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정치적 연고(緣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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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5선에 인천시장까지 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이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지난달 주소와 거처를 서울 송파구 거여동으로 옮겼다. 당시 그는 “고주몽의 아내 소서노의 아들, 온조와 비류 형제가 생각났다”며 “형제가 세운 인천 비류백제와 송파 한성백제의 역사적 연결에 대해 상상해봤다”고 SNS에 적었다. 지역 연고(緣故)가 없다는 당 안팎의 반대론에 맞서 서울시장 출마를 2000여년 역사와 연결시킨 것이다.
정치인은 전략공천 등 정치적 여건에 맞추기 위해, 또는 당선 그 자체를 위해서도 선거구를 옮길 수 있다. 국회의원은 대통령(5년 이상 국내 거주)이나 지방자치단체장(선거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해당 지자체 주민등록)과 달리 피선거권에 거주 요건 제한이 없다. 하지만 여기선 이 말, 저기선 저 말 하는 식으로 자신의 지역 및 정치적 연고를 합리화하려는 행태가 가관이다. 오는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히 많이 쏟아진다.송 후보의 오랜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전 경기지사)도 연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성남 사수가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성공시킨 경험으로 계양지구를 첨단 산업 중심지로 성공시키겠다”고 밀어달라고 했다.
성남 분당갑 보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이 전 지사를 직격했다. “연고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인의 상식이자 도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서울 노원구에서 2선을 한 의원 출신이란 점에서 도긴개긴이다. 그는 “안랩 사옥을 지은 곳이 분당갑 지역”이라며 “허허벌판이 지금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됐고, 제가 그것에 일조했다”고 강조했다.
좀 더 시간을 돌려보면 대선에서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오버’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부산 출신 안 위원장 부인인 김미경 씨는 대선 때 “호남의 사위 안철수를 선택해달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당시 강원도에 가선 “강원의 외손”, 대구에 가선 “대구의 아들과 다름없다”고 했다. 초연결이 일상이 된 시대에 연고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연고마저 합리화하는 세태가 거북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
정치인은 전략공천 등 정치적 여건에 맞추기 위해, 또는 당선 그 자체를 위해서도 선거구를 옮길 수 있다. 국회의원은 대통령(5년 이상 국내 거주)이나 지방자치단체장(선거일 현재 계속해 60일 이상 해당 지자체 주민등록)과 달리 피선거권에 거주 요건 제한이 없다. 하지만 여기선 이 말, 저기선 저 말 하는 식으로 자신의 지역 및 정치적 연고를 합리화하려는 행태가 가관이다. 오는 6·1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특히 많이 쏟아진다.송 후보의 오랜 지역구였던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선에 나선 이재명 민주당 후보(전 경기지사)도 연고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성남 사수가 이재명의 명분이라면, 계양 차출은 민주당의 명분”이라고 해명했다. 이 후보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성공시킨 경험으로 계양지구를 첨단 산업 중심지로 성공시키겠다”고 밀어달라고 했다.
성남 분당갑 보선 출마를 선언한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위원장은 이런 이 전 지사를 직격했다. “연고 있는 곳에 출마하는 것이 정치인의 상식이자 도리”라고 했다. 하지만 그도 서울 노원구에서 2선을 한 의원 출신이란 점에서 도긴개긴이다. 그는 “안랩 사옥을 지은 곳이 분당갑 지역”이라며 “허허벌판이 지금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됐고, 제가 그것에 일조했다”고 강조했다.
좀 더 시간을 돌려보면 대선에서 지역 표심을 얻기 위해 ‘오버’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부산 출신 안 위원장 부인인 김미경 씨는 대선 때 “호남의 사위 안철수를 선택해달라”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도 대선 당시 강원도에 가선 “강원의 외손”, 대구에 가선 “대구의 아들과 다름없다”고 했다. 초연결이 일상이 된 시대에 연고를 논하는 것 자체가 우습기는 하다. 하지만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연고마저 합리화하는 세태가 거북스러운 건 어쩔 수 없다.
장규호 논설위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