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게레스하이머, 바늘없는 주사 기술에 투자[최지원의 바이오톡(talk)]

미국 포털 인스트러먼츠 지분 투자 결정
포털 인스트러먼츠가 개발한 무바늘 주사 기술(제트 인젝터)의 개요. 초속 200m의 빠른 속도로 약물이 체내로 주입되며, 최대 2ml 용량까지 가능하다. 주사 바늘을 통한 감염 위험을 줄일 수 있고, 만성 질환 환자의 투약 편의성을 크게 개선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제약업계의 주목을 받는 기술이다. Portal Instruments 제공
세계 최대 규모의 의약품 바이알(유리병) 제조업체인 독일의 게레스하이머가 약물전달시스템(DDS) 확장에 나섰다. 9일(현지시간) 제약업계에 따르면 게레스하이머는 무바늘 주사 기술을 개발 중인 미국 포털 인스트러먼츠에 수백만 유로 규모의 지분 투자를 결정했다. 정확한 투자금은 밝히지 않았다.

게레스하이머는 바이알 캡슐 앰플 주사기 등 완제 공정에 필요한 다양한 포장재를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약 15억유로(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회사는 최근 새로운 수입 창출을 위해 약물전달시스템(DDS)의 계약생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흡입기, 자동 주사기, 펜 인젝터 등이 게레스하이머의 주요 DDS다.게레스하이머는 이번 투자로 포털이 개발 중인 무바늘 주사 기술(제트 인젝터)을 DDS 서비스의 한 축으로 삼을 계획이다.

포털이 개발 중인 제트 인젝터 기술은 바늘 없이 2ml 용량의 생물학적 제제를 체내에 주입할 수 있다. 강한 압력에 의해 초속 200m로 약물이 분출된다.

주사 바늘을 통한 감염을 막기 위해 제트 인젝터 주사기가 많이 개발돼 있지만, 투여 가능한 약물 용량의 한계가 존재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대다수의 제트 인젝터는 한 번에 1ml 이하의 약물만 투여할 수 있다. 0.1ml 수준에 그치는 경우도 많아 1ml 약물을 주입하려면 10번 이상의 반복 투여해야 한다. 포털의 제트 인젝터 기술은 최대 2ml 용량의 약물을 한 번에 주입할 수 있으며, 주입 속도를 조절해 약물이 관통하는 피부 깊이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포털은 올 2월 제트 인젝터 기술에 대한 파일럿 임상시험 결과를 국제학술지 ‘PDA 제약 과학과 기술’에 발표했다. 이번 파일럿 임상을 통해 2ml 용량의 약물을 전달하는 데 문제가 없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많은 제약사들의 관심을 불러모았다.

디트마 심슨 게레스하이머 최고경영자(CEO)는 “이번 투자는 우리 사업의 또 다른 이정표”라며 “고객사에게 훨씬 광범위하고 혁신적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마켓앤마켓은 제트 인젝터가 2026년까지 2억7200만달러의 시장을 형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로 인한 감염 이슈, 당뇨, 비만 등 만성 질환의 발병률 증가, 약물에 대한 순응도가 낮은 노인의 증가 등을 성장 요인으로 꼽았다.

최지원 기자 j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