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신약 개발 '역발상'…"반려견 치료제로 사람 藥 만든다"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

알츠하이머 유발 원인 같아
의약품 개발공식 거꾸로 적용
반려견용 '제다큐어' 활용 추진
최근 국내외 제약사들의 타깃은 ‘반려동물 의약품 시장’이다. 반려동물 시장이 급팽창하는 데다 사람용 의약품에 비해 안전성·효능 등의 입증 기준이 덜 까다롭다. 이 때문에 이미 출시된 사람용 의약품을 기반으로 이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뇌질환 신약 개발업체 지엔티파마는 이 공식을 거꾸로 적용했다. 곽병주 지엔티파마 대표(사진)는 최근 “지난해 5월 출시한 세계 첫 반려견 인지기능장애증후군(CDS) 치료제 ‘제다큐어’의 성공을 발판 삼아 이르면 2024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알츠하이머 치매 신약을 내놓을 것”이라고 했다.

지엔티파마가 처음부터 반려견용 치매 의약품 시장을 타깃으로 삼은 건 아니다. 곽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를 개발하던 도중 개, 고양이에게서 나타나는 CDS가 사람의 치매 기전과 비슷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발생 기전이 비슷하니 동일한 약물로 치료할 수 있다는 게 곽 대표의 생각이었다. 그는 “사람보다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기간이 짧고, 임상 비용도 적게 드는 동물의약품 시장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고 했다.

곽 대표는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개발하던 크리스데살라진을 기반으로 제다큐어를 제조했다. 크리스데살라진은 아스피린과 장염 치료제 설파살라진 성분을 합성한 약물이다. 노화를 일으키는 주 원인인 활성산소를 제거하고, 염증을 일으키는 프로스타글란딘 E2의 생성을 억제한다. 활성산소와 염증을 동시에 제거하는 ‘다중표적’ 신약이다.제다큐어는 현재 국내 900여 개 동물병원에서 처방되고 있다. 입소문을 타면서 미국을 비롯한 15개국에서도 구매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지엔티파마는 미국과 유럽 진출을 위해 올해 현지 임상을 시작할 계획이다.

다음 목표는 사람 대상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이다. 바이오젠의 ‘아두헬름’,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매 신약과 치료 기전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는 게 곽 대표의 생각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의 치료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크리스데살라진은 활성산소와 염증 감소를 통해 알츠하이머 치료 효과가 있다”고 했다.

상용화 시점은 2024년으로 잡았다. 성인 7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을 통해 크리스데살라진의 안전성을 입증했다. 연내 임상 2상 시험계획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낼 계획이다. 지엔티파마는 미국 나스닥과 국내 코스닥 상장을 동시 추진할 계획이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