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정부 출범] 74년 '영욕의 세월' 뒤로 하고…靑, 역사 속으로

김신조 사건에서 10·26까지…'권력의 심장' 정권명멸 지켜봐
문화재 등 볼거리…북악산 등산객 몰려 '시민공원' 기대감도
10일 오전 0시를 기해 윤석열 정부가 공식 출범하면서 그동안 70년 넘게 이어진 '권부의 심장'으로서 청와대의 역할도 그 수명을 다하게 됐다. 새 정부에서 대통령 집무실을 용산으로 이전함에 따라 이제 청와대는 대통령의 권위를 상징하는 건물이 아닌 시민들에게 휴식을 주는 공간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 대한민국 권력의 핵심…권력의 명멸 바로 곁에서 지켜봐
현재의 청와대 자리(서울 종로구 세종로 1번지)는 조선 태조 4년(1395년) 경복궁이 창건되며 궁궐의 후원으로 사용되던 곳이다.

일제강점기 시절, 조선총독부는 경복궁을 청사 건물로 사용하면서 지금의 청와대 부지를 공원으로 조성했다. 83년 전인 1939년에는 조선총독부는 이 곳에 건물을 짓고 총독관사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1948년 정부가 수립되며 이승만 전 대통령이 '경무대'라는 이름을 짓고 관저 및 대통령 집무실로 이 건물을 사용하게 된 것이 지금 청와대의 시작으로 볼 수 있다.

'푸른 기와 집'을 뜻하는 청와대(靑瓦臺)의 명칭을 가장 먼저 사용한 것은 윤보선 전 대통령이다. 윤 전 대통령은 1960년 당시 4·19 혁명 분위기 속에 경무대가 지닌 부정적 인식을 고려해 이름을 바꿨다.

이후 박정희·최규하·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정부에 이르기까지 62년의 세월 동안 청와대는 곧 최고 권력을 상징하는 이름으로 통했다.

특히 역사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청와대는 주요 무대로 활용됐다. 우선 1968년 1월 12일 김신조를 비롯한 북한 무장대원 31명이 박정희 전 대통령과 정부요인 살해를 목표로 청와대 뒷산으로 침투한 이른바 '1·21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무장대원들이 침투한 이른바 '김신조 루트'는 최근 북악산 개방 결정을 통해 일반 시민들도 방문할 수 있는 곳이 됐다.

1979년 10월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와대 부지 내 궁정동 안가에서 김재규 당시 중앙정보부장이 쏜 총탄에 맞고 숨지는 '10·26 사태'가 벌어졌다.

다만 이처럼 최고권력의 바로 곁에 위치하다보니 국민들에게 청와대는 무언가 내밀하고 위압감있는 이미지가 굳어졌다.

여기에 국가원수에 대한 철저한 경호 등이 겹치며 대통령과 시민들의 접점은 점차 줄어들었고, 결국 정권이 반복될 때마다 청와대는 '구중궁궐 논란'에 휩싸여야만 했다.
◇ 문화재 등 볼거리 풍성…등산객 몰리는 '시민공원' 될까
윤석열 정부에서는 이런 '구중궁궐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청와대를 일반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대통령 집무실은 용산으로 옮기는 '대공사'를 단행했다.

이에 따라 이날부터 청와대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여가를 즐기는 공원이 될 전망이다.

시민들이 청와대에 입장하면 그동안 대통령과 참모들이 사용했던 청와대 본관과 영빈관, 녹지원, 상춘재 등을 둘러볼 수 있다.

그동안 경호와 보안 문제로 잠겨 있었던 청와대 뒤편 대통문이 개방되면서 한양도성 성곽까지 연결되는 북악산 등산로도 새롭게 열리게 된다.

춘추관 뒷길에서 출발하는 청와대 동편 코스와 칠궁 뒷길로 시작하는 서편 코스를 이용할 수 있다.

등산 코스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개방되며, 봄을 맞아 다수의 관광객들이 새로 열리는 이 코스를 찾을 것으로 정치권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청와대 내의 다양한 문화유적도 시민들을 기다리고 있다.

우선 청와대 경내 대통령 관저 뒤편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 1977호로 지정된 석불좌상이 있다.

지정 명칭은 '경주 방형대좌 석조여래좌상'이다.

이 불상은 본래 경주에 있었으나 1913년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 조선총독에이 이를 서울 남산 총독관저가 있던 왜성대로 옮겨왔다.

특히 데라우치 총독이 일본으로 이 불상을 일본으로 가져가려 했으나 당시 언론이 비판여론을 일으켜 보물을 지킨 것으로도 유명하다.

인근에는 청와대 내 정자인 오운정도 자리하고 있다.

오운정은 흥선대원군이 경복궁 중건 당시에 함께 건립한 정자로, 이 현판 글씨는 이승만 전 대통령이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청와대 내부 서남쪽에는 조선시대 왕을 낳은 후궁의 위패를 모신 '칠궁'이 있다.

수궁(守宮)터는 과거 일제가 세웠던 조선총독부 건물을 김영삼 전 대통령이 허물면서 옛 경복궁 후원의 모습을 재현해 조성한 곳이다. 이같은 유적을 중심으로 한 '역사탐방'이 북악산 등산코스와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청와대가 역사와 자연이 함께하는 시민공원으로 거듭날 수 있으리라는 게 윤석열 정부의 기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