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청문회서 뜻밖에 재조명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
입력
수정
"가해자들이 잠깐 이야기 좀 하자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제가 프락치라고 몰아세우더니 계속 아니라고 하니까 교련복으로 갈아입히고 눈을 가렸습니다. 그때부터 폭행이 시작됐는데 돌아가면서 몇 시간씩 폭행했습니다. 물이 담긴 세면대에 머리를 처박거나, 바닥에 눕히고 주전자로 얼굴에 물을 붓는 등 물고문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치아가 부러지고 전치 8주 상처를 입었습니다. 고문에 못 이겨 내 군대 시절 상관이 시켜서 왔다고 아무렇게나 말했고 2일 만에 풀려났습니다."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의 피해자 전기동 씨 인터뷰 중_)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난데없이 1984년 9월에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자교 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생 등 타 학교의 학생을 포함한 민간인 4명을 고문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이 재조명됐다.이 사건은 운동권 일부 서울대생들이 민간인들을 경찰의 프락치(경찰 내통자)로 몰아서 납치 감금하고 물고문과 각목으로 폭행하는 등 고문을 가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이 부각된 것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9일 청문회 과정에서 한 후보자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든 조국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도륙이든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말이냐"고 다그치면서 시작됐다.
한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하고 제가 관여한 바가 없고. 조국 전 장관 사건은 제가 관여했는데 그것은 사과할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에 민 의원은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재차 물었고 한 후보자는 "한 말씀 드려도 되냐"면서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던 경우에도 민간인을 고문하던 분도 계셨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가지고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민주화 운동 전체를 폄훼하지 않지 않나. 그런데 과거에 있었던, 어떤 저희가 관여하지 않았던 특정한 사안을 들어서 어떤 기관 자체를 폄훼하고 그 기능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에 동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후보자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분들도 민간인을 고문했다고 그랬나"라며 "자료로 제출하라"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 측은 현 민주당 지도부가 이 사건에 연루된 점을 부각하며 역공에 나섰다.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말하는 것"이라며 당시 신문 기사가 담긴 패널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유 의원이 공개한 패널에는 붉은 글씨로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 의원은 "(이 사건에) 현 민주당 지도부와 소위 진보적 지식인이 많이 관여됐다"고 언급했고, 한 후보자는 "구체적으로 알고 말한 것은 아니었으나 당시 그런 사건이 있었다 정도는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으로 윤 위원장을 비롯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실형을 살았다.유 전 이사장은 2004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이 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이미 명예 회복했다.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저를 조작으로 엮어 넣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폭행 피해자는 유 전 이사장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으나 대법원은 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명예 회복했다’는 유 전 이사장의 표현은 허위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기재할 당시 유 전 이사장이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당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전기동 씨는 2019년 10월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은 각각 22시간에서 최대 6일간 감금된 상태로 고문을 당했다"면서 "피해자 중 한 명은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증까지 앓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난데없이 1984년 9월에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자교 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학생 등 타 학교의 학생을 포함한 민간인 4명을 고문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이 재조명됐다.이 사건은 운동권 일부 서울대생들이 민간인들을 경찰의 프락치(경찰 내통자)로 몰아서 납치 감금하고 물고문과 각목으로 폭행하는 등 고문을 가한 사건이다.
해당 사건이 부각된 것은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9일 청문회 과정에서 한 후보자를 향해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든 조국 전 장관 일가족에 대한 도륙이든 사과할 의사가 없다는 말이냐"고 다그치면서 시작됐다.
한 후보자는 "노 전 대통령 사건에 대해서는 제가 알지 못하고 제가 관여한 바가 없고. 조국 전 장관 사건은 제가 관여했는데 그것은 사과할 사건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에 민 의원은 "사과할 생각이 없느냐"고 재차 물었고 한 후보자는 "한 말씀 드려도 되냐"면서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던 경우에도 민간인을 고문하던 분도 계셨다. 그렇지만 그런 일을 가지고 옛날에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민주화 운동 전체를 폄훼하지 않지 않나. 그런데 과거에 있었던, 어떤 저희가 관여하지 않았던 특정한 사안을 들어서 어떤 기관 자체를 폄훼하고 그 기능 자체를 없애야 한다고 하는 것에 동감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자 민 의원은 "후보자는 민주화운동을 하던 분들도 민간인을 고문했다고 그랬나"라며 "자료로 제출하라"고 말했다.
이후 국민의힘 측은 현 민주당 지도부가 이 사건에 연루된 점을 부각하며 역공에 나섰다.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1984년 서울대 프락치 사건을 말하는 것"이라며 당시 신문 기사가 담긴 패널을 꺼내 흔들어 보였다. 유 의원이 공개한 패널에는 붉은 글씨로 윤호중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의 이름이 적혀 있었다.
유 의원은 "(이 사건에) 현 민주당 지도부와 소위 진보적 지식인이 많이 관여됐다"고 언급했고, 한 후보자는 "구체적으로 알고 말한 것은 아니었으나 당시 그런 사건이 있었다 정도는 안다"고 말했다.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으로 윤 위원장을 비롯해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이 실형을 살았다.유 전 이사장은 2004년 총선에 출마하면서 “이 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이미 명예 회복했다. 이 사건은 전두환 정권이 저를 조작으로 엮어 넣은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폭행 피해자는 유 전 이사장을 허위 사실 공표 혐의로 고소했으나 대법원은 유 전 이사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이 사건 관련자들이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명예 회복했다’는 유 전 이사장의 표현은 허위 사실”이라면서도 “이를 기재할 당시 유 전 이사장이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당시 서울대 민간인 고문 사건의 피해자 중 한 명인 전기동 씨는 2019년 10월 한경닷컴과 인터뷰에서 "피해자들은 각각 22시간에서 최대 6일간 감금된 상태로 고문을 당했다"면서 "피해자 중 한 명은 사건 후유증으로 정신분열증까지 앓고 있다"고 증언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