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희의 광고마케팅 기상도] 포털 뉴스의 입점 심사 폐지는 오판이다

뉴스 어뷰징, 기사로 위장한 광고 막기 어려워
언론 환경 혼탁해지고 기업도 피해 불가피
뉴스평가위원회에 광고 전문가 참여해야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그동안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이하 제평위)의 공과에 대해 많은 논란이 있었다. 포털 뉴스 생태계에서 저널리즘의 실행 성과를 평가할 객관적 기준을 마련하고, 제재와 재평가를 거듭하는 과정에서 뉴스 품질에 대한 언론사의 긴장감을 유발했다는 점은 긍정적 성과다. 평가 과정에서 뉴스 어뷰징(트래픽을 높이기 위해 기사 베껴쓰기) 행위가 감소했고 기사로 위장한 광고도 대폭 줄어들었다. 하지만 검색 제휴와 콘텐츠 제휴의 심사 과정에서 포털에 대한 언론사의 의존도를 결과적으로 심화한 것은 가장 심각한 문제점이었다.

제평위 활동에서 개선해야 할 대목이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입점 심사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단호히 반대한다. 최근에 나온 ‘네이버카카오 뉴스제휴평가위원회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뉴스 검색의 제휴 자격을 다루는 입점 심사를 폐지하기를 권고했다. 제평위의 긍정적 기능과 한계점을 두루 짚어내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한 가치 있는 보고서지만, 입점 심사를 폐지하라는 주장에는 동의할 수 없다. 언론사가 지방자치단체에 신고만 하면 등록할 수 있는 현실에서 입점 심사를 폐지하면 언론 환경이 급격히 혼탁해질 것이다.제평위의 대표적 성과인 뉴스 어뷰징 행위가 다시 살아나 뉴스 품질이 더욱 나빠질 것이고, 광고를 매개로 기사를 거래하는 행위도 독버섯처럼 무성해질 것이다. 기사를 매개로 광고 게재를 강제할 나쁜 언론사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인다. 일단 포털과 제휴를 맺고 나면 그 매체의 시장 가격이 최소한 10배는 뛴다고 한다. 그런데도 아무 기사나 포털에 노출되도록 문호를 개방한다면 저널리즘의 가치 추락은 물론 광고시장 교란은 시간문제다. 이렇게 되면 머잖아 언론계 전체가 비윤리적 일탈의 전쟁터가 될 것이다.

겉으로는 ‘뉴스 제휴’라고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결국 광고 문제로 귀결된다. 뉴스 생산과 유통만으로 언론사가 생존할 수 있다면 뉴스 제휴가 맞다. 현재 등록된 1만여 개의 언론사 중에서 뉴스 제휴만으로 존립할 수 있는 매체는 없다. 따라서 정확히 말하면 제평위의 명칭도 ‘뉴스와 광고 제휴 평가위원회’라고 해야 맞지 않겠나 싶다.

기업도 뉴스 이용자이자 언론사에 물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언론산업의 중요한 축이다. 그런데 광고 물량 때문에 사이비 기사로 인한 피해는 기업이 가장 많이 입는다. 광고 관련 단체의 전문가가 제평위에 참여해야 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제평위가 벌써 7기에 접어들었는데 가장 심각한 문제는 위원 30명 중에서 현직 언론인 위원은 11명이고 광고 전문가는 단 한 명도 없다는 사실이다. 필자도 준비위와 1기 때 활동했지만 그때도 광고 전문가는 혼자였고 그 후로는 없었다. 따라서 광고 전문가나 PR 전문가가 참여하도록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 기사형 광고인지, 광고성 기사인지, 애드버토리얼인지, 네이티브 광고인지 분별할 수 있는 광고 전문가가 참여해야 제평위의 평가에 대한 신뢰성이 높아질 것이다. 많은 매체가 광고에 의존하면서도 정작 부정행위 등을 평가할 때는 피해 당사자인 기업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형평성이 무너진 전형적인 사례다.

보고서의 제언은 어디까지나 연구진의 권고 사항이니 일반화할 수 없다. 학자들이 검색 제휴의 입점 심사 폐지를 권고했다며, 입맛에 맞는 대목만 인용해 자사의 생존 전략에 활용하는 나쁜 언론사의 자세야말로 가장 위험하다. 만약에 검색 제휴 심사 폐지안을 도입해야 한다면 구글에서 뉴스를 전송하지 않듯이 네이버와 카카오도 뉴스 전송 서비스를 아예 포기하는 쪽을 택해야 한다. 제평위는 입점 심사를 폐지하면 안 된다. 그동안의 입점 심사가 완벽하지 못했고 문제가 없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순기능이 더 많았다. 입점 심사 폐지를 고민하기보다 광고 전문가의 참여 등 거버넌스 구조를 대폭 개선하는 문제가 지금 제평위 앞에 놓인 시급한 해결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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