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와 '미묘한 사이' 이병근·정승원의 혹독했던 첫 대구 원정

정승원 볼 잡으면 대구 팬은 '야유'…경기에선 수원 0-3 완패
편치만은 않은 '친정' 대구를 방문한 K리그1 수원 삼성의 이병근(49) 감독과 미드필더 정승원(25)이 완패를 곱씹으며 떠났다. 8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와 수원의 K리그1 11라운드 대결에는 '이병근 더비'이자 '정승원 더비'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이 감독과 정승원 모두 지난해까지 대구에 몸담았다가 현재는 수원 소속이다.

이 감독은 2019년 수석코치로 대구에서 일했고, 이듬해는 안드레(브라질) 당시 감독이 시즌 직전 갑작스럽게 팀을 떠나며 대행으로 한 시즌을 이끌었다. 이후 지난해엔 정식 감독으로 대구가 구단 사상 1부리그 최고 순위인 3위에 오르도록 지휘했다.

하지만 이후 연장 계약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 감독은 그대로 팀을 떠나야 했다.

그렇게 잠시 현장을 떠나 있던 이 감독은 이번 시즌 초반 부진으로 박건하 감독과 결별한 수원에 지난달 부임해 도약을 위해 힘쓰고 있다. 그보다 앞서 수원 소속이 된 정승원은 이병근 감독이 대구에 있을 때부터 구단과 편치 않은 사이였다.

대구의 간판스타로 활약하던 그는 2021시즌을 앞두고 계약 문제를 두고 갈등을 빚어 프로축구연맹의 연봉조정까지 갔다.
우여곡절 끝에 대구에서 지난 시즌을 보냈으나 사실상 결별이 예고된 상태였고, 시즌 막바지엔 방역 수칙 위반 논란 등으로 잡음이 이어진 가운데 결국 올해 수원으로 이적했다. 이후 원정팀 소속으로 DGB대구은행파크를 찾는 이들의 마음은 미묘할 수밖에 없었다.

이병근 감독은 경기 전 "버스를 타고 들어올 때부터 기분이 이상했다.

가슴이 벅차기도 하다"며 "대구에서 많은 것을 배우고 결과도 냈으니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 아닌가 싶다.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구장과 대구 선수들에 대해 잘 안다"며 승리를 다짐한 이 감독의 뜻처럼 경기는 흘러가지 않았다.

'경계 대상 1호'가 된 대구의 세징야가 제대로 비수를 꽂았다.
시작 전 수원 벤치 쪽으로 다가가 이병근 감독에게 반갑게 인사한 세징야는 전반 4분 만에 예리한 코너킥으로 제카의 헤딩 골을 어시스트해 기선 제압에 앞장섰다.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대구 팬들은 정승원에 대한 마음의 앙금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그가 볼을 잡을 때면 쉬지 않고 "우∼" 야유를 보냈다.

원정 응원석의 수원 팬들이 "정승원" 구호로 응수하면, 반대편에선 다시 야유가 돌아왔다.

후반 들어 이 감독은 활발한 교체 카드 활용 등으로 난국을 타개하려 했지만, 세징야가 후반 14분 직접 추가 골을 뽑아내고 '상의 탈의' 세리머니까지 펼치며 분위기는 대구 쪽으로 기울어버렸다.

후반 20분엔 대구 고재현의 쐐기 골까지 나왔다.
팀의 0-3 완패 속에 정승원은 후반 29분 대구 골키퍼 오승훈에게 거친 파울을 해 경고를 받았다.

경기 막바지엔 대구 이진용과 수원 이기제의 날 선 신경전 때 가세하기도 했다.

경기 후 이 감독은 대구 코치진, 선수들과 인사를 나눈 뒤 수원 선수들과 함께 원정 관중석으로 가서 수원 팬들의 응원에 감사 인사를 전했다.

정승원도 수원 팬들에게 인사한 뒤 경기장을 나섰다.

이 감독은 "깨끗하게 졌다.

이긴 팀 대구엔 축하하고 인정한다"며 "실수에 의한 실점으로 어렵게 경기했고, 초반 분위기 싸움과 집중력 등에서 밀린 것 같다.

재정비해서 어려운 고비를 잘 헤쳐나가야 할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정)승원은 이번 경기 준비 과정이 다른 때보다 좋았다.

경기 전 대화에서 '긴장은 되지만 한 발 더 뛰겠다'는 의지를 보였는데, 잘되지 않았으나 90분 동안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대구의 완승을 이끈 알렉산더 가마(브라질) 감독은 "전임 감독님이 계셨던 팀과의 대결이지만, 선수들에게 크게 얘기하진 않았다. 순위 싸움을 하는 팀과의 대결이라 '결정적'이라는 것만 각인시켰다"며 "원하는 대로, 생각한 대로 경기했다"고 흡족해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