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하는 이유 [조평규의 중국 본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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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닷컴 더 머니이스트중국은 상하이 봉쇄에 이어 수도 베이징과 광둥성의 일부 대도시 등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중국 대도시의 봉쇄는 언제쯤 끝날 것인지, 나아가 봉쇄로 인한 중국의 경제 성장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5억 인구 통제하기 위한 '제로 코로나'
시진핑 주석 연임 앞두고 통제
시진핑 총서기겸 국가주석이 주재한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는 지난 5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대응 상황을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무한보위전' 이래 가장 엄중한 방어와 통제의 시련을 이겨냈으며, 단계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습니다.정부 당국은 '우리의 방역 정책은 역사적 검증을 거쳤으며, 우리의 방역 조치는 과학적으로 유효하다는 것을 실천적으로 증명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서방 국가들과 같은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 정책은 따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습니다.
중국의 고강도 방역으로 국민의 피로감과 반발감이 누적되고 있으며, 경제 성장률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코로나 제로' 정책을 택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습니다. 서방의 시각으로 중국을 볼 것이 아니라, 15억 인구를 가진 중국 정부의 고민을 생각해야 합니다.
중국은 고령의 노인들이 많으며, 의료자원의 불균형이 심각한 나라입니다. 중국 대도시 의료기관의 수준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지방이나 농촌의 의료 환경과 수준은 도시에 비해 열악합니다. 중국이 위드 코로나, 즉 개방 전략으로 대응하다가는 한꺼번에 엄청난 중증의 감염자가 발생할 것입니다. 화장장조차 모자라 사회적인 비난과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게다가 중국의 정치 일정도 위드 코로나 정책을 실시하지 못하게 하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중국은 올해 10월 제20차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3연임이 결정해야 합니다.
만약 도중에 코로나로 인해 대량 사상자가 발생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3연임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결국 올해까지는 '고강도 방역'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서방에서 개발한 치료제나 백신은 중국에서 사용할 수 없습니다. 중국 자체적으로 치료제나 효과 좋은 백신 개발에 대한 성공, 자연 소멸 같은 행운을 기대하는 것도 하나의 선택일 수 있습니다.
대도시의 전면 봉쇄 정책은 공산·전체주의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어느 정도 나이가 있는 부류의 반발심은 크지 않지만, 지우링허우(90년대 이후 출생)들은 참지 못하고, 모바일 등 인터넷이란 수단으로 항의할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상당한 사회 혼란 세력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의 과거 성장을 견인한 것은 투자·수출·소비였으나, 봉쇄 경제로 수출과 소비는 큰 타격을 받고 있습니다. 결국 정부 주도의 투자와 성장에 기대를 걸 수 밖에 없습니다.시진핑 국가주석이 작년 '공동부유'(共同富裕)를 내걸고, '주택은 투기의 대상이 아니라, 거주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출 승인 축소나 토지 가격의 통제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통제를 강화했습니다.
부동산 시장으로 투기자금의 유입을 차단, 시장이 안정되기를 바랐지만, 오히려 경기침체를 부추기는 요인이 됐습니다.
최근 중국은 대도시 봉쇄 조치로 직격탄을 맞은 곳은 부동산 분야입니다. 봉쇄 조치로 통행과 이동의 제한이 이루어지는 상황에서 집을 보러 가거나 부동산을 매입하려는 수요가 생겨날 리는 만무합니다.
중국 정부는 '헝다그룹' 사태 이후, 1가구 2주택 이상의 아파트 구매 제한을 이미 풀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시장의 침체는 지속되고 있습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이 28%에 달합니다. 부동산시장의 경색은 경제 성장을 가로막는 핵심 요인입니다.
중국 정부가 명시적으로 제시한 연간 경제성장률(5.5%)은 무조건 달성 해야 하는 수치입니다. 경기가 지속해서 침체한 경우 경기부양 효과가 가장 빠른 부동산에 대한 제한을 풀고, 부양시킬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중국은 정부의 적극적이고 강력한 부양책에 힘입어, 목표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게 될 것입니다. 중국 정부는 효율적이고 강력한 정책적 수단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플레이션과 저성장의 늪에 빠져들고 있는 세계 경제를 지탱하는데, 적지 않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한경닷컴 The Moneyist> 조평규 경영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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