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 완화에도 경제 첩첩산중…KDI "하방위험 더욱 확대"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경기 하방위험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는 국책연구기관의 경기 진단이 나왔다. 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등으로 인해 한국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하는 한편 자동차 등 일부 업종에선 생산 차질끼지 빚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이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빠르게 앞당기고 있는 점도 대외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5월호를 통해 이 같은 진단을 내놨다. KDI는 코로나19 확산 자체가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점차 축소되고 있으며 향후 서비스업의 회복세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되면서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생산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3월 서비스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3.7% 증가했다. 전월 대비로는 1.5% 늘었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타격이 컸던 숙박·음식점업(2.0%), 도소매업(1.2%) 등의 대면업종도 전월 대비(계절조정) 일부 반등했다.

하지만 KDI는 "최근 우리 경제가 완만하게 회복되고 있으나, 대외 여건이 악화되면서 투자와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는 등 경기 하방위험이 더욱 학대됐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공급망 교란이 지속되고 주요국의 정책에 대한 불확실성도 확대되며 대외 여건이 악화하고 있다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 제공
KDI는 특히 상하이와 같은 중국의 주요 도시에서 극단적인 코로나19 봉쇄조치가 시행되면서 한국의 대외 여건이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대(對) 중국 수출을 중심으로 수출 증가세가 둔화한 한편, 자동차 등 일부 산업의 생산 차질이 벌어졌기 때문이다.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한국의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12.6% 증가했다. 두 자릿수 증가율이긴 하지만, 지난 3월(18.2%)보다는 증가율이 축소됐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 증가율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지난 3월 16.6%에서 4월 -3.4%로 감소 전환됐다. 지난달 러시아에 대한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기준 -70.5%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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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로나'를 구호로 내건 중국의 강력한 코로나19 봉쇄정책은 한국의 자동차 산업에 특히 큰 충격을 줬다. 당장 중국에서 부품을 조달하지 못해 국내 일부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국내 자동차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6.4% 감소했다.

KDI는 세계 경제가 높은 인플레이션, 긴축적 통화정책 강화, 중국의봉쇄조치 등으로 인해 부정적 전망이 점차 확대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공급망 교란과 물가 상승 압력이 지속되면서 신흥국을 중심으로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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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금융시장은 전반적으로 불안정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KDI는 부연했다. 미국의 정책금리가 당초 예상보다 빠르게 인상될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주요국의 장기 급리가 급등하고 달러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KDI는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에 대한 우려 등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확대되면서 경기 하방압력이 가중되고 있다"고 했다.

정의진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