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주 PER, 글로벌 100대 은행 소속 22개국 중 21위…"저평가 심각"

글로벌 100대 은행이 속한 22개 금융 선진국의 금융주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을 살펴본 결과, 한국은 최하위권인 21위로 집계됐다. 국내 금융주가 해외에 비해 매우 저평가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우리나라 금융업의 주식 저평가 현황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 해외 대비 국내 주식의 저평가 정도를 뜻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금융 분야에서 특히 심하다는 게 핵심 내용이다.
PER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자료=한국금융연구원
작년 기준 100대 은행을 보유하고 있는 '금융 강국' 22국 가운데 은행그룹의 PER이 가장 높은 국가는 독일(16.4%)이었다. 이어 호주(15.6), 이탈리아·캐나다(15.1), 카타르(14.1), 아랍에미리트(12.8) 등 순이었다. 한국은 브라질(4.2)과 중국(4.1)에도 뒤처진 4.0이었다. 한국보다 금융주 PER이 낮은 곳은 러시아(3.6)밖에 없었다.

현금흐름이 중요한 제조업과 달리 자산건전성이 중요한 금융업의 가치평가를 산정할 땐 PER보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더 적합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PBR로 따졌을 때도 한국은 21위에 그쳤다. 'ORBIS 뱅크포커스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글로벌 100대 은행그룹의 재무제표를 분석한 결과 2021년 국내 은행그룹의 평균 PBR은 0.36으로 조사됐다. 미국(1.61)과 비교하면 77.6% 저평가됐다.
은행그룹 PER 및 PBR 국제비교. /자료=한국금융연구원
한국 금융업의 주식이 국내 다른 업종뿐 아니라 동일 업종인 글로벌 은행그룹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 있어서 금융업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진단이 나온다. 뱅크포커스 자료를 분석한 결과 수익성, 배당수익률 등 은행그룹의 개별 요인을 통제하더라도 한국의 고유요인으로 인해 국내 은행그룹의 주가가 저평가 된 것으로 나타났다.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 금융회사가 수익성 제고, 주주 친화적 배당정책 수립을 위해 노력할 뿐 아니라 금융업계 전반적으로 경영문화 개선, 정보통신기술 중심의 산업구조 변화에 대한 대응에도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준희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당국은 금융업계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규제·감독체계 상 시장의 비효율성을 유발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에 대해서는 투자자들의 의견을 적극적인 수렴하고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