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이재명 '개딸 현상'과 정치의 '덕질화'

이재명 열광적 지지 2030여성
정치권 의제·소통 고민 안겨

오형주 정치부 기자
“아빠, 여기 좀 보세요. 꺄악~!”

이재명 전 경기지사가 6·1 국회의원 보궐선거 인천 계양을 출마를 선언한 지난 8일. 계양산 초입에 있는 야외공연장에 들어서자 뜻밖에도 ‘이재명’을 연호하는 젊은 여성들의 함성이 울려 퍼졌다.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2030여성들이었다.개딸들은 ‘58세(1964년생) 남성’인 이 전 지사의 출마 기자회견을 아이돌 콘서트장으로 바꿔놨다. 몇몇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코스프레’ 차림을 하고 존재감을 어필했다. 그들이 뿜어낸 생기발랄한 에너지는 정치 현장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었다.

이 전 지사가 ‘셀카’ 촬영에 응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가자 ‘귀여워’라는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들에게 이재명은 단순한 지지 차원을 넘어 ‘덕질’의 대상이 된 듯했다.

2030여성이 이 전 지사를 전폭 지지한다는 건 이미 숫자로 확인됐다. 지난 대선 당시 지상파 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20대 여성의 58%는 이 전 지사에 투표했다.윤석열 대통령은 33.8%를 얻었다. 30대에서도 여성의 49.7%가 이 전 지사를, 43.8%가 윤 대통령을 뽑았다. 대선 직후 1주일간 더불어민주당에 당원으로 신규 가입한 12만 명 중 절반 이상은 2030여성이었다.

물론 개딸을 필두로 한 ‘팬덤 정치’는 정치권에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팬덤에 기댄 ‘정치적 결단’이 대표적이다.

이 전 지사가 ‘방탄 출마’라는 비판에도 대선 패배 두 달 만에 민주당 텃밭인 계양을 출마를 감행한 건 든든한 지지층의 뒷받침이 있어 가능했다.그렇지만 기성 정치권이 곱씹어볼 만한 부분도 적지 않다. 스스로를 개딸이라고 한 문모씨(24)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인들이 청년을 말하면서 여성을 빼는 것 같아 이재명을 지지했다”며 “우리도 표가 있는 유권자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30대 당수(이준석)’를 배출한 보수정당이 ‘공정’을 기치로 내걸면서 청년층 중 어느 한쪽을 소외시킨 것이 개딸의 등장이라는 반작용으로 이어졌다는 얘기다.

이 전 지사가 팬들을 ‘관리’하는 방식도 눈여겨볼 만하다. 이 전 지사는 평소 ‘SNS 중독’이라고 불릴 정도로 손에서 휴대폰을 놓지 않는다. 항상 SNS를 통해 실시간 여론 동향을 살피고 민심을 청취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제까지 소통을 부르짖는 정치인은 많았지만 대부분은 보여주기식 ‘쇼통’에 그쳤다”며 “이재명처럼 소통을 통한 ‘효능감’을 안겨준 정치인은 드물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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