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과자 퇴사협상은 누가? 위로금은 얼마나 줘야할까?

한경 'CHO INSIGHT'
조상욱 변호사의 '인사兵法'
승진 이후 성과가 저조하고, 불명확한 지시와 잘못된 사업 판단으로 팀원들로부터 신망을 잃어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하는 팀장이 있다. 직근 상사인 본부장이 상담을 하고 여러 인사조치를 고민해 보았으나, 기업 경영진은 결국 퇴사를 권유하기로 했다. 결정을 전해 듣고 팀장은 처음에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퇴사 협상에는 임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 기업이 협상 과정에서 유의할 사항은 무엇일까?

저성과자 퇴사 협상은 사안마다 쟁점, 양상, 해법이 달라서 종전의 성공 경험이 오히려 새로운 협상의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 그러나 거의 언제나 나타나는 이슈와 널리 통용되는 대응방법을 알아두면 참고할 가치는 있을 것이다. ◆저성과자 퇴사협상 담당자, 누가 적절할까?

저성과자 협상에는 경험과 반성적 고려를 통해 체득하게 되는 실용 지식이 있다. 몇 가지 들면 △해고 등 일방적 조치를 최선의 대안 (BATNA)으로 활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협상이 이루어지는 점 △사직 권유와 협상의 소통 과정에서 직장 내 괴롭힘 신고 위험을 유의해야 하는 점 △퇴사 이유 설명 과정상 평가 적절성이 자주 문제되므로 사전에 설명 준비가 필요한 점 △상대방 눈높이에서 합리적인 제안을 선제적으로 해야 하는 점 △직원 입장 변화가 흔하고 진폭이 크기 때문에 적절한 조건에 합의한 순간 신속히 협상을 마무리해야 하는 점 등이다. 담당자는 각 상황 별로 이런 점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올바른 판단을 쌓아가 대상 직원과 협상 타결을 이끌어 나가야 한다.

이렇게 체득과 담당자 역할이 중요하니, 예컨대 널리 협상에 자신 있고 소통능력이 좋다고 쉽사리 그 역할을 맡길 수 없다. 대상 직원에 기업 결정을 알리면서 의견을 청취하는 조치까지는 몰라도 그 이후 본격 협상은 저성과자 협상 경험이 풍부한 인사 담당자와 법무 담당자가 공동으로 맡고 역할을 분담하여 진행하는 것이 이상적이다.특히 감정 대립, 오해, 쟁점 유탈을 피하기 위해 평소 업무를 같이 한 상사(사례에서는 본부장)가 전면에 나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저성과 직원이 부서장이 전체 메일로 공개 칭찬한 사실을 들면서 왜 본인이 저성과자인지 퇴사 협상 중 강력하게 항의하여 언쟁이 일어나고 결국 협상 불발된 사안을 맡은 적이 있다. 부서장은 너무 헤매는 직원이 안쓰러워 격려 차원에서 작은 기여를 애써 찾아 공개적으로 칭찬한 것이다. 인사관리상 문제될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자존심을 다쳐 다그치는 직원 앞에서 부서장이 당시 사정을 변명처럼 들리지 않게 설명하기란 쉽지 않았을 것이다. 한 발 떨어진 입장에 있는 경험 많은 인사 담당자가 나섰다면, 공감을 표현하되 그 사실은 지금 중요하지 않음을 납득시켜 협상을 이어갈 수도 있지 않았을까?

◆다른 직원과 동등한 위로금 지급, 얼마나 중요한가?기업은 다수 저성과자와 동시에, 혹은 각기 다른 시기에 퇴사 협상을 할 수 있는데, 이때 대상자는 달라도 위로금이 동등한 수준이 되도록 고심하는 것이 보통이다. 위로금 규모는 기업 단위로 선례적 가치가 있고, 그렇게 하는 것이 공정하며 협상 성공에 도움이 된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실제 다른 직원에 지급된 위로금은 위로금 협상에서 다양한 면에서 영향을 준다. 저성과자 퇴사 협상에서 위로금을 공개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는 잘 지켜지지 않는다. 그 결과 다른 직원에 지급한 위로금을 지렛대로 삼아 자기 위로금 규모를 키우려는 경우, 다른 직원이 합의한 위로금보다 자신이 합의한 위로금이 적다는 것을 알고 반발하는 경우 등이 나타난다. 과다한 위로금을 주장하는 직원에게는 기업이 스스로 과거 지급한 위로금을 공개하며 공정성과 일관성을 강조하여 동의를 이끌어내기도 한다.

