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카카오 신화…카카오그룹株 올들어 35조 증발

실망스런 실적에 장기적 성장성 우려까지
카카오페이 MTS·게임즈 신작 흥행 '주목'
사진=연합뉴스
작년까지 국내 성장주의 대표주자였던 카카오그룹주가 추락하고 있다. 올 들어서만 카카오그룹주 시가총액이 35조원 증발했다. 증권가에서는 카카오그룹의 성장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카카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카카오게임즈 등 4개 종목의 시가총액은 총 35조2300억원 줄었다. 카카오는 이 기간 시총이 13조5110억원 감소했다. 카카오페이는 전거래일에 이어 이날도 상장 이래 신저가를 경신하며 시총 10조5910억원이 증발했다.실망스러운 1분기 실적이 영향을 미쳤다. 대장주인 카카오는 1분기 영업이익이 1587억원으로 컨센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 1616억원을 소폭 밑돌았다. 카카오뱅크는 같은 기간 영업이익 884억원을 기록, 컨센서스(1028억원)를 10% 가량 하회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영업이익 421억원을 기록, 컨센서스(493억원)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카카오페이는 1분기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섰다.

증권가에선 단기적 실적을 넘어 장기적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카카오의 경우 캐시카우로 여겨졌던 카카오톡 비즈니스 매출 성장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 1분기 톡비즈 광고 매출이 경기 불확실성 확대로 전분기 대비 5.6% 감소했다. 카카오페이는 자회사인 카카오페이증권의 홀세일(법인영업) 매출이 둔화되는 등 수익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정부 정책에 따라 신용대출을 축소하며 증권가 눈높이를 맞추지 못했고, 카카오게임즈는 흥행하는 차기 신작이 부재한 상태다. 카카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6.79배로 업종 평균(8.97배)에 비해 높고, 카카오페이는 844.41배에 이른다.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수준)이 높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서비스를 개시한 카카오페이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이 높은 성장률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출시할 신작 '우마무스메' 역시 전작 '오딘'의 성장 둔화를 상쇄할 수 있어야 한다.

안재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 주가는 카카오톡 광고비 집행 둔화와 인건비 인상, 금리인상에 따른 성장주의 주가 하락 등을 상당 부분 반영한 상황"이라며 "2분기는 광고와 커머스 성수기이고, 카카오페이의 MTS 서비스가 시작되며 새 정부의 대출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돼 주요 사업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surug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