 총리로는 2003년 1월 22일 고건 전 총리가 지명됐으며, 35일 뒤인 2월 26일 국회 인준을 받았다.

참여정부 출범 이튿날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을 28일 앞둔 2008년 1월 28일 한승수 전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했다.

당시에도 야당인 민주당은 부동산 투기와 위장전입 의혹 등을 이유로 임명동의안 처리를 거부했고, 한 전 총리의 임명동의안은 정부 출범 나흘 뒤인 2월 29일 통과했다.

문재인 정부 때는 이보다는 공백이 길었다. 초대 총리인 이낙연 전 총리는 위장전입 의혹 등을 이유로 야당이 반대해 정부 출범 21일이 지나서야 인준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