이런 사정상, 기업이 다른 직원에 지급한 위로금을 처음 제안할 위로금에 참고하고, 협상 근거로 활용하며, 결과적으로 잘못된 선례를 남기지 않도록 하는 등 일관성에 신경을 쓰는 것은 분명히 의미 있다. 그러나 다른 직원 위로금은 어디까지나 참고일 뿐이다. 저성과자 퇴사 협상 대상자는 위로금 결정에 중요한 요소가 다르기 때문이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동등 수준 위로금 지급은 덜 중요해진다.대대적 조직 개편 계기에 10여명의 저성과자 직원과 퇴사협상을 시작한 기업을 자문한 적이 있다. 이 때 처음 제안한 위로금은 다른 직원에 제안할 위로금, 종전 유사한 사례에서 지급한 위로금의 선례 뿐 아니라, 동일 업종 다른 기업의 희망퇴직금, 재직기간, 그 동안의 기여도, 재취업 가능성, 퇴사 합의 후 부여하는 유급휴직 기간 등을 고려하여 수개월치 급여부터 1년 연봉 이상까지 모두 다르게 정했다. 특히 개별 협상 과정에서 합리적 수준의 합의가 이루어지면 일관성을 과감히 희생하고 신속하게 합의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다수 직원이 대상이 된 퇴사협상은 조기 종결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조속한 합의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적 요소도 위로금 규모에 영향을 주는 점에서도 다른 직원 위로금은 그야말로 참고임이 확인된다.

◆첫 제안에 대한 뜻밖의 반응, 어떻게 대응할지?

첫 제안을 받으면 직원은 대개 당장 수용하지는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 입장을 밝히는데, 이 때 합리적 역제안이 아니라 뜻밖의 반응이 나올 수 있다. 이때 담당자는 냉정하고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 협상의 큰 그림이 정해지는 갈림길이기 때문이다. 대응 여하에 따라 협상은 생산적으로 발전할 수도 있고, 정체되거나 파행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담당자가 종전 사례, 재직기간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1년 연봉에 상당하는 연봉을 첫 제안으로 제시했는데, 팀장이 “위로금이 너무 적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 새로 제안해 달라”고 요구한다고 해보자. 실제 이렇게 첫 제안을 인정하지 않고 새 제안을 요구하는 경우는 드물지 않다. 이런 경우 담당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원칙적으로 담당자는 위 요구에 응해 새 제안을 하면 안된다. 요청을 거절하고, 대신 첫 제안과 격차가 있다면 다시 협상할 수 있으니 우선 본인이 생각한 합리적 위로금 규모와 그 근거를 역제안해 달라고 요구해야 한다.

첫 제안은 1년 연봉 이상의 위로금은 보장한 것과 마찬가지이고(기업이 첫 제안을 낮추는 것은 협상중단 선언과 마찬가지다), 오랜 내부 검토와 협의 끝에 나온 고심의 산물이다. 그런 공들인 제안을 쉽게 철회하는 것은 오히려 협상에 대한 기업 진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것이다. 합리적인 역제안을 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누가 봐도 타당한 것이다. 수정 제안은 협상 의도가 있다면 팀장에게도 이롭다. 막무가내로 새 제안 요구를 고집하면 새 제안을 하더라도 팀장이 협상에 임할 것이 불확실하다고 느끼게 되므로, 기업은 첫 제안에서 양보된 안을 제안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너무 과한 역제안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 있었다. 외국계 기업의 비서가 퇴사 협상을 하며 1년 연봉 상당의 위로금 첫 제안을 받았다. 그 후 비서는 오랜 기간 뜸을 들이다 역제안을 했는데, 그 금액이 정년까지 약 25년간 급여 전부와 퇴직금이었다. 자문하던 필자도 놀랐지만, 그 내용을 외국에 있던 HR담당자에 전화로 전했더니, 한동안 아무런 말을 하지 않다가 “그 정도 받으면 나도 지금 퇴사하고 싶다”는 농담이 돌아왔다. 그런데 필자는 그 이후에도 다른 기업 자문을 하며 똑같은 상황을 숱하게 겪었다. 최근 정년을 5년 남긴 직원의 퇴사 협상에서도 똑같은 역제안이 있었고, 담당자는 똑같은 농담을 했다.

우리 사례에서도 팀장이 정년까지 10년간 급여와 퇴직금을 요구한다고 해보자. 이럴 때 담당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담당자는 역제안에 대해 첫 제안보다 조금 더 상향된 수정 제안을 준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협상 진행을 위해 그렇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전 반드시 거쳐야할 단계가 있다. 팀장에게 역제안 이유와 근거의 설명을 요구하고, 잘못된 정보와 근거가 있다면 수정해 주면서 스스로 합리적으로 제안을 조정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과한 역제안을 한 팀장의 진의는 무엇일까? 첫 제안이 불만이어서 퇴사를 강력히 거부한다는 점을 알리려는 것일 수 있다. 적정한 위로금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여 절대 손해보지 않는 제안을 해두자는 것일 수도 있다. 정식 역제안을 하기 전 기업 입장을 떠보려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 일단 그렇게 막무가내로 버티면 무조건 유리하다고 조언했을 수도 있다.이렇게 가능한 경우를 펼쳐놓으면, 어떤 경우건 즉시 상향된 수정 제안을 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여러 경우 중 어떤 경우인지 확인해야 하므로, 담당자는 팀장에게 역제안 이유와 근거를 물어야 한다. 그 과정에서 근거 부족과 모순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스스로 역제안을 철회할 수도 있다. 아니더라도 담당자는 팀장이 처한 상황, 의도, 관심사와 목적을 더 잘 알게 된다. 협상은 첫 제안과 역제안 이후에도 이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정보는 협상 성공에 중요하다. 수정 제안을 할지, 어떻게 할지는 그런 정보를 얻은 이후 결정하면 족하다.

조상욱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노동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