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죽하면 자체 전력 생산시설까지 짓겠나"

자체 발전소 짓는 기업들

값싸고 질 좋은 전기 확보 힘들어
SK하이닉스, 이천·청주에 건설중
시민단체 반대 등 걸림돌 커
“값싸고 질 좋은 전력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길이 없습니다. 오죽하면 조 단위 비용을 들여 자체 전력 시설을 짓겠습니까.”

한 대기업 임원은 국내 기업들이 최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를 잇따라 짓는 게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으로 전력 수급 안정성을 확보할 현실적인 수단은 LNG 발전소 건립뿐이라는 설명이다. 현대자동차에 앞서 SK하이닉스가 LNG 발전소를 짓고 있고, 일부 기업도 관련 사업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께 경기 이천, 충북 청주에서 시간당 585㎿ 규모의 LNG 기반 열병합 발전소를 각각 가동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2020년부터 총 1조6800억원을 투자해 두 곳에 ‘스마트 에너지센터’라는 이름의 LNG 발전소를 짓고 있다. 연내 공사를 끝내고 내년 본격 가동한다는 목표다.

SK하이닉스 측은 “신규 공장 건설 등 생산시설 증가로 전력 수요가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며 “장기적 관점에서 전력 수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간 전력 조달비용이 들쑥날쑥해 경영계획 수립에 불확실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점도 감안했다.SK하이닉스가 LNG 발전소를 짓는 것은 ‘외부 판매용’이 아니다. 생산한 전기는 이천, 청주에 있는 반도체공장에서 자체 소비한다는 방침이다. 발전소 두 곳의 발전용량은 총 1.17GW다. SK하이닉스 소비전력(2.5GW)의 40% 수준이다. 통상 LNG 발전소는 건립 후 사용연한이 30년 안팎이다.

과거엔 정부가 주요 기업에 안정적인 가격으로 질 좋은 전력을 공급했지만, 요즘은 상황이 다르다는 게 기업들의 설명이다. 전력 공급체계가 중앙집권형에서 분산형으로 전환하면서 나타난 변화 중 하나다. 소규모 발전시설을 통해 필요한 곳에서 전력을 직접 생산해 사용하는 ‘분산형 전력망’ 방침이 확산되면 가격 변동이 커질 수 있다. 그렇다고 태양광 모듈 등을 설치해 얻은 재생에너지만으로 생산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다는 전언이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이천에 태양광모듈을 설치해 월 60㎿의 전력을 생산하고 있지만 전체 전력 사용량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SK하이닉스는 LNG 발전소 건립 계획을 밝힌 2019년부터 4년째 시민단체 반대에 시달리고 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