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까지 4시간"…삼청동은 지금 '이건희컬렉션 특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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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달 6일 폐막 앞두고
국립현대미술관 '인산인해'
이중섭·천경자 등 대작 한눈에
현장발권 열리자 아침부터 '오픈런'
지난주 하루 평균 3000명 다녀가
삼청동 화랑가까지 덩달아 들썩
학고재, 1세대 한인화가 포킴展
李컬렉션 보러 나들이 온 고객이
5000만원 상당 작품 사가기도
![이건희컬렉션 전시가 열리고 있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관람객으로 가득 차 있다. /성수영 기자](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AA.29906589.1.jpg)
9일 서울 삼청동 화랑가에는 롯데월드에서나 볼 수 있던 대기 표지판이 서 있었다. 표지판 뒤로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가 보니 국립현대미술관 가장 안쪽 1전시실로 이어졌다. 다음달 6일 폐막하는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 명작’을 찾은 관람객들이 만든 행렬이었다.지난주 이 전시의 하루평균 관람객은 3000명에 달했다.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른 동시 관람 인원 한도(전시장 내 100명)를 아침부터 저녁까지 꽉 채운 셈이다. 윤승연 국립현대미술관 홍보관은 “사전 예약 없이 현장에서 표를 끊고 입장할 수 있도록 방침을 바꾼 지난달 12일부터 이런 ‘오픈런’이 매일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 시간 기다렸지만 만족”
![이건희컬렉션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1983). /국립현대미술관 제공](https://img.hankyung.com/photo/202205/AA.29909085.1.jpg)
관람은 하늘에서 별 따기였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방역조치가 강화되면서 하루 240명만 온라인 예약을 받았기 때문이다. ‘광클(미치도록 빠르게 클릭)’에도 불구하고 주변에 예약에 성공했다는 사람을 찾을 수가 없었다. 무료 전시인데도 암표가 나돌았다.미술관 앞에 줄이 늘어서기 시작한 건 지난달 12일 방역조치 완화에 따라 현장 발권이 가능해지면서다. 윤 홍보관은 “평일 오전 10시에 미술관 문을 여는데 두 시간 전부터 줄이 늘어선다”며 “주차장이 꽉 차 직원들도 차를 못 댈 정도”라고 말했다. 이날 만난 한 관람객은 “새벽에 전남 여수에서 올라와 네 시간 기다려 전시를 봤는데, 오래 기다렸지만 만족한다”며 “천경자의 ‘노오란 산책길’(사진) 등 봄 냄새 물씬 풍기는 작품이 인기가 많았다”고 했다.
줄은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시작한 또 다른 이건희컬렉션과 시너지 효과가 나면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건희컬렉션 중 고미술과 지방 미술관 기증품, 모네의 ‘수련’ 등을 모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를 열고 있다. 이 전시 역시 2주도 안 돼 2만 명(9일 기준) 넘게 관람할 정도로 인기다. 이재호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선 한국 근현대 거장의 작품을, 박물관에선 고미술품을 집중적으로 볼 수 있어 두 전시를 ‘세트’로 관람하는 관람객이 많다”고 했다.
삼청동 갤러리들도 ‘즐거운 비명’
‘이건희 특수’는 삼청동 화랑가 전체가 누리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관람을 마친 뒤 인근 갤러리로 ‘미술 나들이’를 하는 이들이 늘어서다.10일 청와대가 일반에 공개되면 갤러리 관람객은 한층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춘추문 앞에 자리잡은 중견 화랑 공근혜갤러리는 ‘물 들어올 때 노 젓는’ 이벤트를 준비했다. 이곳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태 킴 작가(36)가 청와대 개방을 기념해 만든 작품을 개방일(10일)부터 1주일 동안 전시하기로 했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